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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가을이 물드는 고향 풍경

by 실비단안개 201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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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일찍 출발한다고 부산스레 움직이긴 했지만 오전 5시에야 출발했으며, 진교에서 일출을 맞았습니다.

마치 일몰때같은 붉은 해였지만 차에서 내려 풍경을 담을 여유는 없었으며, 이맘때면 전어가 좋기에 남해 가는 길에 사가려고 했지만 이른 시간이었다보니 횟집이 문을 열지 않았기에 그대로 스쳤습니다.

 

태풍으로 대문이 열려 있었으며, 마당에는 잡풀과 이런저런것들이 뒹굴었습니다.

이슬이 겨우 깨고 있었지만 이불을 널었으며, 방문과 안청의 문을 모두 열어 환기시키고 마당을 쓸어 잡다한 것들을 아궁이에 넣어 불을 지폈습니다.

방문때면 늘 이렇게 해두지만 다음 방문 때는 또 쾌쾌한 냄새가 날 겁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려두고 대문을 잠권 후 마을과 들길을 걸었습니다.

그새 나락이 고개를 죽이고 있습니다.

폭염에 잘 견뎌준 농작물들이 고맙습니다.

 

 

아무래도 허수아비를 세워둬야 할까 봅니다.

참새는 사람 발자국소리에도 꼼짝 않으니 말입니다.

요즘은 사람은 겁이 많은데 날짐승은 겁이 없나 봅니다.

 

밭두렁이나 짜투리땅엔 또 이런저런 농작물들이 가을임을 알려 줍니다.

참깨는 벌써 쪄낸 곳이 있으며, 바람을 잘 피한 고구마줄기는 끝없이 기어다니고, 거칠며 푸른잎 사이에서 호박이 익고 있습니다.

 

 

간혹 그 사이나 밭두렁에 가을풀꽃이 피었습니다.

달개비야 늘 피어 있긴 하지만 가을에 만나는 달개비는 허리가 쑥 자라 있으며, 으아리도 여기저기 기대어 피어 있습니다.

이슬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는 못 했습니다.

 

 

학교입니다.

시골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통합이 되거나 폐교가 되는데, 이곳은 학교버스로 먼데 있는 아이들을 태워 옵니다.

교문옆으로 은행나무와 늙은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어 그런지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 그림자도 볼 수 없었지만, 전광판에는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축하한다는 글이 지나갑니다.

도시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시골이며 학생이 적다보니 학교에서 아이들 하나하나 생일을 기억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행복한 일이 있긴 하지만 시골학교는 너무 쓸쓸합니다.

 

 

아이들에게 맞추느라 그런지 교정의 동상이 색을 입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이 학교출신 교장선생님들의 힘에 의해 건립되었습니다.

 

 

운동장 한켠의 모과나무는 태풍을 맞아 정말 모과처럼 생겼지만, 은행은 잎과 함께 노랗게 익고 있었고, 담장밖에서는 감은 어른주먹 반만 했는데, 붉은대봉홍시가 아른거렸습니다.

 

 

그저 조용하며 평온한 시골입니다.

담장밖 해 좋은 곳에 깻단을 널며, 할머니는 유모차를 밀고 가시다말고 멈춰 정자옆에 비질을 합니다.

나중에는 고무신도 거추장스러운지 벗고 말입니다.

오전 햇살이지만 할머니도 여인인지라 담장이 만들어준 그늘에서 들에 심을 쪽파를 다듬고 계셨습니다.

쪽파심고, 김장배추심고 그리곤 추석즘에 마늘을 심습니다.

마늘 쪽 낼 일도 없으며 심을 일이 없습니다.

 

 

마을 곳곳에 봉숭아가 피었습니다.

어린날 기억들이 수줍게 피어 있습니다.

박은옥 정태춘의 봉숭아입니다.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님은 어딜가고 저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밤만 지나면 질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님은 어딜갔나
별사이로 맑은달 구름걷혀 나타나듯
고운내님 웃는 얼굴 어둠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전에 구름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끝에 봉숭아 지기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별사이로 맑은달 구름걷혀 나타나듯
고운내님 웃는 얼굴 어둠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전에 구름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끝에 봉숭아 지기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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