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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진해 풍경

내 고향의 6월

by 실비단안개 200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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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해는 길어야 한다. 고향의 해는 도시의 해보다 더.

 

 

한낮의 시골집은 대부분 비어있다. 미쳐 손길주지 못한 매실이 떨어지고, 떨어진 알을 오며가며 줏어 장독대에 올려두었다. 담쟁이는 하루에 한뼘 넘게 자라는듯하며, 접시꽃은 작게는 종지, 크게는 공기만한 꽃을 쉼없이 피운다.

 

 

 

 

 

 

 

마늘과 양파가 마당에 가득하며 시골의 골목과 뜰에는 매일 꽃이 피고진다.

너의 그리움과 나의 기다림이.

 

 

 

양파 수확철이다. 잠시 허리를 펴는 시간도 있어야지.

 

 

운동화와 모자를 가지런히 두고 아주머니에게 배운 솜씨로 모를 모판에서 떼어내는 군인들. 잘 생긴늠은 무얼해도 이쁜법이다. 하물며 이렇게 이쁜짓을 하니 어찌 이쁘지 않겠나.

 

 

점심식사 후의 휴식 시간이다. 농번기에 집집마다 인력을 신청하면 지역 특성상 군인들이 농촌 일을 도운다. 이들은 점심을 챙겨 오지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은 그 고마움에 자식에게 먹이듯 점심 식사와 새참도 준비하여 준다. 우리도 예전엔 가끔 군인들에게 도움을 청하였는데, 생각외로 농촌 일을 잘 하며, 그들 또한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농촌의 어른을 대하는데 그 모습이 많이 이쁘다.

 

고향에 살아도 늘 고향이 그리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닌지 정지용 님의 오래전 시, '고향'을 보면 그때도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 부분이 나타나 있으니, 고향의 모습이 변하고 변하지 않고를 떠나서 늘 그리움의 대상이며 내가 지키지 못함에 변한듯 느끼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고향 -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 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힌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들꽃을 찍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찍는게 고향의 풍경이다.

아릿하며 살갑다. 바람까지. 바람도 고향의 바람이니까.

 

내 고향 시인의 시, 열무꽃.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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