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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진해 풍경

가을, 마지막 이삭줍기

by 실비단안개 200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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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새벽 3시다. 다시 잠을 잔다는 건 불가하니 자리를 털자. 잠시 블로그를 정리하고 세탁을 하였다.

밖을 몇번이나 보아도 아침은 아직 멀었는데 -

식구들아 미안하다.

이늠의 냉장고는 시간이 초과하면 꼭 알림을 한다. 더워지려고 해요, 문 좀 닫아주세요 - 하며. 그래도 나는 버티며 찬통을 모조리 꺼내고 세제로 구석구석 닦았다. 냉동실을 정리하기엔 내가 좀 춥지? 통과 -

무나물과 콩나물을 무쳤다. 황태국을 끓이기엔 콩나물이 겹쳐지기에 안되겠지? 허구헌날 시래기국을 올리면 눈치 꾸러기가 되겠지? 아침이지만 순두부로 하자 -

그러고보니 생선이 없네, 멸치볶음조차 - 아침은 원래 간단하게 먹는 거야 - 그래도 해산물로 파래와 김, 순두부의 새우등등이 있잖아~

 

커피는 담아 가야지 - 따뜻따뜻 -

 

오랜만에 보배산으로 갔다. 웬일이야 - 진달래 너 추위맛을 모르는구나 -

왼손은 주머니에 넣었는데 오른손이 시려웠다. 커피를 후후 마시며 걸었다.

바람도 보이지않는 숲에서 산부추가 흔들렸다. 한달전 재약산에서 처음으로 만났으며 오늘이 두번째인데, 이늠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거부가 심하다.

내 마음 좀 받아주면 안될까, 늦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구절초 몇송이도 가늘게 떨고 있다. 안스러운 늠들 -

 

 

 

 

 

주인님은 언제까지 나를 이 엄동에 버려둘건가요 - 밭두렁 곳곳에 호박이 뒹군다. 먹을 사람이 없는지, 일손이 부족한지 -

동아대 부지로 확정 된 조금 깎인 산을 올려보았다. 오를 수 없으니 힘껏 당겨야지 - 흐린 하늘 탓이 아니라 잎사귀들이 점점 여위어 가는게 보인다.

어디를 가나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그대로다. 감은 이미 우리의 좋은 먹거리와 멀어진지 오래이다. 감 뿐 아니라 시골의 대부분의 것들이.

 

 

 

 

가을날 이곳에는 개 몇마리가 짖고 있었기에 슬금슬금 뒤돌아 보며 돌아왔었는데, 추워지니 개는 보이지 않았으며, 외발 허수아비가 빈들을 지키며 잎새마냥 저도 여위어 간다. 낙엽이 쌓인 길은 폭삭하다.

 

 

 

 

담기에는 늦은 억새둑이다. 저마치 산림요원 아저씨가 보인다. 벌써 입산통제 기간이 된것이다. 그러나 나는 겨울에는 사탕등으로 살짝 말 걸기를 하며 주위 들과 산으로 간다.

 

이 노래 제목이 뭐지 -

그냥 걸었어~ 너와 함께 걷던 이 길을~ ♬~

언제나 혼자 걷지만 오래전에 꼭 누군가와 걸어 본 것처럼 가끔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한 소절만 - 그 앞과 뒤는 모르기에.^^

 

 

마을이다. 내 친구들이 살았던 동네. 감나무와 유자나무, 모과나무에는 열매가 그대로이다. 요즘은 일손 뿐 아니라 개구장이도 없으며, 총각과 처녀도 귀하다. 절로 잎 열어 열매 맺고 또 절로 떨어지는 열매들이 많다.

 

 

담장안을 살짝 보았다. 빨랫줄에 내복이 널렸다. 겨울이 맞긴 맞나보다. 할 일 잃은 경운기도 얌전하고.

 

 

시골이지만 참 시골스러운 집이다. 마당엔 낙엽이 그대로 흩날리며 그나마 수확한 호박이 주인 대신 집을 지킨다. 장날도 아닌데 어디를 가셨는지 개가 크게 짖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낙엽이 아프다고 해도 난 못들은 척하며 마당을 걸었다. 살짝살짝 -

 

기와집 위로 늙은 은행나무가 있었다. 기와골의 은행잎을 한줌 날려보고 싶은데 높아 도리가 없었으며, 아래의 풍경도 남의 텃밭 담장위에 올라 줌으로 겨우 담았다.

가을아 안녕!

 

빈 가지도 아닌데 까치는 언제 집을 지었을까 …

가을이 정말 가나보다.

가을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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