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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진해 식물원

새가 되어 날고 싶은 꽃, 극락조화(極樂鳥花)

by 실비단안개 200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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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식물원 다섯번째 방문 날.

식물원 방문 때마다 꽃의 이름 만큼이나 부담스러워 늘 주위만 맴돌았었다. 천상의 이름 같은 꽃이지만 일반인들이 만나면 왜 부담스러울까 할 정도로 색과 크기가 시원하다.

auto나 p모드로 풍경 담듯이 담는다면 두담이 없을 모습이지만 꽃 사진의 최대 묘미는 접사이다. 꽃잎의 결, 꽃술 하나까지 섬세하게 담고 싶은 것이 꽃을 담는 모든이들의 바람일테니까.

내가 꽃을 담는 모드는 꽃과의 거리는 1~2m 거리에서 p(auto 도 무관)모드로 설정하여 천천히 당기며 부분부분 담거나 전체를 담고, p모드에서 초접사로 담을 때도 있다. 아주 세세하게 담고 싶을 때는 두번째 방법인데, 극락조화는 초접사는 어울리지 않는 꽃이기에 p모드 줌으로 담아야 했는데, 식물원이란 수많은 꽃들의 집산지이며, 극락조화 옆으로 다른 꽃들이 배치되어 있기에 아웃포커스가 중요한데 나의 실력으로는 무리이기에 실수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다른 꽃들도 예외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극락조화는 그 크기에 다가가기도 전에 기가 죽는 꽃이었다.

 

첫날 방문 때부터 계속 피어 있었던 극락조화였지만 오늘 피어 있는 꽃은 그 생김이 영락없이 새가 되어 날고 싶은 모양새였기에 나의 큰 실수를 기대하며 처음으로 화단의 흙까지 밟으며 담았다. 그러나 더 큰 실수는 주어지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카메라질의 한계라고 할 정도로 오랜 시간 극락조화와 함께 하였다.

 

극락조화(極樂鳥花)는 극락조의 꽁지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극락조(極樂鳥)는 어떤 새일까?

극락조는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새이며, 파푸뉴기니아 국조(國鳥)이다. 

이 새는 불교와도 인연이 닿아 아미타경이나 정토만다라 등의 불경에서는 상상의 새로 그려진다. 여기에는 극락정토의 설산(雪山)에 살며, 머리와 상반신은 사람의 모양이고, 하반신과 날개, 발과 꼬리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관음도'와 같은 불화에도 극락조를 볼 수 있다.

극락조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새일까, 얼마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고운 춤을 추었으면 극락조(極樂鳥)라 불리웠을까. 지구에 존재하는 새일까? 검색을 하였다.

 

슬프게 얻은 이름 - 극락조

 

기이하게 생각되는 새가 하나 있다. 이름이 극락조이다. 세계의 내노라고 하는 새들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이런 극찬의 이름을 가진새는  발견 할 수 없었다.

 

영어 이름은 bird of paradise다. 천상의 새, 또는 천국의 새다. 역시 환상적인 이름이다.

극락이라 ---- 불교에서 말하는 천당인데 그러면 불사조나 봉황 같은 상상의 새인가?

 

이 새는 상상의 새가 아니라, 실제로 동남 아시아의 정글에 사는 현세의 새다.

이 새는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재삼 강조하여  말하지만 세계의 새들을 다 모아 놓아도 [이름 뿐만 아니라] 이만큼 예쁜 새를 찾아 보기는 힘들다. 극락조가 짙은 정글 사이를 사뿐사뿐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날개 옷을 입은 선녀가 하늘하늘 하강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천상의 새라는 이름은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것이 아니다.

가인 박명[佳人薄命]이라던가?

모진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불구가 되는 불행을 겪으면서 억지로 받은 서럽고 모진 이름이다.

사연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이 새의 생김생김과 살림살이를 알아본다.

 


극락조는 보르네오 섬과 그 인근 인도네시아 서부 일대,그리고 오스트라리아 서부 일대 깊은 숲 속에 산다.

종의 종류가 다양해서 42개나 되는 종이 있다.[이중 몇 종은 멸종된 것으로 짐작되어 살아있는 종만 38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크기 또한 차이가 극심해서 참새만한 크기에서 어지간한 거위 크기의 [길이 일 미터가 넘는] 큰 종도 있다.

생김생김이나 색깔도 가지각색이어서 그저 멧비들기 수준의 수수한 모습의 극락조에서 눈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극락조까지 변이의 폭이 엄청나게 크다. 소리는 별로 아름답지가 않지만 교미 때는 오페라 극장 같은 전용 무대를 만들어 놓고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며 짝을 유혹한다. 

                                     

그와 같이 남획된 이유는 그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깃털을 얻기 위해서였다. 뉴기니어의 추장이 요란하게 치장한 깃털도 실은 이 극락조의 털이다. 극락조의 깃털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 곳은 단지 이 열대지방의 검은 추장의 요란한 패션에서만이 아니었다. 19세기 세계의 중심지 런던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상류사회 여성들의 화려한 모자의 패션 주역도 극락조의 깃털이 담당했었다. 극락조는 이미 아세아에서 그 아름다움의 가치가 널리 알려져 이미 2000년부터 동남아 시장에서 거래되던  고급 상품이었다. 서방에 알려진 것은 1520년도였다.

술탄 바트치안이 세계 일주에 나섰던 마제란에게 이 극락조가 신의 새라고 소개하면서 스페인 국왕에게 전해 달라고 그 깃털이 고스란히 보존된 몇 장의 새가죽을 선사했었다. 마제란 함대의 유일하게 생존한  마지막 배가 돌아와 이 극락조의 깃털을 국왕에게 바치자 유럽에서는 그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이 화제가 되었었다.

 

뉴기니아 원주민들은 이 새의 깃털 가죽을 팔을 때는 날개와 다리를 제거 한 후 팔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새 깃털 가죽을 몰루카 섬에서 구입한 선원들이 그 섬의 원주민에게 극락조가 다리도 날개도 없이 살수 있냐고  물어본즉 그들은 그 새가 ‘bolong diuata', 다시 말하면 이 다리가 없는 새는 신을 모시는 새이기 때문에 절대 땅은 밟지 않고 하늘에서 흐르듯 살면서 이슬만 먹고 살다가 죽을 때에야 땅에 떨어진다고 설명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리는 없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그 때는 그런 때였던지 이런 전설을 유럽인들은 그대로 받아 들였다.

그 뒤 이 지역을 방문하는 탐험대가 드문 드문 돌아오면서 털가죽을 몇 장씩 가져오는 이 새는 천상의 새, 다시 말하면 Birds of Paradise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주어졌다.

 

원주민들이 신의 새로 부른다는 극락조의 현지명을 유럽형으로 바꾼 이름이다. 원주민들의 신과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 같을 수가 없으니 그런 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듯하다. 원주민들이 극락조의 다리가 왜 잘랐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추측은 어렵지 않다.

 

극락조에서 가장 상품가치가 높은 깃털은  긴 꼬리털이다.

원주민들은 아마도 극락조를 새끼 때 생포해서 잡아 직접 길렀을 것으로 보인다.

그 깃털은 땅에 끌리면 훼손되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나무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 안에 넣고 깃털은 밖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길렀던 것 같다. 일본의 긴 꼬리 장닭을 홰에서 기르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야생의 것을 잡아서 팔면 되지 왜 그런 사육의 귀찮음을 겪어야 하냐는 의문이 있겠지만  극락조는 날지 못하고 둥지에 있는 병아리 시절이 가장 잡기가 쉽기 때문인 것 같고  꼬리 깃털은 계속 자라니까 새의 일생 동안  서 너 번 씩 수확해서 팔 수 있는 생산성의 이점이 있다.

 

원주민들은 날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날개를 잘랐을 것이고 땅에 내려와 긴 꼬리털을 끌고 돌아 다니면 상하기 때문에 다리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다리를 어렸을 때 잘라 버렸기 때문에 상처도 흔적을 찾기 어렵게 아물었고 그 흔적도 깃털에 가려져 얼핏 보면 정말 다리가  없는 신비한 새로 여길 것이다.

 

이것이 맞는다고 보면 극락조의 환상적인 이름은 인간이 동물에 가한 잔인함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다한 이름의 뒤에서 인간들의 잔인한 탐욕함 때문에 원하지 않은 병신이 되어서 목이 메어 울었을 극락조의 슬픔이 묻어 있는 것이다.

극락조의 환상적인 이름을 낳은 환상적인 전설은 자연 과학자들이 뉴기니아나, 파푸아 뉴기니아를 방문해서 생태조사를 통해 그 실체를 파악 할 때까지 150년간이나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신비한 환상을 키웠다.

이 긴 세월동안 유럽 분류 학계는 이 새를 실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학명 까지도 선사했었다.

--Paradisaea apoda ---  다리가 없는 새라는 말이다.


극락조 중에서도 유달리 꼬리가 긴 종이다.

무지한 원주민들이 장삿속으로 한 거짓말이 최고 선진국의 학자들까지도 속인 믿지 못할 이야기다.

하여간 환상적인 이름에 환상적인 전설은 유럽의 상류사회 여성들의 구매 동기를 크게 자극했다.

19세기 후반의 여성용 정장에는 꼭 모자를 써야 했는데 극락조의 깃털은 여성들이 최고의 패션을 위하여 모자를 장식하는 필수품으로 사용 되었었다. 당연히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 무렵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극락조들이 무더기로 잡혀져 유럽으로 수출 되었다.

 

[이 무렵에 극락조의 존재가 불교 국가인 일본 조류학계에 알려지게  되고  극락조라는 불교식 명칭으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넘겨져 왔다. 지금 한국민의 정서라면 천국새나 낙원새가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 멸종의 위기까지도 왔지만 여러 보호단체의 노력으로 20세기 초반부터 구미 국가로의 수입이 금지되었다.
지금은 서식지 국가들도 사냥과 수출을 전면 금지하여 현재는 소수만 남았지만 그런대로 멸종은 면한 상태이다.   

 

자료수집중 이 극락조에 관한 특집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지 2007년 7월에 수록된 것을 발견하였다.

 

▲ 다양한 극락조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저작권이 염려되어 한 컷만 가지고 왔다.

 

(글과 이미지 출처 : NAVER 지식 iN http://kin.naver.com/knowhow/entry.php?d1id=10&dir_id=10&eid=DKTtmny/ivqi1qt0shfjh43Y45FIsifv&qb=sdi29MG2)

 

인터넷은 역시 정보의 무한 바다이다. 누군가의 수고로 많은 이들이 나누며 공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럼 극락조화는 과연 극락조의 꽁지처럼 아름다운 꽃일까? 가까이 다가가면 찔릴 수도 있는 꽃이다. 지상에서 잠시 쉬고 싶으니 가까이 오지 마세요 하는듯이. 아~ 그렇다고 실제로 찔린다는 것이 아니고 꽃의 생김이 그렇다. 또 액이 흐르는데 만지면 끈적거린다.

 

극락조화는 남아프리카가 고향이며, 꽃은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한다. 꽃말은 '사랑을 위해 멋을 부린 남자'이며, '영구불변'의 의미도 있어 고달픈 인생살이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꽃이 되기도 한다.

잠시 지상에 내려 쉬고 있는 꽃, 극락조화(極樂鳥花).

 

극락조화 / 손해일

하릴 없는 중생들이
고해에 잠든 사이
극락강 여울에 깃을 씻고
까마득한 어둠을 날아온
새여

이승에 잠시 날개를 접고
꽃으로 쉴 양이면
세상 괴로움 모두 거두어
푸등푸등
날아오르라

무명(無明) 구천(九天)을 다시 날아
연화정토
해탈문 보일 때까지.

 

 

한송이를 돌려 가면서 담았는데 꽃을 돌렸다는 것이 아니고 나의 위치를.

오렌지색 안의 군청색잎은 마치 낚시바늘같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신비롭든지 꽃잎 위 부분부터 봉부분까지 차례로 담아 보았다. 오후의 정다운 햇살에 오렌지색이 환상이었다.

 

 

 

 

 

 

 

 

       

        ▲▼ 위에 담은 꽃과 다른 꽃이며, 뒷모습인데 끈적이는 액이 보인다. 이 꽃은 마치 사슴의 황금왕관같았다.

 

 

 

 

☆.. 촬영장소 : 진해농업기술센터 內 진해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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