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어제 골목을 걷다 인동초 담장이 좋아 기웃거렸으며, 대문앞의 나무우체통이 언제나 반가운 소식만
전해줄것 같은 집이었기에 예정에도 없이 오늘 다시 갔다.
이 집의 대문은 특별한 잠금장치가 없으며, 이상하게 생긴 노끈도 아닌 끈을 벗기면 마당으로 들어 선다. 흙이 없으니 마당이 아니고 뜰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겠다.
계세요?
아무런 기척이 없었기에, 어차피 대문의 고리 끈을 벗길 때 예상은 하였지만 - 잔디 뜰이라 소리가 나지 않지만 살금살금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마루는 칠을 몇번씩 한 모양인지 윤기가 자르르 흘렀으며, 우리 엄마 세대쯤인지 좀은 맛이 간듯한 '사랑'이라고 적힌 액자가 안방 앞 벽면에 걸려있었다. 보통 오래 된 시계나 농협 달력이나 자녀들의 혼사 사진이 걸려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오래 된 시계는 그 집의 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린 오래전부터 이렇게 큰 시계가 있었지 -
농협 달력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우린 농협에 돈 얼마쯤은 꽂아 두고 살지 -
그 중에 제일은 자식들의 혼사 사진이다.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귀한 늠 -
그런데 이 집은 액자가 걸린 것으로 보아 어쩌면 타지의 사람이 작고 허름한 시골집을 구입하여 휴양처로 이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때. 나는 지금의 풍경이 충분히 따뜻한데.
아랫채의 봉창문이다. 봉창문이라기에는 제법 크지만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니니 봉창문이지. 내가 좋아하는 담쟁이가 오랫동안 이 문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아주 형식적이라도 좋다. 어릴적에 더운 날이면 열어 두었던 그런 문 위로 담쟁이가 흘러내리니 얼마나 맛있는 풍경인가.
흑백으로 만들어 볼까, 맛이 더 할런지 -
더 좋으네.^^
전기 계량기는 보통 부엌 입구에 높이 있다. 어릴적에 동생이 티비를 많이 보았는데, 이늠은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아버지는 두꺼비집을 내렸었다. 내 동생은 긴 장대로 다시 올리고 -
지금 우리는 키가 너무 자랐다. 아버지보다 크니.
식구들의 성격만큼인가, 빨래집게 모양도 여러가지다. 꼭 같은게 일렬로 있는것보다 정겹다.
아랫채 방 입구에는 '행복' 액자가 걸려있다. 멈춘 시계도. 밤이면 친구들 불러 놀면 딱 좋을 방이다.
웃채 안방 봉창이다. 뒤안으로 작은 텃밭이 있으며, 몇가지의 채소가 계절을 일러주었다. 이 봉창을 열어두면 지네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
앞뜰인데 녹슨 솥두껑은 난로를 덮고 있었으며, 앉는 자리에는 주발과 공기들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 설마 이 집의 식구 수는 아니겠지.
누굴까, 누가 살까 -
언젠가는 주인을 만나겠지-
집에 머위쌈이 떨어졌지만 남의 뒤안이라 그냥왔다. 파는 꽃을 피워 제 구실을 하기 글렀으니 씨앗을 받아야 하나 -
울 대문을 들어서면 만나는 첫번째 풍경이다. 이 풍경에 내가 반하지 않는다면 내가 아니지.
다음주에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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