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사람이 있는 풍경

18년 바위 낙서지우는 산꾼과 천자봉 산길 걷다

by 실비단안개 2010. 5. 30.
728x90

 

山사랑 경규양 님은 서울에 거주하며, 바위 낙서지우는 산꾼입니다.

山사랑 님의 블로글 만난 건 몇 해전 진해 시루봉을 오르는 계단이야기에서였습니다.

山사랑 님의 블로그에는 진해의 시루봉과 해병혼에 대한 몇 개의 포스트가 있는데, 진해시민인 나보다 더 진해의 산을 잘 알며 애착을 가지는 블로거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시루봉으로 오르는 험한꼴의 나무계단 대신 대안으로 내놓은 컴퓨터시물레이션이지만 나무계단은 지금도 그대로며, 얼마전에는 계단 양옆으로 산철쭉을 식재하기도 했는데, 시민도 마찬가지지만 진해시 산림과와 환경 생태단체에서 우리 고장의 산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루봉 컴퓨터 그래픽 시물레이션(출처 : 山사랑)  ▶

 

등산로 계단길 이렇게 해야하나? 2006.08

산 봉우리의 대형글씨 자연훼손이다!~ 2007.01

마창진,65km 종주산행 (1일째) 2008.09

등산로 계단길 꼭 이렇게 해야하나? 2008.09

 

진해의 기사를 만났지만, 당시는 블로거 뉴스 페이지가 따로 있었기에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이는 되지못했는데, 어느날 부터 아주 가끔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山사랑 님이 방문을 하면 당일이나 며칠 후 답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친구사이가 아니었기에 검색을 하여 방문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죄송하네요.^^)

그렇게 몇 년의 인연은 진해의 천자봉 해오름 길 함께 걷기에 합의가 되어 5월 22일 토요일에 이루어졌습니다.

 

山사랑 님은 5월 21시 11시간 걸린 장복산과 웅산, 시루봉 산행을 했으며, 통화로 알려온 숙박지는 우리집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였지만, 출발시에 함께 하자는 말은 못했습니다.

                                                                                                  

우리는 22일 오전 9시, STX입구의 가스충전소에서 만나기로 했으며,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비옷과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천자봉 해오름 길에 휴게소 따위가 없다는 걸 알지만 비가 많이 내리면 하산을 할 것이며, 배가 많이 고플 경우에도 하산을 하면 된다고 혼자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스 충전소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었으며, 山사랑 님에게 연락을 하니 웅천에서 걸어 오는 중이라는 답이었는데, 웅천쪽을 보니 휴대폰으로 통화중인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차림을 보니 山사랑 님입니다.

 

우리는 손을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첫만남이지만, 블로그에서 여러 (선명치 않더라도)모습을 만났기에 첫만남이 아닌 만남입니다.

우리는 가스충전소옆의 사슴농장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오전 8시 39분 풍경입니다.

 

 

사진의 길이 만장대나 천자봉, 시루봉으로 이어지면 재미없는 산행이 될거라고 산신은 바로 길을 없애버리더군요.

초입에서 20여 미터 갔을까, 사슴농장이 길을 막았기에 농장옆 숲을 걸었습니다. 산이란 걷다보면 길이 나오기도 하지만,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초보인 나와의 동행이 山사랑 님에게는 많은 부담이었는지 지팡이로 숲을 헤치며 거미줄을 걷고, 옻나무는 흔들리지 못하도록 고정을 시켰습니다.

그래도 부담스러웠는지 꼭 잘못한 사람이 변명을 하듯이 소롯길이 있을 거라며 위로를 했는데, 혼자 들과 높지않은 산을 다니며 하는 경험이기에 전혀 당황스럽지 않았는데 山사랑 님은 지팡이를 꺼내 내게 들게 했습니다.

그리곤 지팡이를 잡는 법, 나아가는 법을 설명해 주었는데 할머니의 지팡이처럼 자꾸 발 앞으로 먼저 나아가게 되더군요.^^

 

등산 스틱 사용법과 장점
스틱에는 끈이 있으며, 손목을 끈에 끼우는 것은 손아귀 힘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끈에 의지하여 스틱을 뒤로 미는 동작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산을 오를 때 스틱은 할머니들이 발 앞으로 지팡이를 짚듯이 하는 게 아니라, 내리막을 제외하고는 스틱이 발보다 앞에 있지 않다고 합니다. 만약 스틱이 발보다 앞에 있게 된다면 이는 오히려 어깨나 팔의 부담을 증가하고 보행시 도움은 크게 되지 않는 답니다.


 - 체중의 1/3 정도를 팔에 분산시킴으로써 다리의 부담을 들어줍니다.
 - 내리막에서는 체중 분산으로 무릎을 보호해 줍니다.
 - 결과적으로 체력을 약 20%를 절약할 수 있고, 보행 속도도 10~15%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 산행 중 거미줄, 독초, 뱀 등을 만나면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길이 없는 산에는 찔레꽃 향이 진했으며, 오랜만에 백선도 만났습니다.

노린재나무와 옻나무가 많았으며, 백선은 유일하게 그 자리에 많았습니다.

첫 걸음엔 한기를 느꼈지만, 30분 이상 걷다보니 땀이 났으며, 제대로 난 길이 없지만 동행이 있으며, 들꽃을 만나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 백선, 찔레꽃, 노란재나무꽃 

 

들머리에서 1시간 걸린 세 갈래길이 있는 9시 42분 풍경입니다.

천자봉 해오름 길, 대발령 쉼터로 가는 길, 백일 아침고요 산길로 나누어지는 곳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놓고 山사랑 님이 드림로드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山사랑 님은 구간구간의 항공 촬영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여러번 진해의 산을 올랐지만, 나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개의 좋은 길을 두고 우리가 택한 곳은 산인들이 주로 택하는 소롯길로 사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를 했는데, 항공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은 길입니다. 우리는 만장대로 갑니다. 

 

 

 

그날 풍경을 많이 담았으며, 山사랑 님이 앞서가 기다리는 일이 많기도했지만, 함께 걸을 때는 인터뷰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山사랑 님이 바위의 낙서를 지운다는 건 알지만, 자주 방문하는 사이가 아니다보니 세세하게 알 수 없기에 포스팅을 위해 나름 기본 질문과 성실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山사랑 님은 지난해에 교통사고로 여러달을 고생을 했으며, 지금도 지하도의 계단을 오르내리기에 불편을 느끼지만, 산은 산이기에 몸이 움직인다고 하는 산꾼입니다.

 

이 정도 산꾼이 되려면 몇 년간 산을 타야 하는지 물으니, 어릴때부터 산을 탔으니 약 40여년 된다고 합니다.

 

블로그들 사이에 알려진 사실은 산의 쓰레기 수거와 낙서 지우기입니다. 저 역시 그런 사연을 읽고 山사랑 님을 알았으니까요.

 

낙서지우기가 소개되는 책이 산에 관련된 책으로 한정이 되느냐고 하니, 그렇지만은 않으며 책보다는 방송에 더 많이 소개가 되었다고 합니다.

 

낙서 지우기는 진해의 시루봉과 해병혼에서도 있었으며, 산사랑 회원과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낙서 지우기를 한 결과 지금은 시루봉과 해병혼에 낙서를 거의 하지않는다고 했습니다.

관악산의 낙서는 합격기원이 가장 많으며, 어떤이는 관악산에 같은 내용을 10여곳에 했으며, 많이 떨어진 산에도 같은 낙서가 발견되곤 했답니다.  

山사랑 활동소개를 (☜)클릭하면 더 많은 활동을 볼 수 있습니다.

 

산사랑 님이 나와의 동행에서 산에 흩어진 쓰레기를 주울것을 대비하여 재활용 50L봉투를 준비했지만, 우리가 걸었던 대략 16~7km의 산길에는 쓰레기가 없었습니다. 이는 산을 찾는 사람들의 달라진 의식과 드림로드 곳곳에 쓰레기 수거 자루가 비치되어 있기도 한 덕분입니다.

드림로드를 걸어보면 알겠지만 쓰레기가 없습니다. 

 

직장인이 매주 산을 찾아 낙서를 지우거나 하산길에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이 보통인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닌데, 산사랑님의 답변은 간단합니다.

"다른 사람이 쉴 때 산에 가서 낙서 지우고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를 줍는다

 

산사랑 님은 18년동안 전국의 유명산에서 250여회 낙서지우기를 했으며, 요즘은 월 2회 '환경산행'을 하며, 케이블카 설치 반대와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산을 사랑하는사람들은 KBS 그랑프리상을 수상했으며,  EBS 행복뉴스(세상에 말걸다)에 '낙서지우는 산사람' 으로 소개되었는데, 산사랑 님의 목소리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출처 : http://blog.daum.net/85876/12321288)

 

    

오전 10시 10분에 만장대에 도착했습니다.

 

                          ▲ 천자봉이 보이는 만장대의 돌탑

 

만장대는 평지로 작은 공연이 가능한 무대가 있으며, 정자와 화장실, 이정표 등이 있으며, 정자입구에서 금수현의 안골포 노래가 그네를 탑니다.

 

가곡 '안골포'는 금수현 씨가 세계적으로 문화권 국가에서 한 고장을 선정해 음악제를 열고 있는것에 착안해, 젊은 시절부터 음악인들과 협의해 우리나라에서 음악제를 열 바닷가 땅을 찾기 위해 전국을 답사한 결과 안골포야말로 음악가에 의한 음악제 마을을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생각하며,  안골포 언덕에서 가덕도를 바라보면서  안골포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습니다.

 

가곡 ‘안골포’는 지난 1993년 10월 KBS FM 신작가곡 1집을 통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안골포 / 낙초 작사, 금수현 곡

 

안골포 언덕에서 가덕도 바라보니
바다가 호수인가 호수가 바다인가
갈매기 날아가네 울면서 날아가네
고깃배 거북선인듯 그옛날이 아롱지다.

안골포 성위에서 수평선 바라보니
바다가 하늘인가 하늘이 바다인가
구름이 흘러가네 바람을 헤어가네
옛님도 가슴조인 듯 그 함성이 들려온다.
 

 

안골포 노래비 앞으로 정자를 고정시킨 굵은 줄이 있으며, 노래비를 매단 줄이 수평을 이루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이랬는지 알 수 없지만, 관리를 하는 곳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만장대에는  하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러 풍경을 만납니다. 

노래비 앞으로 산신단이 있으며, 천자봉이 보입니다.

  

 

천자봉은 구름으로 맑지 못하며, 계단이 미끄러울 것 같아 오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래의 이정표는 돌무더기에 쌓여 있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각 이정표는 방향과 다른나라의 도시가 포함되어 있으며, 만장대에서 가까운 곳과 가까운 시외지역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정표를 둘러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삿포르, 하와이, 부산, 양산 등이 나타나 있는데,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글씨에 색을 입혔으면 좋겠더군요. 

 

 

만장대에서 소쿠리섬이 보이며, 행암마을도 보입니다. 다른 곳도 보이지만 행암이 이 블로그에 여러번 소개가 되었기에 행암을 잡았습니다.

 

 

10시 45분

소롯길을 빠져나온 우리는 안민도로 기점 9km지점에 다다랐습니다. 우리가 얼마를 걸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2시간을 걸었으며 얼추 3~4km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9km를 걸으면 안민도로입니다.

 

이곳부터는 해안도로와 하늘마루와 해오름 길에 소개한 임도지만, 도로변의 꽃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홍도화가 붉던 길에는 파라칸사스와 붉은병꽃이 피었으며,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이 번갈아 날렸습니다.

번잡한 도심과는 달리 산딸나무가 티없이 맑게 피기도 했습니다.

 

 

비가 사뿐사뿐 내리며 사람들은 우산을 들었지만, 아직 비옷을 입을 정도의 양이 아니기에 카메라를 조심시키며 걸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모든 풀꽃이 더 맑아 애잔합니다. 

 

 

 

많이 걸은 듯 한데 수리봉이 아직 앞에 있습니다.

비가 내린다고 서두를 일은 없었기에 걷다 뒤돌아 보고, 하늘을 보고, 산 아래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몸을 낮춰 풀꽃을 만나고, 젖은 의자 내지 등걸에 앉아 빵과 커피로 걸은 길과 걸을 길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 사이 수리봉이 지났습니다.

생태숲에 표지판이 보이던 천자암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났기에 암자에선 연등을 걷고 있었습니다.

 

 

9km의 천자봉 해오름길을 반 정도 걸었나 봅니다.

진해의 숲과 임도입니다.

부분 계곡이 사방공사로 자연스럽지 못한 곳도 있지만, 숲과 사람의 조화를 위하여 수고한 흔적이 역력한 길입니다.

 

 

 

 

 

 

 

주말이라 가족들이 산행을 즐기는  모습이 많았는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아빠가 어린 딸에게 풀꽃반지를 만들어 주는 정다운 풍경을 만났습니다.

 

 

 

안민터널 위며, 위로는 보이지 않지만 안민고개가 있습니다.

안민도로가 가까워오며 허기를 느꼈습니다.^^ 

 

 

 

천자봉 해오름길의 시작인 안민도로입니다. 꼭 6시간을 걸었습니다. 오후 2시 42분.

 

 

봄날 벚꽃 터널을 만들던 안민도로에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습니다.

운 좋게 지나가는 택시라도 있으면 타고 가겠는데, 비가 내리니 택시가 귀했기에 우리는 안민도로를 걸었습니다.

바람이 심했으며 아카시아 향기와 꽃잎이 날렸습니다.

 

                          ▲ 장복 하늘마루 산길 입구

 

                          ▲ 아카시아 꽃잎이 날린 안민도로

 

                          ▲ 덕주바위(덕주봉)

 

걷다 돌아보면 덕주바위가 보이고, 시가지 위에 우리가 머물었거나 스친 봉오리들이 보입니다.

시가지 뒤로 병풍을 둘러친듯한 진해의 산허리를 6시간 걸었으며, 안민도로를 1시간 걸었습니다.

 

산사랑 님께서 묻습니다.

스스로 대견하지 않느냐고.^^

궂은 날씨에 엄청난 거리를 걸었으며, 스스로 대견한 일을 해냈습니다.

 

 

드림로드 중에 장복 하늘마루 산길과 천자봉 해오름 길을 걸었으니 남은 길은 백일 아침고요 산길(3.10km)과  소사 생태길(7.60km)이 남았습니다.

두 길 모두 입구를 알지만, 백일 아침고요 산길은 첫길이기에 누군가 동행을 해주어야 가능할 것 같으며, 소사 생태길은 드림로드 이전인 행군로 이름표를 가졌을 때 백일마을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친구와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겨울로 가는 길목이었기에 짧은 해에 친구가 돌아가자고 했지만, 걸은 걸음이 아까워 겨우 길을 찾아 백일마을로 내려왔으며, 웅천 읍내까지는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걸어야 하는 길이며, 거리가 만만치 않기에 누군가가 동행을 해주면 좋겠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인생 헛살았군요.^^) 

 

비는 내리다 멈추다를 반복했으며, 시인의 마을 근처에서 택시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산사랑 님은 서울행 버스표를 구입했으며, 근처의 밥집에서 늦은 점심과 하산주를 했습니다.

 

작은늠에게서 노무현 대통령 창원 추모공연장으로 바로 갈거냐는 통화에서 피곤하여 집으로 간다고 했으며, 오후 5시 버스로 산사랑 님은 서울을 향해 출발했고 부산행 시외 버스 종점이기도 해서 나는 산사랑 님보다 몇 분 먼저 출발했습니다.

 

아래는 산사랑 님이 보내 온 우리가 걸었던 진해의 산풍경으로, 붉은 선이 우리가 걸었던 산길이며, 시가지를 가르는 노란색이 국도 2호선으로 우리집에서 진해 시내로 가는 길입니다. 석동푸르지오의 노란선은 안민터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과 해군사관학교는 제가 표시를 했습니다.^^ 

 

 

서툰 걸음이라 산사랑 님에게 짐이 된 시간이었기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컸던 천자봉 해오름 길 걷기였습니다.

산사랑 님에게 감사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