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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종려나무숲이 있는 거제 공곶이의 풍경

by 실비단안개 2008.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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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거슬러 올라 간다. 아래의 포스트와 이야기가 이어지니까.

 

巨濟島, 詩人과 함께 가다. : http://blog.daum.net/mylovemay/13957265

 

위의 내용에서 잠시 불러오기 -

우리가 각자 그린 지도에서 가장 아귀가 잘 맞은 곳은 '공고지'이다.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가슴은 방망이질을 하였지만 길은 결코 재촉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소중한 자유의 길이었기에. 언땅을 더 조심히 밟아 나갔다. 조성 된 새로운 식물을 만나고 그 아래에서 이미 수선화의 새싹을 발견하였다. 잠시 지나 온 길을 돌아보면 그곳은 많은 바다 중에 또 다른 풍경의 바다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고, 예나 펜션은 손으로 살짝 떠다 옮겨놓은 듯 또 숲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첫입구의 안내 표지 외에 그 어느 표지도 없었다. 언덕같은 산을 올랐다. 우리는 모두 첫 길이었기에 그 거리가 얼마인지를 모르며 앞으로 몇 시간을 걸을 수도 있는 길이다.

사전에 아무런 검색도 하지 않았다. 그저 종려나무 숲이 있고 바다위에 수선화가 핀다는 바람이 들려준 정보 외에.

 

언듯 녹는 듯 마른 듯한 길을 걸었다. 그리 경사진 길은 아니었지만 시인은 나를 염려하여 걷기에 무리가 없느냐고 물어 왔다. "이런 길일줄 알았더라면 좀 더 편안한 신을 신을 걸 그랬네요, 그러나 큰 무리는 없습니다."

낮은 부츠를 신었다. 아직은 완전히 풀리지 않은 날이기도 하였지만 먼 길에는 부츠가 발의 피로를 줄일 수 있기에. 문제는 평소에 신던 부츠가 아닌 얼마 신지 않은 새롭다면 새로운 부츠라 흠집이 날까 약간의 걱정은 되지만 뒷걸음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걸음걸음 확인을 할 수도 없으며 소매섶으로 닦아가며 걸을 수도 없다.

 

등성에서 두갈래 길이 나왔다. 손바닥에 침을 뱉어 검지와 중지를 모아 튀겨 정할 수 없는 길이었기에 우리는 바다끝이 보이는 길보다는 숲으로 향하는 오른편의 길을 선택하였다.

천주교 공원묘지가 나왔으며, 막내딸이 보고파 일찍 나왔을 수도 있는 할미꽃을 찾아 두리번 거리기도 하였지만 할머니는 아직도 나들이 채비중인지 그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잔잔한 솔바람 사이로 바다가 보이고 애기동백(산다화: http://blog.daum.net/mylovemay/13630390) 터널이 나왔다.

 

 

 

애기동백 터널을 걸으며 시인은 그랬다.

"꽃잎이 산화하는 냄새는 여름냄새 같아서 참 좋습니다."

여름냄새? 나도 시인의 그 여름냄새를 맡고 싶어 코를 벌렁거렸다.

지금 우리가 맡는, 도시인이 맡는 여름냄새는 어떤 냄새일까?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 나는 도시의 여름냄새를 기억하지 못한다. 시인의 기억에 자리한 여름냄새는 우물에서 길어올린 신열무김치 냄새일 수도 있고, 잘 익은 수박향일 수도 있다. 수박을 이야기할 때는 향이라고 하지 냄새라고 하지 않으니 신열무김치 냄새일까, 아니면 바닷바람 냄새일까, 그도 아니면 바닷바람에 말려지던 생선의 알몸 냄새일까? 제법 긴 터널을 걸어면서 몇번이고 이야기한 여름냄새, 그건 분명 고향의 냄새일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냄새는 오래전의 것을 보통 이야기 한다. 시인의 고향은 거제이며 성장은 통영에서였다.

 

내가 기억하는 여름냄새는 낮에는 뙤약볕에 숨을 헐떡이는 흙냄새며, 밤이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깃불 냄새와 거름냄새이다.

나는 거름냄새를 고향의 향기라고 하였으며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막 웃었다. 기껏 거름냄새가 고향의 향기냐고. 낯선동네를 가더라도 거름냄새는 같았다. 내 취향이 독특한가?

 

수선화는 아직 어린데 앞서가던 시인은 정호승의 수선화를 불렀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내도 : 낙타가 물에 떠 가는 모습 같아 '낙타섬'으로도 불린다.

 

헤엄을 쳐서 건널 수 있을 것 같은 내도는 애기동백 터널을 걷다가 수시로 만날 수 있다. 어느 누구와의 동행일지라도 나는 언제나 걸음이 느리다. 하늘 땅, 좌우를 살펴야 하기에. 역시 앞서 가던 시인은 털머위에게 장난을 건다.

"스스로 짝을 찾지 못하니 이렇게 혼인을 시켜줘야지."

꽃이 진 털머위 홀씨를 손으로 날린다. 한걸음은 시인이고 또 다른 한걸음은 개구진 소년이다.

 

 

 

팔손이나무 숲에서 알림표지 하나를 만났다. '몽돌반출금지'.

공고지 뿐 아니라 거제의 다른 몽돌 해수욕장도 몽돌반출은 금지다. 가지고 가는 사람에게는 몇개되지 않는 몽돌이지만 많은 인원이다보면 그 몽돌 수는 많아지며, 해수욕장은 그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향한 종려나무숲을 지나 이제는 바다를 향한 종려나무숲이다.

이쯤에서 '종려나무숲'의 배경음악이 흐른다면 지금보다 더 이쁜 인터넷이 될텐데 아쉽게도 아직 그런 기능은 없다.

이 포스트의 처음부터 흐를테지만 가진 음악 중에 종려나무숲의 배경음악 중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듣자. 11월 뿐 아니라 사철 좋아하는 음악이니 내 블로그 방문님들에게도 결코 낯선 음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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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돌담장을 따라가면 바다다. 바다를 만나러 왔는지 수선화를 만나러 왔는지 종려나무 숲을 거닐고 싶어 왔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 공고지다. 애기동백나무 터널 이전부터 공고지였다.

 

공곶이는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공곶마을이며, 몽돌해수욕장과 갯바위낚시터, 식물농장, 천연상록활엽수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 수선화는 공고지를 대표하는 명사이다.

해변 2km의 몽돌밭이 반원형으로 뻗어 있으며, 내도를 마주하고 있다. 수선화가 있는 식물농장은 1969년 부부가 100여평의 땅을 매입하여 지금은 3만여평을 소유하며, 그중 1만여평에 종려나무를 비롯한 50여종의 식물을 가꾸며 살고 있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공고지의 식물농장은 외도의 식물농장처럼 인위적이지가 않다. 돌 하나하나를 성을 쌓듯이 쌓아 밭을 만들고 바닷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거주지 주변도 돌담을 쌓았다.

 

 

거주지는 바다와 인접하지만 바람과 파도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돌담장 밖으로 작은 몽돌무덤같은 것이 또 있다. 몽돌밭에는 뿌리인듯 줄기인듯한 식물이 알몸으로 있었으며, 찔레도 있었다.

붉은 해당화가 핀다면 더 잘 어울릴것 같았는데, 식물들이 아직 겨울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었다.

 

 

나이많은 나무 한그루가 유독 눈에 띈다. 가지 부분은 겨울이며 또 부분부분들은 잎을 달고 있고 나무의 뿌리쪽은 파도에 밀린 크고작은 돌들이 박혀있다. 살을 뚫는 아픔을 견디고 나무는 묵묵히 바다를 향하고 있다. 노부부의 수호신인양.

 

        ▲ 뿌리 사이사이에 박힌 돌

 

 

공고지 식물농원의 2,000여평에 수선화가 심어져 있다. 하나의 밭에 심어져 있기도하고 다른 나무 아래에도 심어져 있다. 수선화밭의 거름은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말린해초였으며, 수선화는 일정한 간격으로 제법 자라있다.

우리는 노부부를 만나지 못하였다. 만나뵙고 궁금한 모든 것을 여쭙고 싶었지만, 개 몇마리만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공고지를 나와 목이 말라 들린 작은 가게의 주인에 여쭈니 요즘은 나들이객이 적지만 수선화가 피면 많은 나들이객이 있고, 입장료는 없다고 하였다. 수선화는 4월 중순경에 핀다고 하였으니 군항제를 마치고 다시 찾으면 될 듯하다.

 

수선화밭 너머 멀리 하얀등대가 보인다. 일운면 지세포에 위치한 서이말등대(1944년)다.  일제 시대에 세워졌으며, 지금은 일반인은 출입을 통제한다. 

 

        ▲ 줌으로 잡은 서이말등대

 

 

 

 

 

식물농원의 노부부댁이다. 다른 농어촌의 가정과 비슷하다. 마당에는 미역과 작두콩과 메주가 말려지며 동백나무옆으로 할아버지의 대나무 낚싯대가 있다. 욕심이라고는 한줌도 없는 풍경이다.

 

 

 

 

이제 돌아서야 하는 시간이다. 여러 종류의 열매와 식물을 만나고 다시 종려나무숲을 지나 2~300m의 애기동백 터널을 걸었다.

 

 

 

 

 

가면서 잠시 주춤하였던 두갈래 길에서 나무 지팡이 같은 것을 만났다. '지금은 외출중'이라는 알림일수도 있다. 시인과 내가 쓴 소설의 한토막이다.

 

이 계절에 노지에서 꽃이 핀 수선화를 만나야겠다면 그것은 어거지다.

4월의 공고지 풍경은 어떤 풍경일까?

그날을 기약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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