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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巨濟島, 詩人과 함께 가다.

by 실비단안개 2008.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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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와 봄까치꽃이 피었다고 삼천리가 아직 모두 꽃길은 아니며, 설명절 전이니 설을 전후로 몇 차례의 깜짝 추위와 꽃샘추위까지 남아 있으니 서툴게 외투를 벗을 수도 없는 2월이다.

그리움은 참 몹쓸병이다. 스스로 처방하여 치료를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감사하게 시인 이채구 님께서 내 병을 치료를 해 주시겠단다. 어쩌면 서로에게 기대어 각자의 병을 치료하고 싶었는지도 모르며 혼자 감당을 못하여 함께 아프자 내지 치룟길을 찾자였을 수도 있다.

 

은밀하게 메신이 오갔다.

"남해, 거제, 함양 중에 선택하세요."

장승포의 '개포상회'는 건재할까, '바람의 언덕'에는 동백꽃은 타는 가슴 달랠 길 없어 쪽빛 바다에 투신을 할까, 그리움의 마침표를 거제에서 찍을 수 있을까, 여전한 물음표를 달고 거제행을 예약하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다만 나의 기대며 처방전이었고 우리는 발길 내딛으며 거제도의 지도를 그리기로 하였다.

 

몇차례의 통화 끝에 거제아일랜드호를 예약할 수 있었다.(풍양카훼리 : ☎ 1688-4808)

2월 1일 오전 9시 30분 안골 출발호.

아일랜드호는 사람과는 달리 차는 3일전부터 예약을 받으며, 또 예약을 해야 승선이 가능하고 배가 출발하기 15분 전까지 예약표를 구입하여야 한다.

2월 1일 오전 8시 58분, 시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앞 도착'

감기를 사랑해도 책임을 질 수 없다던 시인은 단단히 차비를 하였으며, 나 또한 옷을 여러겹 입고 머플러와 장갑 등 외출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챙겼다. 카메라 배터리도 여유분을 준비하고.

선표를 구입함과 동시에 승선이 이루어졌으며, 우리는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한 자리가 있는, 간단한 요기가 가능한 휴게소에 자리를 잡아 카푸치노를 마시며 서로의 지도를 꺼내어 퍼즐 놀이를 하였다.

 

가장 좋은 여행은 목적지없이 발을 내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걷다가 때로는 일그러질 수도 있는 길, 그것이 때로는 여행의 백미일 수도 있다. 또 계획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싱거운 일인가. 어긋남과 헷갈림으로 지루한 걸음에 당황스러움은 윤활유가 될 수도 있다.

 

천천히 밑그림을 그렸다.

하루는 결코 긴 시간이 못된다. 그러나 �길 이유와 필요는 없어야 한다. 하루, 우리는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와 어딘가에 구속이 된다면 진정한 자유가 아니기에.

 

"선편으로 도착을 하였지만 돌아가는 길은 차편으로 하자"에 동의하였으며, 도착지인 거제 농소(간곡)를 출발지로 하여 바닷길을 따라 달리기. 그 사이사이 공고지, 바람의 언덕, 와현, 홍포, 둔덕골까지 포함을 시켰다. 이는 물론 어긋날 확률이 더 높다.

 

몇 분 후면 농소에 도착을 한다. 저마치 쌍둥이 화장실이 보인다. 농소의 화장실은 크고 작은 몽돌로 만들어져 있으며, 특별할 것은 없지만 쌍둥이 화장실이란 것이 재미있다.

 

        ▲ 농소 바닷가와 쌍둥이 화장실 중 한 곳.

 

맑다.

참 맑다. 하늘, 바다, 산이. 달리고 닿아 우리도 맑아지자.

 

작은섬에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마을로 천천히 들어서니 바닷가에서는 젊은 남자와 여자가 호미질을 하고 있었다.

"바지락을 캘까요?"

그들은 낚시 미끼인 지렁이를 캐는 중이었다. 서툰 낚시꾼인 것이다. 꾼의 밑밥과 미끼는 다양한 종류로 시중에 판매중이며, 크릴새우와 소라까지 이용하니 지렁이를 채취한다는 것은 잔손맛을 느끼고픈 잠시 바다를 다녀가는 서툰 꾼인 것이다.

 

방파제쪽으로 가니 언덕에 봄빛같은 교회당이 있다. 예배당.

차를 돌려 그 예배당으로 가니 텃밭에는 마늘과 겨울초, 자투리 배추가 있었다. 시인,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풀섶에서 봄까치꽃과 눈맞춤을 한다. 아직 채 겨울 티를 벗지 못하고 잠에서도 깨어나지 않았다.

검불 이불 살짝 덮어두고 일어섰다.

 

 

 

 

어디일까, 어디쯤 왔을까,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왔던 길을 되돌아 보았다.

거제도는 많은 도시인들이 꿈 꾸는 낙원이다. 도시인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쉬어가고 싶고, 쉬고 싶고, 때로는 주저앉고 싶은 섬이다. 누가 지었을까, 유무인도 모두 이름표를 달았다. 모두가 다른 이름으로. 그리고는 쪽빛 바닷물에 풍덩풍덩 발을 담그고 있다. "앞을 잘 보며 달려요. 아무리 '기다림'과 '실비단안개'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우리가 섬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바짝 산쪽으로 붙지않아도 바다가 우리를 따라 춤 추듯이 산도 우리와 함께 달린다.

 

 

 

새색시 첫날밤 옷 벗는 소리는 듣지 못하여도 확성기를 들이 댄듯 웅성웅성 들릴듯이 대나무가 정갈하게 수런거린다.

일본과 가까운 거리다보니 죽순을 많이 수출하였는데, 지금은 사양길이지만 거제의 곳곳에서 대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때로는 유자밭의 담장으로 또 때로는 집의 울과 방풍림으로. 색이 참 곱다. 때 묻지않은 햇빛으로 목욕이라도 한 것일까.

죽순은 끝이 살짝 보일 때 흙을 파서 채취를 하여야 순하며 제 맛을 느끼는데, 시중의 많은 죽순은 이미 쑥 자란 후에 채취를 하기에 그 맛이 질겨 죽순이라기보다는 순한 대나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시인의 설명이었다.

고른 버섯과 죽순이 함께 한 전골이 먹고 싶었다.

잠시의 움직임인듯 하였는데 유별나게 설치는 탓에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밥 먹자, 하며 재촉을 할 수는 없는 길이다.

관포를 지나 멈춘 곳은 외포 대계였다. 죄 지은 자 댓잎 조심조심 가르며 그 사잇길로 와서 용서를 구하세요 - 하는 듯이 대나무는 교회의 울이 되어 있다.

 

 

 

 

방금 고깃배가 들어 왔을까, 갈매기는 물고기 대신 바닷물을 챈다. 그들만의 후식인가.

"내려 주세요." 나의 이기심은 어느 곳에서나 빛이 난다.(동행을 하는 분들에게 참 미안하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 난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마을이다. 생가는 방문하지 않았으며, 아니 쪽빛에 부숴지는 햇살이 더는 요구하지 않았기에 몽돌이 널린 바닷가에서 보석보다 더 빛나는 바닷물을 두레박질을 하여 내 마음에 담았다. 그 물빛으로 세수를 한 몽돌도 빛이 난다. 종일 함께 하여도 빛이 바랠 염려가 없지만 걸음을 조심스레 돌렸다.

 

 

요즘도 멸치잡이를 할까, 멸치잡이의 부호 동네, 트럭의 포장을 걷었다. 멸치와 청어가 빛나고 있었다. 햇살에 비늘 하나하나가 보석이다. 코 끝에 닿는 비릿함 보다 먼저 눈에 박히는 비늘보석들.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드는데, 요즘은 과메기 수요가 많다보니 공급이 부족하여 꽁치가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단다.

과메기는 처음 맛 볼 때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지만 한번 손을 대면 계속 손이 가는 술 맛을 돋구는 안주다.

 

통동백 나무가 도로마다 빛이난다. 거제에서는 빛이 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사이사이 붉은 정열이 빛난다. 더 빛나기 위해서는 여러날을 기다려야 하지만, 드문드문일 때 우리의 감정은 더 소용돌이 친다. 애닮다. 하여 더 소중하다. 그리운 사람 한없이 마주하지 못할 때처럼.

 

  

 

 

굽이굽이 중에 햇살 더 좋은 곳, 하늘 더 가까운 곳에 작은 성들이 정갈하다. 파헤쳐지는 흙과 베어지는 나무를 보면 이건 아니야 하면서도 그림보다 이쁜 작은성은 더 가까이 오라고 속삭인다. 펜션이다. 게제도 외에도 펜션은 매일 지어진다. 먼 여행길에서 하룻밤 묵고 싶은 '여인숙'의 꿈은 펜션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바짝 다가왔으며 나도 기웃거린다.

 

잘 정리 된 길다란 섬이 가덕도이다.(사진으로는 흐릿하지만 실제는 선명하게 잘 보인다.)

포근하여 벗은 손으로 거리를 재어 보았다. 거제도와 가덕도는 한뼘의 거리도 되지 않았다. "헤엄을 치면 30여분이면 갈 수 있을거야."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지난 여름날 친구와 찾았던 덕포동네이다. 미디어몹의 8비트 소년 님이 외국에 계시는데 고향이 그립다고 하여 풍경을 담아 준 동네다. 이팝나무는 나무로는 드물게 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다. 지금은 이팝나무가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었기에 산림요원에게 물어 이팝나무를 찾았다. 이팝나무는 덕포교회와 함께 풍경을 만드는데, 눈이라도 내려 그 눈이 이팝나무꽃이라도 되어주면 좋으련만 하늘은 더 없는 포근함만 내려주고 있었다.

 

덕포(德浦) 이팝나무

◈ 지정번호 : 경상남도 기념물 제95호
◈ 수량 및 규모 : 1주
◈ 소유자 : 거제시
◈ 소재지 : 옥포2동 1039번지
이 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주로 자라며 옛날에는 당산목으로 많이 심었다. 나무의 높이는 15m, 둘레 3m, 수관은 동서 16m, 남북 14m로 수령은 약 300년 정도이다.
꽃잎의 모양이 흰 쌀밥과 같다하여 흔히들 이팝나무라고 한다. 5월 초순부터 하순에 걸쳐 꽃이 활짝 피게 되면 나무가 온통 백설로 뒤덮인 것처럼 장관을 나타낸다. 덕포동의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나무의 꽃피는 모양을 보고 그 해의 풍흉을 점쳤다고 하는데 즉 꽃이 활짝피면 풍년이 들고 꽃이 시름시름하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이 나무 곁에 있는 작은 돌무더기로 된 탑은 이곳 사람들이 마을의 안녕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면서 쌓았다고 하며, 왜적이 침입할 때면 방어용 무기로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출처 : 거제문화 예술교육)

 

        ▲ 대우조선소

 

 

팔랑포 방파제 건너편의 대우조선소를 먼 발치에서 한눈으로 찍고 돌아 또 그 앞을 지나 지난 여름아침에 밥을 먹은 장승포로 갔다. 바닷가에서는 바다를 담은 음식을 먹어야겠기에 '뚝배기 해물탕'집으로 갔다. 어느지역이나 맛이 괜찮은 집은 여러 방송을 탔다는 알림 있는데, 이 집 또한 예외가 아니었으며, 그 예외가 아닌 만큼 맛 또한 참 바닷맛이었다.

 

 

해물뚝배기집은 장승포 여객터미널 맞은편을 조금 비켜 관광유람선 주차장 건너편에 있으며, 그 옆으로 세관이 있어 찾기에 아주 수월하다. 커다란 뚝배기에는 낙지, 홍합, 부채조개, 맛조개, 소라, 꽃게, 새우등 많은 해물과 콩나물이 한소큼 끓여져 나오며 식탁의 불에서 다시 한번 끓여 먹으면 된다.

시인은 연신 입을 벙긋거렸다. 소문으로 이미 맛을 익힌터이지만 그래도 직접 먹고 싶었는데, 소문의 맛이 공갈이 아니라 안심이라는 듯이. 그외 찬은 일반 밥집의 밑반찬과 비슷하였는데 깻잎장아찌가 유독 입에 감겼다.

 

 

 

 

위를 채웠으니 다시 가슴을 뜨겁게 채워야지. 장승포 바닷가에는 바다를 대표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마주한 빨갛고 하얀 등대와 뱃사람, 갈매기,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배기집과 문화예술회관이 있다. 가로등에서 쉬고 있는 갈매기야 다시 함께 떠나자.

잘 빗질 된 날개같은 구름도 함께.

 

 

 

우리가 각자 그린 지도에서 가장 아귀가 잘 맞은 곳은 '공고지'이다.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가슴은 방망이질을 하였지만 길은 결코 재촉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소중한 자유의 길이었기에. 언땅을 더 조심히 밟아 나갔다. 조성 된 새로운 식물을 만나고 그 아래에서 이미 수선화의 새싹을 발견하였다. 잠시 지나 온 길을 돌아보면 그곳은 많은 바다 중에 또 다른 풍경의 바다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고, 예나 펜션은 손으로 살짝 떠다 옮겨놓은 듯 또 숲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첫입구의 안내 표지 외에 그 어느 표지도 없었다. 언덕같은 산을 올랐다. 우리는 모두 첫 길이었기에 그 거리가 얼마인지를 모르며 앞으로 몇 시간을 걸을 수도 있는 길이다.

사전에 아무런 검색도 하지 않았다. 그저 종려나무 숲이 있고 바다위에 수선화가 핀다는 바람이 들려준 정보 외에.

 

언듯 녹는 듯 마른 듯한 길을 걸었다. 그리 경사진 길은 아니었지만 시인은 나를 염려하여 걷기에 무리가 없느냐고 물어 왔다. "이런 길일줄 알았더라면 좀 더 편안한 신을 신을 걸 그랬네요, 그러나 큰 무리는 없습니다."

낮은 부츠를 신었다. 아직은 완전히 풀리지 않은 날이기도 하였지만 먼 길에는 부츠가 발의 피로를 줄일 수 있기에. 문제는 평소에 신던 부츠가 아닌 얼마 신지 않은 새롭다면 새로운 부츠라 흠집이 날까 약간의 걱정은 되지만 뒷걸음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걸음걸음 확인을 할 수도 없으며 소매섶으로 닦아가며 걸을 수도 없다.

 

등성에서 두갈래 길이 나왔다. 손바닥에 침을 뱉어 검지와 중지를 모아 튀겨 정할 수 없는 길이었기에 우리는 바다끝이 보이는 길보다는 숲으로 향하는 오른편의 길을 선택하였다.

천주교 공원묘지가 나왔으며, 막내딸이 보고파 일찍 나왔을 수도 있는 할미꽃을 찾아 두리번 거리기도 하였지만 할머니는 아직도 나들이 채비중인지 그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잔잔한 솔바람 사이로 바다가 보이고 애기동백(산다화: http://blog.daum.net/mylovemay/13630390) 터널이 나왔다.

 

 

수많은 언어에서 착하며 정다운 단어들을 정갈하게 고르는 일이 시인인지라 시인이 호들갑스러워졌다. 아이가 되었다. 애기동백은 쪽동백보다 먼저 꽃을 피우며 차가운 날에 붉음이 절정인데, 이제 그 빛을 떨구기를 하였으니 봄은 공고지를 들락거리는 것이 분명하다. 애기동백꽃이 겸손하게 그러나 쉼 없이 터널 돌길에 잎을 떨구고 나도 시인을 따라 호들갑스러워졌다.

우리는 동행이라도 생각이 같을 이유와 필요가 없지만, 따라서는 눈빛 나눔도 없이 이렇게 함께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동행이 있는 나들이의 맛일 것이다.

"꽃잎이 산화하는 냄새는 여름냄새 같아서 참 좋습니다."

여름냄새, 나도 코를 벌렁거렸다.

피빛이 뚝뚝한 그 돌길에서 몇번이나 넘어질뻔 하였지만 늙은 나무는 낭자함을 원하지 않았는지 그때마다 닿지않지만 손길로 우리를 세워주었다. 터널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종려나무숲은 어디쯤 있을까, 수선화는!

 

앞서 걷는 시인은 애기동백의 빛 바램이 안타까운지 정호승 님의 수선화를 불러 온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내도

 

애기동백 늙은 그루 사이사이로 바다로 향하는 길이 있다. 나무들은 손길만큼 정성스럽게 보호가 되었으며, 공고지의 방풍림은 바다와 내도(內島) 같았다. 바뀌었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짐을 받는 약속을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말없이, 아니면 그들만의 언어로 약속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변종이 아닌 순수 팔손이나무다. 바다에 비친 햇살이 나뭇잎에도 앉았다. 빛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중에 바다가 고픈 씨앗 한톨이 나무의 가지와 가지 사이에 둥지를 틀었다. 차마 우리는 오를 수 없는 위치에. 뿌리는 어떻게 내릴까, 아마 잘 살아 갈거야. 인간의 손만 스치지 않는다면. 호들갑은 줄어들지만 궁금증은 더 하는 시간이었다.

 

터널 오른편으로 돌을 쌓은 터전이 나오고 종려나무가 갈래갈래 펼쳐진다.

갑자기 종려나무의 생김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종려나무가 어떤 나무에요? 아마 보면 아~ 할 수는 있겠지만."

드라마 '종려나무 숲'의 삽입곡 중에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있는데. 

 

 

우리 동네의 해안도로에 심어져 있는 나무가 종려나무였다. 아 맞다. 종려나무는 가로수와는 달리 정말 숲으로 있었다. 하늘이 무너질리 없건만 갈래갈래로 잎을 나누어 하늘을 떠안고 있었다. 그 숲 사이사이에는 애기유자가 다른 빛나는 것들처럼 빛나고 있었고.

 

유자라기에는 작지요?

금귤?

금귤은 아니죠, 꼭 탱자 크기네. 그러나 탱자도 아니고.

아~ 가시는 있습니다. 잎은 햇빛을 적게 받아 큰가?

 

또 그 사이에 금귤나무도 열매를 단 채 그대로 있었다.

 

햇살은 봄이며, 쪽빛 바닷물과 하늘은 여름이고 금귤과 유자가 있으니 가을과 겨울도 걸쳐져 있다. 공고지에는 사철이 함께하였다.

 

 

 

종려나무 숲을 따라 돌담길이 있다. 숲의 담장과는 다른 담장이기에 이제 주인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놈의 가슴은 그칠새 없이 방망이질이다.

 

뿌리가 파도에 씻겼나, 뿌리와 줄기같은 나무가 뻗은 몽돌밭을 막 깨어난 갈매기 새끼처럼 뒤뚱뒤뚱 걸었다. 찔레의 가시가 스치기도 하였고. 다른 바닷가 동네였다면 마늘이 심어져 있을 법한 바다위의 밭에 수선화가 싹을 올리고 있었다. 언제나 피어날까, 언제 그 화사한 꽃잎을 열어 하늘과 바다를 취하게 할까. 내 마음은 언제나 진정이 될까.

 

 

마늘밭의 거름은 굴껍데기다. 굴껍데기는 칼슘을 주성분으로 하기에 토양의 성질을 개선하여 작물에 대한 양분의 공급력을 높이기 때문인데, 공고지의 수선화 밭에는 잘 말려진 해초가 거름이 되어 있었다.

여러군데에 조성 된 수선화밭을 보며 주인의 수고와 풍경이 그려지지 않아 그 꽃만 그려 보았다.

 

 

과히 개들의 합창이다. 무섬증이 들었다. 시인도 개가 무섭다고 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계세요?

 

여름날 장마통에 한숨 자고 일어나면 빗소리는 좔좔한데 인기척이 없어 무섬증이 들어 할머니를 큰소리로 부렀듯이, 내 할머니를 찾듯이 그렇게 몇번이고 불러도 답이 없었다.

시인은 할아버지만 찾았다. 할아버지의 모습 또한 어디에도 없었다.

조심조심, 보폭을 조금 멀리 그러면서 가까이 집으로 들었다. 할머니?

아무도 계시지 않았다.

* 더 자세히는 '공고지'편에 예정.

 

거제시 동부를 빠져나와 남부면으로 갔다. 도장포 '바람의 언덕'으로.

* 바람의 언덕 : http://blog.daum.net/mylovemay/12518384

 

 

내 욕심에 그냥 그리웠다. 바람의 언덕보다 더 그리운 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이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바람의 언덕 동백꽃이 서럽도록 그리운 건 이 계절 나만의 욕심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고집대로 나만의 그리움으로 돌돌 말아 본다.

도장포 그 길을 따라 바람의 언덕 동백나무 군락 아래에 섰건만 동백꽃은 매정하게 꽃을 드문드문 피웠으며, 서럽도록 버려두지도 않았다. 추스려야지. 그리움 더 깊이 감추어 그리움 단 한번도 가진적이 없는 듯이.

 

 

 

시인은 제법 용기를 가진듯한 4~5학년 사내아이처럼 그네를 탔다. 바다위를 오가는 것이다. 땅이 멀어 발을 어떻게 디뎌 내릴까.

그래도 겁도없이 그네질이다.

조심하세요!

마른풀이 미끄럼틀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안전을 주문하였다.

 

바람의 언덕은 떠나는 이의 뒷모습과 보내는 이의 가슴 속만큼 바람이 인다. 그 누구도 발끝에 조차 온기를 간직하지 못한 것 처럼.

마른 흙에 언제 온기가 스밀까. 내 마음과 네 마음 닿듯이 그렇게.

 

 

 

등대의 색깔은 초록과 연두의 중간에 흰색을 약간 섞은 듯 하다. 일반적으로 등대는 붉은색과 흰색이 마주한다. 그러데 바람의 언덕은 마산의 저도 등대와 함게 초록빛이다. 이제 세상을 향하여 발을 디뎠으니 초록을 벗어도 좋으련만 언제까지 초록으로 숲인양 바다인양 언덕아래에 있을 것인지.

 

종일 세상을 비춘 해도 쉬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시인이 해에게 그런다.

"종일 열심히 사느라고 수고했다."

나도 열심히 살았을까? 누구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듣고 싶은 말, "종일 수고 많았어요!" 그 작은 건넵이 하루분의 피로를 잊게하며 내일은 더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다짐을 하게 한다.

 

 

        ▲ 줌으로 담은 숭어망루

 

등대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솔숲 사이에 망루 한개가 있다. 숭어 망루이다. 숭어두리는 산자락 망루에서 지키고 있다가 숭어떼가 그물 안으로 들어오면 물속에 가라앉힌 그물을 들어올려 입구를 막아 잡는 방법으로, 마을 어촌계에서 배를타고 나와 그물속에 갖힌 숭어를 실어 나가는데 거제에서 숭어를 많이 잡는 시기는 4월이며, 일운면 양화, 동부면 학동, 남부면 도장포등의 지역에서 '숭어두리' 라는 방법으로 숭어를 잡고 있으며 어획량 또한 많다.

숭어잡이는 거제도 외에도 가까운 가덕도도 유명하다. 손택수 시인의 '가덕도 숭어잡이'를 읽으며 눈을 감고 함께 그려보자.

 

절벽 끝에 물수리가 떴다.

동력을 꺼버린 목선처럼 꼼짝 않고 물속 동정을 살피고 있는 수리, 안으로 움츠린 발톱이 근지러울 것이다 저 발톱 끝이 구름 속의 번개처럼 좌악 펴지는 순간 후려랏! 어로장의 깃발이 올라가리라 신호기와 함께 수면이 팟 팟 깨어지면서 그물망 위로 파다다닥 은비린내가 온통 봄하늘을 물들이리라.

그러나 지금은 숨소리 하나도 가만히 눌러 죽여야 할 시간, 일필휘지 허공을 단숨에 그어내리기 위하여 망루에 오른 어로장은 벌써 몇시간째 꿈쩍을 않는다.

손택수 <가덕도 숭어잡이>전문

 

아래 사진의 가운데 솔숲 사이에 보이는 하얀 점이 숭어망루이다.

 

 

 

바람의 언덕을 빠져나와 찾은 곳은 해금강 신선대이다. 비 내리던 여름날과는 달리 나들이객이 없었으며, 나들이객이 없다보니 고동을 판매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았다. 우리도 잠시 눈을 한바퀴만 돌렸다.

 

 

 

이제 돌아섰다. 오후에 고로쇠물을 분담하던 분들도 보이지 않았다. 고로쇠나무는 멀리서 보면 산의 중간중간에 하얗게 빛이나며 요즘이 골로쇠수액 채취 시기이다.

 

'고로쇠'는'뼈에 이롭다’해서 골리수(骨利水)라고도 불리는데 해발 600∼900m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하며, 고로쇠나무의 몸통에 상처를 내 뿌리에서 줄기로 올라가는 물을 인위적으로 채취해 얻는다.

성분은 당분, 철분, 망간 등 미네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산후병이나 신경통, 위장병, 고혈압, 비뇨기 계통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 희귀한 약수로 유명하다.

 

'고로쇠'하면 김달진 문학제 수상작인 김륭 님의 '지리산 고로쇠나무'가 생각난다.

 

 

 

 

동부에서 남부로 가던 길에 선편을 예약하였다. 오후 5시 30분으로 예약을 하였다가 이동 거리 탓으로 조금 넉넉하자며 다시 6시 50분 막배로 변경을 하였다. 도장 박듯이 일몰까지 마음에 각인하고 싶었지만 하늘은 푸른빛에 회색을 덧칠하기를 하여 종일 수고를 한 해를 하늘 서쪽에 그대로 버려두었다.

 

저녁 연기가 피어 오른다.

 

 

거제도는 우리나라 동남쪽에 위치한 두번째 큰 섬으로 대한해협을 끼고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심장부이며, 62개의 유무인가 있으며, 바다물에 700여종의 수산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북위 34도로 6백여종의 상록수림이 울창하여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여 연간 3백만 명의 관광객이 명승 제2호 해금강과 10개의 해수욕장을 찾는 환상의 섬이자 관광의 낙원이다.

 

직업의 다양화와 토요 휴무제로 휴가철이 이제는 따로 없다. 꼭 무엇을 얻어야만 멋진 여행이 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집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여행인 것이다.

주말이다. 가볍게 나서자.

 

☆.. 딴은 버거웠을 수도 있는 큰짐을 내색않고 조용히 동행한 친구, 시인 이채구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공고지에 수선화가 피는 날 한번 더 손 잡아 주시길 희망하며 공고지와 다른 사진들은 시간 내어 따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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