하얀종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이쁨 뒤에 물고기를 떼로 죽인다고 때죽나무라고 불려진다는데, 지난번에 담은 사진의 댓글(댓글란)을 보자.
어제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성흥사 계곡으로 가니 지난해에는 스쳐 만나지 못한 때죽나무꽃이 소리없이 하얗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곡물에는 통꽃들이 꽃배가 되어 흔들리고.
하얀흔들림을 사진으로 부족하여 역시 부족하지만 동영상으로 담았다. 박두규님의 가슴 찡한 시와 함께 올린다.
어머니, 때죽나무꽃이 피었습니다 - 박두규
어머니, 때죽나무꽃이 피었습니다.
눈부시게 하얀 꽃들이
오순도순 착하고 순한 마음으로 매달려
우리의 마음을 늘 편하게 해줍니다.
그래요, 어머니는 때죽나무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계곡의 얼음이 녹고
푸른 버들치 떼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닙니다.
버들치들의 자유로움은 스스로의 맑고 투명한 속에서 왔겠지요.
저는 늘 버들치들의 무리에 끼어
계곡이 시작하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어머니는 버들치의 어머니입니다.
그래요, 어머니.
어머니는 먼 바다를 건너는 도요새들의 어머니요
숲을 뛰노는 고라니의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입니다.
세상의 작고 가여운 것들의 어머니
서로 욕하고 싸우며 스스로 절망하는 것들의 어머니
어머니, 따뜻한 저녁밥을 지어놓고 애타게 우리를 찾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노을 속으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그 따뜻한 목소리,
생명의 목소리에 화답할 수 없습니다.
아직은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나는 강남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고
내 자식만큼은 서울대에 들어가야 하고
우리 교회가 다른 교회보다 더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불의와 폭력에는 분노하면서도
나의 불의, 나의 폭력에는 한없이 너그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머지않아 하늘의 해와 흐르는 물에게도
고마움의 절을 할 수 있을 때
물고기와 새들에게도,
어린 아들과 딸에게도 고마움의 절을 할 수 있을 때
그렇게 내 마음이 충분히 가난해졌을 때
그 때 어머니의 부름에 대답하겠습니다.
마음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나누는
그런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 때
제가 먼저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
저녁노을 붉은 그리움으로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
어머니.
(박두규 시인님은 현재 전남 순천 지역 민족작가회의 시인으로 활동하며 교직에 계십니다.)
▼ 계곡 물에 흔들리는 하얀 꽃배
하얀 흔들림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동영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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