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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 장날에 - 촛불은 불 나갔을 때 키지~

by 실비단안개 2008.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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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지만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는다. 흐린 날, 유월 마지막 날, 마천장날 -

 

진해 마천장

진해 웅동1동 사무소 앞길에서부터 장은 시작된다. 순수하게 5일마다 섰다 파장하는 오일장이다. 그러다보니 옛 장옥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으며, 소사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큰 장옥이 양쪽으로 두 개가 들어서 있다. 몇년 전 철제기둥과 지붕을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100년도 넘게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존재해오고 있다. 지금은 문전성시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30여명의 장꾼들이 난전을 펼친다. 대신 오전부터 일찌감치 선다. 원래는 오전 11시면 파하던 장이 지난 봄부터는 종일장으로 변모했다.하지만 객지에서 물건을 팔러온 장꾼 말고는 기존의 장꾼들은 점심이 되기 전 보통 짐을 챙겨버린다. 기존의 장꾼이라야 주변 동네의 할머니들이며, 바닷가 동네에서 싱싱한 횟거리가 올 때도 있지만, 물이 간 물고기 몇 무덤씩을 놓고 팔기도 하는 분들이다. 도시의 마트장이나 대형 시장을 보는 이들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물건들을 놓고 팔지만, 이 지역민들에겐 그래도 오일마다 서는 장이 소식통이며 정 나눔터다.

 

 

저 위의 자리에 계셔야 하는데 몸이 불편하신지 모습이 없다. 낮술에 취하셨나?

 

 

벌써 복숭아와 자두가 나왔다. 아래는 처음보는 과일이라 여쭈니 비엔나토마토라고. 이늠 비엔나 소시지를 닮았다.ㅎㅎ

 

 

 

 

다른 장날에 비하여 시장이 풍성하다. 내가 오랜만에 가서 그렇게 느꼈을까?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꽃 앞에서는 오래 머문다. 다른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풍경이다.

 

 

열무가 여린게 참 좋았다.

 

 

작은그릇은 삼천원, 큰그릇의 죽순은 오천원이다.

할머니~

컹거 주까?

식구가 적응께 작은거 주이소 -

호박잎도 해라?

호박잎은 집에 있어예 -

 

삼천원어치도 많았다. 물리도록 먹을 판 - 그때, 실비단~ 하며 부른다. 삼색병꽃나무댁 주인이었다.

지금 부산 가는데 언제 올라와~

네, 시간 한가할 때 전화 주세요 - ^^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손녀의 원피스를 고른다. 이쁜늠 시원한 옷 입고 여름 많이 타지마라 -

 

 

신발전 앞에서 똑딱이는데 고소한 냄새가 난다.

이게 뭐죠?(처음엔 들깨인줄 알았다.)

번데기~

번데기를 가루로 만드나요?

말려 볶아 가루로 만드는데 손님거야~

곁에는 미숫가루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거창하게 몇 곡 - 이 아니고 담백하다.

장마 물러나면 더위오고 그러면 미숫가루가 좋을 때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이늠 일찍 마산으로 갔다. 진해엔 조조할인이 없으니 마산에서 조조할인 영화보고 오랜만에 피를 좀 뽑는다나 - 6개월이 넘은 것 같다면서 -

따로 영양보충을 할 필요는 없지만 에미가 시장에 다녀왔으니 흔적을 주어야지. 꽈베기와 도너츠를 합쳐 삼천원어치 샀다.

어쩌면 미국산 밀가루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따지지 않았다.

 

여긴 촛불시위를 모른다. 서울의 밤이 남의 나라 같은 이야기다.

 

(할머니들이 볼 때에 - 뜬금없이)할머니, 촛불은 언제 켜세요?

촛불은 제사 모실 때하고 불 나갔을 때 키지~

(네, 우리나라가 많이 어둡습니다. 하여 밤이면 서울과 많은 지역에서 밤마다 촛불을 켭니다.)

굳이 어르신들께 촛불 시위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순한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더 아파한다.

 

아싸~고 --

고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가고 있다.

 

미용실에서 앞머리를 말았다.

마주앉은 여자 하나가 어제보다 조금 더 착하게 웃고있다. 무늬만.

 

 

실풀기 / 도종환

 

그날 나는 몇시간이나

일없는 사내처럼 앉아 실을 풀었다

아이가 혼자 장난치다 던져둔 반짇고리

형형색색 얽히어 뒹구는

실패와 혼란함을 감아올리다

몇번이고 끊어버리고 일어서려다

일어서려다

몇시간 나는 일없는 사내처럼 앉아

우리들의 끈기없음과 싸웠다

창밖의 바람은 산짐승 소리를 내며

다가왔단 흩어지고

난로 위에선 참을 수 없는 주전자의 물이

뚜껑을 치받으며 끓고 있는데

언젠가 손바닥과 손마디를 가르며

아리게 흩어져나올

그 자연스러운 실마리를 만나기 위해

손마디를 빠져나가는 아주 가느다란

자유로움과 평화의 실 한가닥씩 되찾아

참으로 우리가 끊어질 수 없는

하나의 면면한 끈이었음을

팽팽히 실패를 감는

한덩어리의 끈이었음을 만나기 위해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중에

 

 

 

광우병 소 수입 반대 펼침막 보내기에 동참하는 방법 :  http://2kim.idomin.com/226

 

해 촛불문화제

*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진해 석동 체육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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