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입동, 흐리다가 비 내리다가….
진해 안골에서 풍양카페리호를 탔습니다. 카푸치노 한잔을 비울즘이면 거제 농소에 닿습니다.
고현을 달릴 때, 거제의 친구와 소식이 닿았습니다.
미리 연락 해 줄 수 없었느냐고 합니다.
일 할 사람은 일을 하고 유람할 사람은 유람을 해야지요하니, 친구는 이미 삐졌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동백꽃 / 도종환
“물을 제때 안 줘서 꽃이 영 시원찮네.”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니는 동백꽃이 제대로 피지 않은 걸 먼저 걱정하신다.
우리집 동백은 꽃이 화려하지도 않고 꽃 빛깔이 짙은 것도 아니며 꽃봉오리가 크고 탐스럽지도 않다. 그래도 어머니는 해마다 봄이 오기 전에 미리 피는 이 연분홍 동백꽃을 애지중지 사랑하신다. 벌써 십오 년쯤 되었는데,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이 동백나무를 버리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식구들 모두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가꾸던 나무나 꽃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여느 해에도 우리집 동백은 화려하게 피는 꽃이 아니다.
그러나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동백나무를 향한 어머니 마음은 한결같다. 일여지심(一如之心)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꽃나무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자식 사랑도 그렇다. 자식이 어떤 경우를 당해도 늘 자식 편이다. 훌륭하건 훌륭하지 않건, 잘 되었건 잘 되지 못하였건 한결같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랑을 꿈꾼다. 나를 사랑해 주는 특별한 사람을 만나 특별한 사랑을 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특별한 사랑은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보통의 사람을 만나 그를 특별히 사랑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어머니에게서 배운다.
어머니가 키우는 동백은 눈 속에서 피는 오동도의 동백꽃처럼 강렬한 아름다움을 지니지 못했고, 선운사의 동백처럼 처연한 비장미로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해도 평범한 꽃이 어떻게 특별한 꽃이 되는가를 가르쳐 준다. 그래서 우리집 동백도 늘 일여지심으로 핀다.
남들이 곱다고 하든 말든 늘 때가 되면 그 모습 그 빛깔로 꽃을 피운다. 가뭄이 들면 가뭄이 드는 대로 기온이 떨어지면 기온이 떨어진 대로 그만큼의 꽃을 피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좀 작으면 작은 대로 해마다 꽃을 피운다.
‘올해는 이렇게밖에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자세로 꽃을 피운다.
“당신이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을 사랑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줘.”
“당신이 선망하는 당신 마음속 사랑을 내게서 찾으려다 실망하여 돌아서지 말고 당신과 다른 나를 존중하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줘. 그게 진정한 사랑이야.”
“그래야 나도 부족한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 모자라고 흠이 있는 모습 속에 들어 있는 당신의 좋은 점을 발견하며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할 수 있잖아.”
동백꽃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친다.
- 좋은생각 2002. 4월호 / 도종환 -
거제대교 아랫길을 달려 둔덕골로 가는 길위에는 가뭄과 계절을 잊은 기온에도 아랑곳 않고 입동이라고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건너로 유자가 노랗게 달렸으며, 동백꽃 옆의 단풍이 그동안 만난 동백꽃 풍경과 다른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동백은 차나무과의 상록활엽교목으로 원산지는 동남아시아 및 아열대, 난대지역이며, 원예종을 합하여 1000종 이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원예품종으로는 흰색 겹꽃이 피는 흰겹동백, 늦동백(애기동백) 품종인 흰꽃겹늦동백과 율레타이드늦동백 등이 있습니다. 품종개량으로 한나무에 두 가지색으로 꽃이 피거나 카네이션 모양은 물론 한 꽃에 두 가지색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동백꽃의 종류
꽃은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빨강, 분홍, 흰색 등으로 1송이씩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 피는데, 꽃자루가 없으며 꽃잎은 홑꽃의 경우 5~7장이지만 꽃잎의 아래쪽은 서로 감싸고 있고 꽃받침잎은 5장입니다. 수술은 많고 기둥처럼 동그랗게 모여 있으며 수술대는 흰색, 꽃밥은 노란색, 암술대는 3갈래로 갈라졌습니다.
야생의 꽃이 귀한 겨울에 만나는 붉은 동백은 많은 이들에게 귀한 감동의 시간을 주며, 떨어진 동백꽃은 송이채 떨어져서 오랜시간 시들지 않고 있어서 나무에 달린 꽃 못지않게 볼만한 풍경입니다.
꽃말이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로 혼례식 상에서 동백나무를 대나무와 함께 자기항아리에 꽂아 부부가 함께 오래 살기를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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