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후 노무현 대통령 생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로 가는 길 화단에 앙증맞은 다육이가 숨은 듯이 있습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누가 두었는지 압니다. 

 

 

아직은 따갑긴 하지만 바람으로 햇살이 부드러워졌음을 느낄 수 있는 오후 시간입니다.

봉숭아꽃이 겹이라 풍성하며, 괭이밥도 자리를 떡하니 잡아 씨앗을 맺었습니다.

 

생가 담장 앞으로 텃밭이 있으며, 토란대가 한껏 푸르며 고추가 익습니다.

추석에 토란탕을 끓이려나 봅니다.

붉은고추를 쓱쓱갈아 겉절이를 해도 좋겠습니다.

여름 장마날 꽃을 피웠던 도라지가 씨앗을 맺으며, 한켠에 열무가 자라고 있는 텃밭은 평화롭고 다정한 우리 고향의 보통 남새밭 풍경입니다.

 

 

 

 

걸어도 좋고 깡총거려도 좋은 길입니다.

담장과 지붕위에서 수세미와 박이 익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여기가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집이라 하더라도 마음에 닿는 느낌이 비슷하겠지만, 대통령의 생가이기에 방금 본 풀 한포기도 다시보며 흔한 봉숭아꽃에게도 눈길을 한 번 더 줍니다.

 

마음이 미묘합니다.

한 때는 이 골목에서 즐거웠던적도 있었습니다. 

금방 눈물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가을은 원래 하늘이 맑으며 푸릅니다.

그런데 유독 봉하 하늘만이 푸르다는 듯이 가슴 아려합니다.

소박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다정한 동네이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어릴때 그 고향처럼.(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