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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농염한 여인의 속눈썹, 꽃무릇

by 실비단안개 200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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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들, 동네 마실, 밥집, 미용실 - 카메라는 언제나 소지한다.

주인 잘못 만난 내 머리카락은 카메라 만큼이나 엉망이다. 미용실을 가면 최소한 3시간이다. 하여 미용실 가는 건 정말 싫은데 이제 한계다.

끝만 정리하여 주세요 - 자르면 자라는 머리카락이건만 아까워서 싹둑 자르지를 못한다. 하여 20년 정도 지금의 머리 모양이다.

오늘도 역시 아주 조금만 정리를 하고 또로로 말았다. 굵게 - 자연스럽게 말아주세요 -

작은늠은 가끔 악담을 한다.

도대체 나이를 생각해야지 매일 긴 머리 휘날리고 싶소 - 좀 자르소 - 외할머니처럼 뽀글이 좀 하소 -

ㅠ.ㅠ

 

머리를 만지면 졸립다. 그래도 꾹 참고, 말고는 1시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골목을 걸으니 꽃무릇이 보이며 할머니께서 텃밭을 손질 중이셨다.

 

할머니~~ 꽃 찍을까요?

그걸 와 꺾노 -

아니요~ 사진 찍는다구요 -

ㅎㅎ.. 찌거라 -

네 감사합니다.

 

그란데 니 이 꽃 이름은 아나?

네, 꽃무릇요!

머라꼬, 꼰무루? - 그게 아이고 이별환기라 - 절에 강께 스임이 그라데 이별화라꼬 -

상사화가 아니고 이별화요?

하모~ 이별화라카데 - 헤어지는……

네~ 그렇군요.

 

며칠전 할머니께서는 저승꽃이라고 하셨다. 하여 일반 가정의 뜰에는 심으면 안되는데 그래도 꽃이 이쁘기에 심었다면서 자랑을 하였다. 꽃무릇을 일본에서는 저승꽃이라고 하긴한다.

 

이파리 하나 없는 민둥꽃대에 9월 말 붉은 꽃이 터지고, 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난다. 꽃과 잎이 함께 달리지 않는다(花葉不相見). 이런 특이함 때문에 이름도 사연도 여럿이다.

꽃무릇은 석산(石蒜, 돌마늘)이라고 하는데,  꽃이나 잎 없이 꽃대만 있는 모습이 꼭 마늘쫑 같다고하여 붙은 이름이다.

 

꽃무릇이 사찰 부근에 많은 건, 출가한 스님을 연모하다 상사병에 걸려 죽은 여인이 꽃으로 피어났기 때문이란 전설이 있다.

 

지난해에도 기록을 하였지만, 상사화와 꽃무릇은 다르다.

같은 수선화과에 꽃과 잎이 함께 나지 않는다는 것만 같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고 생장시기도 다른데, 상사화는 봄에 난 잎이 여름에 지고 그 뒤 꽃이 피며, 꽃 색깔은 붉은 빛이 감도는 연한 자주색이며 줄기 하나에 4~8개의 꽃이 달린다.

노랑꽃을 틔우는 개상사화(노랑상사화), 주황꽃을 틔우는 백양꽃(조선상사화)도 마찬가지다.

 

반면 꽃무릇은 일본이 원산지다. 상사화가 질 무렵 피고, 잎은 꽃이 진 뒤 돋아 봄에 시든다. 상사화, 백양꽃에 비해 꽃잎보다 꽃술이 훨씬 길고 색깔도 더 붉다.  

농염한 여인의 속눈썹처럼 가냘프고 긴 꽃술의 꽃무릇은 꽃이 무리지어 핀다고 해서 ‘꽃무릇’이나 이별을 상징한다고 옛 선인들은 담장 밖으로 뽑아 던지며 ‘개무릇’ 이라 불렀다. 한편, ‘꽃무릇’ 구근을 가루를 물감에 섞어 탱화나 단청 그릴 때 섞어 쓰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하여 절에서 심고 가꾸어 오늘 날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는 유명한 3대 꽃무릇 군락지가 되었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함평 용천사의 46만평의 꽃무릇 군락지는 매년 ‘꽃무릇 천지 축제’가 열리며, 스님을 사모하여 상사병에 걸려 죽은 여인의 전설은 사찰 주변에서 많이 피어나기에 말 그대로 전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워하고 헤어지고, 이별화 상사화 모두가 맞는 말일까? ㅎㅎ

 

용천사는 지난 5월에 다녀왔었는데, 지금 꽃무릇 천지일것이다. 그때의 약속이 식구들 모두 가을에는 함평으로 가자, 였으며 9월 마지막 일요일로 예정하였었는데,  이번 일요일에 한양의 사촌 동생 혼인식으로 용천사행은 불발이 될것 같다.

 

그나마 몇군데에서 꽃무릇을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며, 오늘은 할머니께 부탁을 드려 꽃무릇 뿌리를 몇 알을 얻어 왔으니 손바닥만 우리 화단에 심어야 겠다. 내년에는 가까운 곳에서 꽃무릇을 구경하려나 - (몇년후에 우리집으로 꽃무릇 구경한다고 관광버스가 줄을 서면 곤란한데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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