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어머니가 울타리에 빨래를 넌다 간 밤 논물 보고 온 아버지의 흙바지며 흰 고무신 천둥 번개에도 꿈 잘꾼 손자녀석 오줌바지 구멍난 양말들이 햇살에 가지런히 널려간다 쪼들리는 살림일수록 빨래감은 많아 젖어 나뒹굴던 낱낱의 잡동사니 가렵고 눅눅했던 이불속 꿈들이 줄지어 널려가는 울타리에 오이순도 넌출넌출 감겨 오른다 빗물 빠진 마당가엔 풀새들이 눈을 뜨고 지붕 위 제비떼 날개 말리는 비 갠 아침 어머니가 빨래를 넌다 꺽인 팔은 바로 잡고 꼬인 다리는 풀어 주며 해진 목덜미 닮은 팔꿈치 아무리고 다독이면서 새옷보다 깨끗한 빨래를 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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