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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그 바다와 가장 가까운 바다

by 실비단안개 2008.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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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바닷가를 이야기하려면 동요 '바닷가에서'가 먼저 떠오른다. 제목 보다는 해당화가 곱게 핀~ 이 먼저 흥얼거려지며 금빛으로 빛나는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바닷가에서 장수철 작사 / 이계석 작곡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갈매기 한두쌍이 가물거리네

   물결마저 잔잔한 바닷가에서

 

   저녁놀 물드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노라면 수평선 멀리

   파란 바닷물은 꽃무늬 지네

   모래마저 금같은 바닷가에서

 

몇 천년은 산듯한 둥그나무 아래에는 나무처럼 둥그스름한 나무 의자가 있다. 맞은 편으로 배 모형의 하얀 레스토랑도 생겼다. 덕분에 바다로 내려가는 길은 없어졌고, 크고 작은 돌을 건너 다니던 그 길을 까맣게 죽여 '해안도로'라는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사람들은 길 양편으로 편의껏 주차를 하고 싸구려 커피와 라면을 바다에게 퍼 먹이기도 한다. 가끔 다른 불로그에서 우리 동네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낯선 사람들은 그 풍경을 보고 참 좋은 동네라고 한다. 이미자의 황포돛대가 흐르는 해안도로 -

 

우리 아이들 어릴 때 방학이면 그 길을 함께 걸었었다. 그때의 길은 둥그나무까지였고 그 다음부터는 돌을 타고 다녀야 했었지만 우리는 누구도 불만을 가진적이 없었다. 갯메꽃을 따서 큰아이 머리에 꽂아주고, 바다 위에서 배추 노란꽃이 피었을 때는 얼기설기 화관도 만들어 씌워주었었다. 노란화관을 쓰고 노란꽃을 들고 수줍게 웃던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도 가끔은 어릴적을 이야기하며 그때를 그리워 하지만 그 바다와 바닷가는 이제 없다.

 

해안도로를 만드느라 할머니의 시할어머니 묘를 이장하였다.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길도 없는 산에 질퍽한 길을 만들며 늙은 엄마도 엉기적 거렸고 나도 엉기적엉기적거렸다. 갯메꽃과 돌가시나무의 하얀꽃도 동동거리며 떠나갔다.

바다는 매일 십리쯤 떠내려 간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동무 /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 나는 왜 어이다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 돌아가가서 한데 얼려 / 옛날같이 살고 지고 /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 고저 /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거이랑 달음질치고 /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 여기 물어 보고 저기가 알아보나 / 내 몫 옛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된 사이 /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 아까와라 아까와 /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 들어 죄없는 몸이 / 그 바다 물 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 옛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키를 잡고 /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나 /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 거기 아침은 오고 또 거기 석양은 져도 / 찬 얼음 샌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 돌아가 알몸으로 살까나 살까나 / 돌아가 알몸으로 깨끗이도 깨끗이 //

 

마산이 고향인 이은상 님의 '가고파'다. 가고 싶은 고향의 바다는 마산의 합포만이며,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노래가 되어 지금도 사랑을 받는다.

 

 

 

        ▲ 거제 외포 대계 바닷가 

 

바다라는 이름 그 하나로 은가루를 뿌린듯이 빛나는 바닷물과 몽돌들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지켜보았다. 햇살이 부숴지던 몽돌을 가르키며 시인은 그 돌을 카메라에 담아 달라고 하였다.

 

 

고깃배가 있는 포구의 갈매기는 게을러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지만, 인적이 드문 바닷가의 갈매기는 갯벌에서 먹이를 구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갈매기들도 조금씩 도시화 되어갈 것이다.

 

 

 

 

고성의 송천마을 바닷가다. 굴양식장으로 가는 길에 파래가 봄날의 새순처럼 펼쳐져 있는데 멀리서보면 보리밭 같다. 조심조심 걸었다. 사각사각, 가까이 다가가니 아주머니 한분이 조개를 캐고 계셨다. 작업에 방해가 될까 말 걸기를 하지않고 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허리 한번 펴 드리지 못한 죄인이다.

 

   자란만 / 최재섭

 

   신의 눈길 머물게 한 內密한 말들 있어
   싱싱히 푸른 혈맥 미소로 피는 물굽이에
   별들이 저절로 녹아 시그리로 일어선다.

 

   무늬진 꽃보라가 태고의 숨결 나누면
   얼비친 영원의 城 안으로 영글어 가는
   한송이 난꽃에서나 어려 있을 서정시.

 

   물길따라 숨어드는 꽃뱀의 혀 독시 서려
   자란은 잎새 속에 숨 죽여 도사리는데
   時流가 일으킨 바람 자란자란 조여 온다.

 

 

 

 

산다는 건 때로는 혹독한 견딤이라는 것, 내 가족들은  환각제와도 같은 떠남의 유혹을 받을 때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고개를 젓는다. 한뼘의 땅을 갖지 못하고 한모금의 바닷물이 내 것이 아닐지라도 그저 어릴적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곳, 날이 갈수록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곳,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치명적인 연애를 하고 싶다. 2월 바람 많은 날.

 

 

   바다가 밤이면 / 황금찬

                                        

   혼자 이얘기하고 있었다.

   아무도 아무도 못 듣게

   혼자 이얘기하고 있었다.

 

   쫓아오듯이 밤마다

   떠오르는 달은

   바다의 독백을

   누구도 누구도 모르게

   훔쳐 듣고 있었다.

 

   외롭다고 생각한다.

   혼자뿐이네.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뿐이네.

 

   밤과 벗할

   올빼미 한 마리 날지 않는다.

 

   새벽이 되면

   바다는 잠이 든다.

 

   달은 걸음을 멈추고

   잠든 베갯머리에

   사랑의 꽃잎을

   자꾸자꾸

   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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