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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미운 이름을 가진 들꽃 위로하기!

by 실비단안개 2007.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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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때, 기분이 좋을 땐 새끼손톱만한 지우개도 짝지에게 반 잘라주었다. 그것도 끝이 부러지고 녹쓴 연필깎이 칼로 겨우 잘라. 그러다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삐질 때는 책상에 분필 동가리 내지 신신그레파스로 책상 가운데에 줄을 삐죽삐죽 그었다.

38선이니까 넘어 오지마?

순한 짝지 같음 그저 "응!" 하고 넘기겠지만, 쬐끔 까칠한 짝지같음 30cm 대나무자로 책상 길이를 재어 꼭 반을 나누며 한마디 받는다.

"너나 넘어 오지 마!"

 

들과 산은  경계선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들과 산을 구분할줄 안다. 이상하지!

오늘은 산바람을 맞고 싶었다. 수풀냄새도.

비가 오려나 - 비가 내리면 옥상의 세탁물은 누군가가 걷어주겠지.

 

계곡입구부터 요란하다. 무시하고 살팡살팡 걸었다. 풀 냄새다.

흐린 하늘이지만 땀이 삐질삐질 난다. 등과 가슴 골이 금방 젖는다. 맨얼굴이기 다행이지 -

 

잠자리난초나 뻐꾹나리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가까운 들꽃 몇송이 만나면 감사하지.

맥문동 사이사이에 무릇이 많이 피어 있으며, 개망초와 닭의장풀이 지천이다. 촌스런 이름들. 촌에 있으니 촌스런 이름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호빵맨님과 부산님들 블로그에 가면 제법 고품격 이름을 가진 녀석들도 있는데, 내 눈에 박히는 늠들은 대부분 촌스런 이름을 가졌다.

요즘 개명 바람이 부니 들꽃에게도 새이름을 지어주면 안될까?

식물학자와 관계당국에서 난리가 나겠지만 시대에 맞게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 들꽃들이 있다.

 

아래는 흰여뀌와 누리장나무를 제외하고 오늘 담은 들꽃들이다.

아래의 들꽃들은 자신의 이름에 불만이 없을까?

 

       

        ▲ 파리풀 - 나비가 살풋 앉는데 이름은 '파리풀'이다. 분명 잘못 지어진 이름이다. - 나비풀꽃

            

       

        ▲ 이질풀 -  꼭 병든 꽃 이름같다. 이질풀이라니. 차라리 이질꽃, 이렇게만 불러주어도 좋으련만.

 

       

        ▲ 짚신나물 - 짚신이 이렇게 향기롭고 고운가. 또 나물이란다. 아무리 보릿고개 시절에 많은 풀들을 나물로 하였기로서니

            시대가 시대인만큼 개명이 필요한 꽃이다.

 

       

        ▲ 등골나물 - 요즘 매일 피어나는 꽃이다. 활짝 피어나지 못함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것도 없는데

           등골나물이다. 도대체 누가 이름을 지은거야 --

 

       

        ▲ 층층이꽃 - 아파트가 대세이기로서니 층층이가 뭐꼬.

 

       

        ▲ 괭이밥 - 괭이는 고양이를 가르키는데, 고양이가 풀이나 꽃을 먹는건 못봤다. 그런데 괭이밥이란다.

           이 꽃은 고양이도 반기를 들 이름이다. 감히 고양이를 뭘로 봐 - 쥐새끼 들을까 겁나네 --

 

       

        ▲ 좀깨잎나무 - 꽃이 별처럼 아름답다. 밤꽃을 닮았으며. 잎이 깻잎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일까?

 

       

        ▲ 무릇 - 꽃무릇, 무릇꽃 - 앞뒤 어디에도 '꽃' 글자 하나 얻지 못한 무릇이다. 꽃무릇 만큼 야하지 않다는건 무릇 자신이

             먼저 알지만 비교도 어느 정도라야지 달랑 '무릇'이라니. 더군다나 생김이 맥문동과 비슷하여 이름과 꽃 모두를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니 필히 개명이 필요한 꽃이다.

 

       

       ▲▼ 맥문동 - 맥 라이언처럼 상큼하진 않다. 그렇지만 아기자기하게 꽃을 피우는데 약초 이름만을 강조하는것 같아서

             싫은 이름이다. 도대체 '꽃' 냄새가 나지않는 이름이다.

 

       

 

 

미운 이름을 가진 들꽃 위로하기!

 

내가 잘 사용하는 말,

어쪄~ 팔자대로 살아야지.

- 이러면 들꽃들이 성질 내겠제?

 

얼마전(좀 오래 되었나 - )

왜 삼순이 드라마 있었잖아. 삼순이가 개명을 하였지. 희진인가 - 그런데 삼식이는 삼순이가 더 좋탸 -

정감있는 이름이니까.

 

나 - 실비단안개 - 누가 이름을 물으면 그러지 -

대한민국 모든 중년 남자들의 연인 이름 같은 - 말자 - '김말자'라고 하거든.

다른 싸이트에서 가끔 닉으로도 사용하고 아주 좋은 사람 이름을 폰에 저장할 때, 그 사람 이름 대신 '김말자' 이렇게 저장을 하거든. 폰이 울리고 '김말자'가 뜨면 웃어지는거야. 저절로.

 

이름이란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처럼 가져지는게 아니며, 누군가가 불러 주어야 하는게 이름이지. 이름이 물론 중요지만 살다보면 이름보다는 느낌이 중요할 때가 많더라구. 지금 니들의 이름은 충분히 제 몫을 잘 하고 있고.

우리 김춘수 할아버지의 '꽃'을 읊어보자.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잘못 달린 이름표는 지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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