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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이늠저늠 모아모아

by 실비단안개 2007.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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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고 아주 좋아 팔짝 뛸 일도 아니며 마음이 젖을 나이도 아니다.

작업도 없고하여 티비를 켰는데 마땅한 꺼리가 없기에 홈쇼핑 방송 조금 보다가 껐다. 티비 시청 체질은 아닌 모양이다.

하여 방 한켠 뜨뜻하게 하여 한숨잤다.

 

오전에 게시를 하려다만 꽃 사진을 올려야겠다.

보통 제목을 먼저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올릴 사진들은 얼마전부터 모아 둔 늠들인데, 올리기도 그렇고 버리자니 살짝 아깝고 - 뭐 그런 꽃 사진이다. 하여 스치는 제목이 '이늠저늠 잡늠 모아 - '였다.

 

잡늠 - 너무하군.

이래서 습관이란게 무서운거다.

우리 아기들을 일컬을 때 그러지.

 

미운늠

이쁜늠

끔찍한늠

깜찍한늠

사정없이 이쁜늠

고마운늠

.

.

.

 

 

이러다보니 꽃에게도 보통 이늠 저늠 하는데, 여러 늠이다보니 그냥 잡늠 - 하여지는거다.

아줌마 이미지가 있지, 아이들을 부를 때와는 다르지 않은가. 아무리 여러 늠이기로서니 잡늠이라니.

그렇다고 아주 고품격 제목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래, 이늠저늠 모아모아 - 낙찰- !!

 

삼색병꽃

   

주름잎

 

풍로초 

 

                                                                          어성초

 

 

 

 

수련 - 실비단안개 블로그 배경

 

우단동자 - 컴사랑님이 너더러 우단동자랜다.

 

접시꽃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들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땜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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