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와 별반 다르지 않는 길이며, 역시 우리 동네와 마찬가지로 길섶에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가끔씩은 아이들의 웃음이 까르르 날리는 길이다.
얼마전에 김씨아저씨와 열무꽃이 핀 마당에서 밤에 음악을 듣는 꿈을 이야기한적이 있었다. 그 일은 언제가 될지 확실하지 않지만, 열무꽃이 나비가 되고 나비가 열무꽃이 되는 유월에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주어졌다.
내 마음의 노래 경남지부에서 '제 41회 마산영남 우리가곡 부르기' '열무꽃밭이 있는 풍경'이란 제목으로 김달진 생가 마당에서 함께 노래부르기 행사를 가졌다.
샛길에서 살짝 놀다가니 문학관의 주차장까지 넘는 차들이 가슴을 방망이질 하게 하였고, 만남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도 만났다.
前학예사님과 예술촌의 장영준 화백님이 오셨다.
열 몇살 계집아이처럼 수선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많이 궁금하였던 이월춘 시인의 시낭송 시간도 함께 하였다.(흑백의 경아씨에게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는데, 나만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아 아주 조금 미안하다.)
나비가 날지 않는 열무꽃밭은 가짜 열무꽃밭이다. 열무꽃이 아니라 나비가 보고 싶을 때도 생가의 텃밭을 찾으면 될 정도로 하얀 나비는 열무꽃을 많이 좋아한다.
청시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애기청시 너머로 시인의 청시' 낭송이 있었고, 여는 곡으로 '그집앞'을 함께 불렀다. 그집앞을 부르면 노랫말 속 그집이 김달진 생가가 되고 '꽃밭에서'를 부르면 그 노랫말이 시인의 생가 마당이 된다.
학예사님은 몸 전체가 함박이 되어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예찬하였으며 집사님께서는 사람 사는 집 같다고 하셨다.
청시 / 김달진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暗綠色)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지난해는 감이 참 많이 열렸는 데 올해는 덜 달렸다. 또 많이 달리더라도 태풍이 몇 번 지나가면 떨어지기도 하는데, 집집마다 두어그루씩 있는 감나무지만 생가 마당의 감나무는 시가 흐르는 감나무다. 다음에 가면 집사님께 청시를 다시 읊어 달라고 해야 겠다.
깡충거리다가 때로는 태산목 아래에서 노래를 즐겼다. 옆으로 비파가 매일 노란색을 덧칠하고.
(문학관과 생가의 풍경이 마음에 있는 분들은 눈을 감고 위의 풍경들을 사진보다 먼저 그려보세요.)
문학관 가는 길
시인의 생가 마당에서
가을 문학제 행사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처음같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단체 방문객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그 풍경을 만나지 못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온기로 데워지는 마당과 함께 내 마음도 따뜻하였다.
▲ 장영준 화백님
노래 부르기 지도를 맡은 장기홍 님의 목소리가 아이처럼 청아하며 해맑아 흉내를 내고 싶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말았다.
▲ 경남CBS어린이 합창단
▲ 이월춘 시인
시인은 '열무꽃'과 자작시 '물굽이에 차를 세우고'를 낭송하셨다. 삶의 굽이에서 차를 세우고 지난날을 반추하는 시인의 목소리에는 잔잔한 깨우침이 강물처럼 흐른다.
물굽이에 차를 세우고 / 이월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강을 건너가고 있네 산 너머 세상의 언어는 사전 속에 묻어 두고 굳어버린 어깨를 흔들며 강둑의 푸른 마음을 따라가기로 하였네 가지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하는 동안 너는 여태까지 뜨거운 눈물 흘려 본 적 있나 갈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피다가 지금까지 얼마나 왔나 돌아보지 못해 너무 늦게 차를 세운 게 아닌가 후회도 하지만 무엇이 내게 하늘 한자락 허락하지 않았는지 잘못 앉은 내 삶의 여독이 다른 이에게 널리 퍼지지는 않았는지 깊은 절망의 강을 건너 저렸던 온몸을 부르르 한 번 떨면 슬픈 노래도 행복한 귀로 들을수 있는 나이가 되었네 쉽게 흔들리는 풀잎도 생명인 까닭을 알게 되고 제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하늘과 땅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겸손에 슬픔이 뭔지 알 때쯤이었네 이기지 않으면서 지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강물의 굽이들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내 등을 두드렸네 알맞게 찰랑이는 강물 저 너머가 벌써 환해지고 있었네.
배우는 곡으로 김달진 시 열무꽃에 안소영 님이 곡을 쓴 '열무꽃'이었다. 노래를 한두번 들어 불러 본다고 내 노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귀를 열고 눈을 반짝였다.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 작곡가 안소영
함께하는 즐거움과 기쁨
▲ 前학예사님과 따님
▲ 문학관 집사님
▲ 학예사님
휴식 시간
1부를 마치고 간식이 있는 휴식시간이다. 차나 음료를 들고 열무꽃밭에서 나비와 놀거나 비파열매를 만져보기도 하며, 태산목 큰송이의 향기에 취하기도 하였다.
노래를 부르는 시간 만큼 마당을 거니는 시간도 즐거움이며 기쁨이다.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잠시 쉬는 시간에도 기타 반주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한 곡
또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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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반란에 행여 나비가 놀라지 않았을까, 열무꽃이 까무러치지는 않았을까 …
촛불 집회에 참여하느라 2부는 잠시만 함께 하였기에 내일은 확인을 하러 가야겠다.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나머지 인물 사진은 문학관 홈페이지에서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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