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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가을, 들꽃과 詩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한가요?

by 실비단안개 200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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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놀았기에 물에 빠졌노?

물에 안 갔고 산에 가서 놀았는데.

그란데 옷이 와 다 젖었노?

어, 샤워하고 던져뒀거덩~

치우까?

어~

 

요새 뱀이 독이 올라 #$%#%$@#$@###~%$#@%$#%@$~

아~ 시끄러~ 계속 시끄럽게 하면 가출한다?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니 자고 내일 가출해야지~ 잔다! 

 

* 위의 초록색 글씨는 함께 사는 사람 억장 무너지게 하는 어떤 여자의 기세입니다. - 그저께 밤 풍경 - ^^ 

 

들꽃과 詩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한가요?

 

그동안 많은 꽃 이름을 알려드렸으니, 오늘 이름표는 여러분들이 달아주셔요.

꽃 이름을 '별은 내 가슴에'하여도 무방합니다.^^

 

 

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요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섬진강 22 / 김용택

 

누님
누님 같은 가을입니다
아침마다 안개가 떠나며
강물이 드러나고
어느 먼 곳에서 돌아온 듯
풀꽃들이 내 앞에 내 뒤에
깜짝깜짝 반가움으로 핍니다.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가을의 시 / 김초혜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가을의 시 / 강은교

 

나뭇가지 사이로
잎들이 떠나가네
그림자 하나 눕네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정거장에는 꽃 그림자 하나
네가 나를 지우는 소리
내가 너를 지우는 소리


구름이 따라나서네
구름의 팔에 안겨 웃는
소리 하나,
소리 둘,
소리 셋,
無限,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가을의 시 / 김옥림

 

가을엔 단풍에 고이 적어 보낸
어느 이름모를 산골 소녀의
사랑의 시가 되고 싶다
 
가을엔 눈 맑은 새가 되어
뒷동산 오솔길 풀잎 위에
아침 이슬 머금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햇푸른 사랑의 노래이고 싶다
 
가을엔 눈빛 따스한 햇살이 되어
시월 들판을 풍요롭게 하는
대자연의 너그러운 숨결이고 싶다
 
가을엔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를 용서하고 모두와 화해하고
잊혀져간 소중한 이름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해맑은 기도를 드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간절한 열망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가을엔 나 보다 더 외로운 이들에게
따스한 가슴으로 다가가
그들의 야윈 손을 잡아 주고 싶다
 
가을은 겸손과 감사의 계절
가을은 풍요와 사랑의 계절
가을엔 그 모두에게 읽혀지고
기억되어지는 사랑의 시가 되고 싶다

 

다시 쓸쓸한 날에 / 강윤후

 

오전 열시의 햇살은 찬란하다.
무책임하게 행복을 쏟아내는 라디오의 수다에 나는
눈이 부셔 금세 어두워지고 하릴없이
화분에 물이나 준다. 웬 벌레가 이렇게 많을까.
살충제라도 뿌려야겠어요, 어머니.
그러나 세상의 모든 주부들은 오전 열시에 행복하므로
엽서로 전화로 그 행복을 라디오에 낱낱이 고해바치므로
등허리가 휜 어머니마저 귀를 뺏겨 즐거우시고
나는 버리지 않고 처박아둔 해진 구두를 꺼내
햇살 자글대는 뜨락에 쪼그리고 앉아 공연히
묵은 먼지나 턴다. 생각해보면 그대 잊는 일
담배 끊기보다 쉬울지 모르고
쑥뜸 떠 독기를 삭이듯 언제든 작심하여
그대 기억 모조리 지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새삼
약칠까지 하여 정성스레 광 낸 구두를 신자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 피노키오처럼 걸어본다.
탈수기에서 들어낸 빨래감 하나하나
훌훌 털어 건조대에 널던 어머니
콧노래 흥얼대며 마당을 서성거리는 나를
일손을 놓고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시고
슬며시 짜증이 난 나는 냉큼
구두를 벗어 쓰레기통에 내다버린다.
올곧게 세월을 견디는 그리움이 어디 있으랴
쿵쾅거리며 마루를 지나
주방으로 가 커피 물을 끊이며 나는 이제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얘야,
죽은 나무에는 벌레도 끼지 않는 법이란다.
어머니 젖은 걸레로 화분을 닦으시고
나는 아무 말없이 그저
살아갈 날들을 내다본다. 그래, 정녕 옹졸하게
메마른 날들을 살아가리라. 바짝바짝
퉁명스레 말라가리라. 그리하여
아주 먼 어느 날 문득
그대 기억 도끼처럼
내 정수리에 내리찍으면
쪼개지리라
대쪽처럼 쪼개지리라.

 

가을의 시 / 최동호

 

야윈 손으로 가을의 시를 씁니다.
살갗을 스치는 맑은 바람이
하늘을 푸르게 하고
가로수 사이로
물든 나뭇잎이 색색으로 날려갑니다.
여름 빗물에 젖던
작은 새들도 가을집을 찾아나섭니다.
지금 떠나지 못하는 자는
끝내 떠날 수 없어
집을 찾으며 기도하고 지냅니다.
앙상한 새들의 집이
잎진 나뭇가지를 지킵니다.
맑은 눈물이 땅을 적시고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소리내어 부를 수 없는
이름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밤이 늦어 읽던 책장 위에도 서리가 내립니다.
아침해가 떠오르면
등 뒤에서 빛나는 이슬을 털며
누군가를 찾아 안개 속을 걸어갑니다.
 

 

 

가을볕 / 박노해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픔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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