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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청마 유치환을 이야기하면, 나는 연애편지를 쓰고 싶다.

by 실비단안개 2007.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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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동피랑 마을을 방문하고 이순신공원에서 통영 앞바다를 양껏 마시고 청마 유치환 문학관으로 갔다.

8월 중순에 거제의 청마 생가를 다녀왔기에 언젠가는 통영의 문학관을 방문하리라 생각하였는데, 생각 외로 그 시기가 빨랐으며, 동행까지 있으니 더 없이 좋은 방문일이었다.

 

거제 둔덕 생가와 청마문학관

아래는 청마 생가에 대한 설명과 약력이 있다.

* 둔덕골의 청마 유치환 생가 : http://blog.daum.net/mylovemay/12598515

 

11월 13일의 통영 청마 문학관 풍경

        ▲ 청마문학관 전경 

 

        ▲ 청마 유치환(문학관 내에서 허락하에 촬영)

 

 

        ▲ 용마름 작업 모습

 

문학관은 언덕에 단정하게 앉았으며, 계단을 오르면 청마의 가족들이 거주(생가라고 표현할 수 없음)한 초가 2동이 있다.

거제 둔덕골의 생가 담장 아래에서 우리꽃이 피어나듯이 통영의 거주지 담장 아래에도 봉숭아와 접시꽃등이 피어 있었으며, 방문 한 날은 초가의 이엉을 새로 엮어 지붕을 이고 있었는데, 해마다 새 이엉으로 이어지며 보수 기간등을 포함하여 대략 1주일 정도 소요 된다는 관장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아마 몇 십년만이겠지, 이엉위에 그물이 쳐지고 있었으며, 마지막 단계인 이엉위에 올려질 용마루(용마름) 엮는 풍경을 만났다.

지붕위에 그물을 덮는 일은 통영과 거제등 바닷가 지역은 바람이 많다보니 이엉의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서 덮으며, 담장도 돌담장이 대분이다.

 

용마름(용마루)엮기 동영상

 

 

* 용마름(용마루) : 초가의 용마루나 담 위에 덮는 짚으로 길게 틀어 엮은 이엉은, 볏짚을 이용하여 집의 보온을 돕고, 비바람에도 지붕이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용마름은 짚을 틀어 터진 갓 모양인데, 새끼를 중심으로 짚을 틀어 왼쪽에서 튼 짚은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튼 짚은 왼쪽으로 만들어 가는데 짚의 끝을 가지런히 추려 좌우의 짚을 서로 단단히 맞물려야 튼튼한 용마름을 만들 수 있다.

 

        ▲ 좌로부터 신권호관장님, 우근님, 김형진 교수님

 

거제 둔덕골이 생가임이 확실한데, 아직도 통영을 생가라고 우기는 분들이 상당수이며, 이 실랑이는 법정까지 갔지만 끝없는 실랑이가 될 가능성이 큰데, 통영의 문학관에서 신권호 관장님과 장시간 리얼토크를 하였다. 김형진 교수(경상대)님과 우근님도 함께 한 자리였으며, 신관장님의 통영과 청마 사랑을 감히 누를 수가 없었던 시간이었는데, 지역을 떠나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사전적 의미로 고향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고하며, 시조시인 리창근 님의 시조에 보면 "청마는 길을 따라 통영으로 갔단다"라고 하였다.


 

청마 유치환 생가 터에서(시 조) - 리창근

 

청마의 생가에
청마는
없었다
한 점의 바람과 햇살만이
고즈넉이
노오란
잔디밭 뜰을
헤집고 있었다.
청마는 길을 따라
통영으로 갔단다

남망산 언덕배기
바다가 보이는 곳
늘 푸른
해원을 보며
시비가 되어 섰다.

남망산 조각공원
문화회관 터 잡은 곳
청마는 소나무 숲에
바람으로 있었다.
햇살이
하늘 가득한
그 통영의 산자락 바위 위

 

         ▲ 거제 둔덕골의 생가 

 

 * 생가의 자료(제공 : 경상대 김형진 교수) - 

http://changjak21.com/spboard/board.cgi?id=changjak65&action=simple_view&gul=18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0704982

 

 

생가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친일 작가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하자.

 

방문 날 신권호 관장님께서도 생가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친일작가로 분류되는 것에 더 무게를 두셨다. 하여 자료들을 몇 시간을 찾아 읽고 비교하였는데,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청마 유치환이 쓴 친일 산문 첫 발견 문학계 충격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박태일 교수가 발견한 만주에서 발행된 친일성향의  한국어 일간신문 만선일(滿鮮日報)1942년 2월6일자에 게재된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1908~1967)의 친일성이 강한 산문(散文)을 첫 공개 하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유치환의 친일에 대한 논쟁에 새로운 국면이 예상되며 청마 문학관을 운영하는 통영시와 청마 문학회가 제정한 올해  제8회를 맞은  "청마 문학상"과 지난해 10월 청마 기념관을 착공해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거제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마 탄생 100주년 청마 문학제도 이번 친일성 산문 글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박태일 교수는  "청마가 쓴 이 글에서 일본의 태평양 침략전쟁의 의의와 그것을 저지르는 '제국'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황국신민'으로서 국가에 의지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라며 "'황국 일본'이라는 존재 위에 예술가가 있음을 강조하는 등 일제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찬양하고 있다."면서, 오는 27∼28일 영남대에서 열리는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에서 <청마 유치환의 북방시 연구-통영 출향과 만주국, 그리고 부왜 시문>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태일 교수가 공개한 청마의 산문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이러한 의미로운 오늘 황국신민(皇國臣民)된 우리는 조고마한 개인적 생활의 불편가튼 것은 수(數)에 모들 수 업는 만큼 여간 커다란 보람이 안입니다.시국(時局)에 편승하여서도 안 될 것이고 시대(時代)에 이탈하여서도 안 될 것이고 어데까지던지 진실한 인간생활의 탐구를 국가의 의지(意志)함에 부(副)하야 전개시켜 가지 안으면 안 될 것입니다. 나라가 잇서야 산하도 예술도 잇는 것을 매거(枚擧)할 수 업시 목격하고 잇지 안습니까. 오늘 혁혁(赫赫)한 일본의 지도적(指導的) 지반(地盤) 우에다 바비론 이상의 현란한 문화를 건설하여야 할 것은 오르지 예술가에게 지어진 커다란 사명이 아닐 수 업습니다.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 (전문)

 

이번 박태일 교수의 친일성 산문의 발견으로 지금까지 청마의 작품 중 '전야', '들녘', 북두성, 등 친일성 논란을 빚은 작품에 대한 친일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어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 인명사전편찬위원회의 '친일명단  사전' 1차 명단에 수록된 형인 극작가 유치진의 뒤를 이어 '친일인명사전' 2차 명단에 수록 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문학계에 많은 논란과 파문을 줄 것이라 예상된다.

- 이혜정 시인 - 출처 : http://cafe.daum.net/younjin06

 

더 궁금하면 : 진보와 정론의 인터넷 신문 대자보 - http://www.jabo.co.kr/index.html

* 친일 산문 자료(제공 : 경상대 김형진 교수) -  http://www.tynp.com/news/read.php?idxno=5508

 

 

역사와 인물은 정립되어야 하겠지만, 시대의 피해자라고 한다면 내가 너무 후한가하는 생각도 한다. 신관장님께서도 현재 거제시와 통영시가 힘을 합쳐 반친일 작가라는 것을 증명하여 청마의 명예를 회복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가끔 서정주 님의 시를 올릴 때, 사상과 철학은 논하지 말고 시는 그저 시로만 보아 달라고 하였다. 앞으로 청마의 시를 올릴 때도 나는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청마와 정운의 연서 

        ▲ 문학관의 작은 우편함 - '청마우체국'이라고 쓰여 있다.

 

유치환은 통영시 중앙동우체국을 이용해 시조 시인 이영도와 연서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래서 통영에서 청마기념사업을 주관하는 사람들은 이 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개명하려는 운동과 더불어 몇 해 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마추념 편기쓰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유치환 기념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도 문학관 뜰에서는 '편지쓰기'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문학관에는 작은 우편함이 있다. 중앙우체국은 반친일작가로 증명 된 후에야 '청마우체국'으로 개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중앙우체국이며, 통영시에서는 '청마우체국'으로 개명되어 상품화 되기를 희망한다.

신관장님의 말씀처럼 연인에게 편지 한통을 보내기 위하여 통영의 청마우체국을 찾아 충무김밥과 싱싱한 해산물을 먹을 수도 있으며, 해저터널을 걸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여도 분명 근사한 일인데, 언제쯤 일이 해결될지는 모르겠다.

 

남의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재미는 그 어떤 재미보다 좋을 것이다. 말이 난 김에 연애편지나 훔쳐보자.

청마 유치환이 이영도 님에게 보낸 편지들 중에서.

 

정향!

당신 그린 세월이 이렇게 소리없이 밀려오고 끝이 없습니다.

깊은 사랑이란 이렇게 슬프고도 어진 선물입니까?

당신, 나의 당신!

그리울 때는 어쩌면 죽을 상히 못 견디겠습니다만 갈 앉으면 외려 더욱 반갑고 향그럽습니다.

 

정향!

당신 만을 끝내 높게 맑게 외롭게 있어 주십시오.

귀한 정향!

당신의 그 높고 외롭고 정함이 이내 나를 빛나게 합니다. 이미 당신을 부르시는 종소리 울려 난 다음 바깥에서는 빗소리 들리고 창이 밝아 옵니다. 궂은 날씨 같은 세상에서 내 비록 남루하고 부끄러운 허울일지언정 내 앞에는 빛나는 당신이 언제나 자리하고 눈 떠 계시니 어찌 끝내도록 내사 슬프겠습니까? 스스로 알 듯도 합니다.

 

어제 황혼 무렵, 산에서 내려오며 꺾어 온 한 송이 항가새꽃.

당신의 붉은 정성, 내게로 향한 당신의 붉은 정성인양 나의 책상 머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진정 참된 사랑을 가졌으므로 나는 다시 어질게 느껴집니다.

 

-세월이 갑니다.

리운 세월이 갑니다.

바람이 호면을 가늘은 살을 끼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세월은 우리의 목숨위를 스치고 갑니다.

정향!

그렇지 않습니까?

나의 귀한 정향!  안녕!   1952년 6월 26일  청마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통영 앞바다에서 바위를 때리고 있는 청마의 시 '그리움'은 뭍같이 까딱않는 정운에게 바친 사랑의 절규였다. 과연 정운(이영도)은 뭍처럼 까딱않는 여인이었을까. 짝사랑은 스팸이다. 그러나 정운은 이미 뭍이 아니었다.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窓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 이영도 -

 

청마가 정운에게 보낸 편지들은 모두 그대로 시였다.
"내가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던?
그러나 얼굴을 부벼들고만싶은 알뜰함이 아아 병인양 오슬오슬드는지고"

"덧없는 목숨이여 소망일랑 아예 갖지 않으매 요지경같이 요지경같이 높게 낮게 불타는 나의 -노래여, 뉘우침이여".

"나의 구원인 정향!
절망인 정향!
나의 영혼의 전부가 당신에게만 있는 나의 정향!
오늘 이 날이 나의 낙명(落命)의 날이 된달지라도 아깝지 않을 정향 " - 52년 6월2일 당신의 마(馬)
 

끝이 보이지 않던 유치환의 사랑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끝이 났다. 1967년 2월 13일 저녁,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붓을 영영 놓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이렇게 고운 보배를 나는 가지고 사는 것이다
마지막 내가 죽는 날은 이 보배를 밝혀 남기리라 - 유치환 -

 

아래는 청마와 정운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 할 수 있는 편지글 하나이다. 통영의 청마문학관에 보관된 글이기도 하며, 1967년 2월 13일 청마가 죽고 난 후 한달쯤 후인 3월 11일자로 대구의 <죽순문학>의 주간으로 있던 석우 이윤수 선생께 보낸 이영도시인의 편지다.

 

석우 선생님.
글월 받고 저는 한없이 울었습니다.
우정이란, 참우정이란 얼마나 인생에 필요하고 귀한것임을 절감하면서....
면답을 쓸 수 없었습니다.
쓰지 않아도 알아주시는 선생님께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20년의 열애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열애를 행위하지 못하고 오직 희구로써 목마른 세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애정을 신앙에까지 승화시켜보지 못한 사람은 지금의 저의 심정을 어찌 알아주겠습니까? 석우 선생님의 오랜 우정만이 짐작해 주셨음을 믿을 때, 저는 참았던 통곡을 혼자 터뜨렸던 것입니다.
저는 줄곧 병상입니다.
영결식장에서 얻은 감기가 달포째 이대로입니다.
원래 봄이면 앓는 체질이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애산(愛散)은 아랑곳 없이 세월은 물같이 흐르는 것, 말일로 청마가 간지 한 달! 돋는 움, 트는 싹! 어느 하나 그 분과 무관한 것이 없고, 어느 사물 어느 자연에 그 분의 체취가 묻어 있지 않은 것이 없어, 차라리 모든 것을 '보지 않는 죽음'으로 두는 것이 좋을 것 아닌가도 싶어집니다.

선생님!
청마의 애정에 질질 끌리는 먼 먼 세월 속에 제가 얼마나 청마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그가 가버린 오늘에야 깨달을 수 있구먼요.
이럴 줄 알았던들 좀더 흐믓하게 애정할 수 있었을텐데....
오직 남은 세월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가 제게 남은 형벌 같습니다.
 
- 중략 -

 

그럼 뵈올 때까지 부디 안녕히 계세요. 부인께도 문안드려 주시고.

1967년 3월 11일 정운 드림

 

남의 사랑이야기, 연애편지를 읽은 소감이 다들 어떤지 궁금하다. 청마와 정운의 사랑을 흔히 platoniclove라고 하는데, 둔덕골 이야기에서도 올렸다시피 그 부인이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렇다.

 

"그토록 목숨같은 사랑인데 어찌하겠어요"

 

마음마져 낙엽처럼 바스락 거리는 하나의 계절이 가는 길목이다. 영혼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 내게는 어디 없나 …

오래 함께 할수록 더 그리운 그런 사랑 …

(신권호관장님과 김형진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최종 수정 시간 : 11월 22일 오후 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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