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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부터 키가 작은꽃과 꽃잎이 작은 꽃들을 많이 만났다. 여름이라고 예외가 아니며, 담기에 부담이라 스치고 싶은 순간들이 많지만 고개를 돌리며 눈짓을 하는것 같아 차마 떨치지 못하고 잠시 머물며 담은 작은 꽃들이다.
▲ 며느리밑씻개
이 풀은 대표적인 한국의 야생풀중 하나이며, 들판 어디서나 심심찮게 볼수 있는데, 이 풀의 이름이 왜 약간은 민망한 며느리밑씻개가 되었냐면-- 전설에 의하면 얄궂은 시아버지 때문인데,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화장지 대신 그저 지푸라기나 나뭇잎, 심지어 새끼줄을 걸어놓고 밑닦이로 사용했는데, 어느 시아버지가 (못된 시아버지였는지, 아니면 며느리를 벌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며느리에게만 온통 가시 투성이인 이 풀의 줄기를 걸어놓고 닦도록 했단다. 참, 기도 안 찰 일이다. 그런데 옛날의 시아버지 권위는 감히 며느리가 쳐다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였으니 그런 황당한 일도 가능하긴 했을거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지겨웠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예전 며느리는 남의 집에서 온 이방인이었으며, 누구도 며느리 편을 들어줄 리가 없었으니 얼마나 서러웠을까? 처음 맞이하는 환경만 해도 어려운데 모두가 어렵고 무서운 사람들 뿐이니--
▲ 개갓냉이
개갓냉이와 냉이는 둘다 십자화과(Cruciferae) 식물이며, 개갓냉이는 한채라고도 부른다. 서서식하는 곳은 냉이와 비슷하며 중부 이남의 들, 논, 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냉이는 봄나물로 많이 식용해 왔지만 개갓냉이는 맛이 떨어져서 거의 먹지 않는다.
▲ 봄까치꽃
봄이 채 오기도전에 나를 폐인으로 만들었던 봄까치꽃이 아직도 드문드문 피어 있다. 이른 봄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와 같다는 뜻으로 '봄까치꽃이라 부르는데, 보통 '개불알풀'이라고 한다. 개갓냉이옆에서 애절하게 쳐다보니 어찌 그냥 스치겠는가 -
2월, 우리는 봄을 맞으면서 여름이 올것을 예상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영원한 봄만을 기대한 사람들처럼 호들갑이다.
장마철이다. 마음 눅눅해 말고 봄을 맞던 그때처럼 설레이는 분홍빛 마음으로 장마철을 넘기자. 지금이 장마철임은 다음 계절이 가을임을 말하며, 계절은 사람들처럼 거스리지 않으니까.
봄까치꽃 - 정일근
겨울 속에서 봄을 보려면
신도 경건하게 무릎 꿇어야 하리라
내 사는 은현리서 제일 먼저 피는 꽃
대한과 입춘 사이 봄까치꽃 피어
가난한 시인은 무릎 꿇고 꽃을 영접한다
양지바른 길가 까치 떼처럼 무리지어 앉아
저마다 보라빛 꽃, 꽃 피워서
봄의 전령사는 뜨거운 소식 전하느니
까치도 숨어버린 찬바람 속에서
봄까치꽃 피어서 까치소리 자욱하다
그러나 콩알보다 더 작은 꽃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느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들리지도 않느니
그 꽃 보려고 시인이 무릎 꿇고 돌아간 뒤
솥발산도 머리 숙여 꽃에 귀 대고
오래 까치소리 듣다 제자리로 돌아간다
두툼한 외투에 쌓인 눈을 툭툭 털고
봄이 산 135-31번지 초인종을 누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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