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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야생동물)사체 처리, 이렇게 번거로워서야

by 실비단안개 201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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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오전 텃밭으로 가다가 개울가에서 깜짝놀라 뒷걸음질을 했습니다.

개울에 고라니 한 마리 죽어 내장쪽이 시뻘겋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뭐 보고 놀란가슴 뭐 보고 놀란다고, 멍한 상태로 텃밭문을 밀치는데 휴대폰이 울려 정말 깜짝 놀랐네요.

 

월요일 오후에 얼라아부지가 아직 고라니 사체가 개울에 있더라고 이야기를 하며, 야생동물보호센타에 전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기에,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해가 질 무렵 부산의 야생동물보호센타에 전화를 하니 업무시간이 끝났는지 받지않았기에 다음날(화요일) 오전 9시를 막 넘기고 전화를 했습니다.

야생동물보호센타에선 밀렵과 야생동물 구조만 한다면서, 구청이나 시청에 전화를 해 보라고 하더군요.

하여 창원시청 콜센타에 전화를 하여 이러이러하다면서 접수를 했으며, 처리 후 연락을 받고 싶느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하며 제 연락처를 주었습니다.

10월 6일 오전, 고라니 사체는 많이 상해있었으며 냄새도 고약했습니다.

 

 

우리 텃밭과 주변에 고라니가 더러 나타나며 고라니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빠른 걸음으로 뛰어 갑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다보니 먹잇감을 찾으러 내려왔다가 개울에 빠졌는지 풀섶에 걸렸는지 고라니는 그렇게 죽어 있었습니다.

아래는 2년전 10월에 텃밭에 나타난 고라니로 이놈은 멀뚱히 쳐다보고 있더군요.

그해 겨울 우리는 텃밭의 울을 튼튼하게 쳤습니다.

 

고라니는 사슴과의 동물로 성격은 보통 노루와 달라서 크게 놀라지 않으며, 토끼와 같이 귀소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 있던 곳을 멀리 떠나지 않고 되돌아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고라니가 텃밭주변을 맴돌았던 모양입니다.

 

 

6일 창원시청에 전화를 한 후 소식이 없었기에 이틀을 기다렸다가 8일 오전에 다시 창원시청에 전화를 했습니다.

창원시청 콜센타에서 동주민센터에 접수를 했다면서 잠시 기다려 보라고 하더군요. 전화를 끊지않고 기다리니 동주민센터 담당자가 지금 자리에 없는데 자리에 돌아오면 바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얼마후 동주민센터에서 연락이 왔는데, 도로의 로드킬을 당한 야생동물은 처리를 하지만 개울에 죽어 있는 야생동물은 처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기에 그럼 다시 창원 콜센타에 전화를 하겠다고 하곤 전화를 끊고, 창원시청 민원콜센타에 연락을 하여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기에 전화를 끊고 기다리니 연락이 왔더군요.

청소용역업체인 신일환경에 연락을 해 두었으며, 오늘(8일) 중으로 고라니 사체를 처리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9일 오전 텃밭으로 가면서 아주 살짝 개울쪽을 보니 고라니가 치워진듯 하여 살펴보니 치우고 겨를 덮어 둔 듯한 건 하얀구더기였습니다.

정말정말 한 백만마리는 될 듯 한 구더기가 쉼없이 움직였으며, 고라니 사체는 살이 허물어지고 뼈부분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지만 낮기온은 계속 높았기에 빨리 부패가 된 듯 합니다.

문득 세월호 사고때 유병언의 매실밭 사체 기사가 떠올라, 기온이 높으면 한달이면 백골이 되겠구나 싶데요.

 

10월 9일 사진을 찍고 텃밭으로 올라 창원시청 민원콜센타에 전화를 하니 당직실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당직실이라고 했기에 민원콜센타로 전화를 했는데 전화 연결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하니, 공휴일이라 당직실로 연결이 되었다면서 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하기에 그간의 일을 말씀 드리니 알았다고 했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10일은 토요일이고 11일은 일요일이니 며칠동안 고라니 사체는 더 부패할 텐데 생각하니 아찔하더군요.

 

 

9일 오전 11시쯤 텃밭을 나서는데, 전화가 오더군요.

신일환경이라면서, 아래를 보니 개울가에서 남자 두분이 전화기를 들고 있었기에 아~ 저분들이구나 하며 끊고 개울가로 갔습니다.

청소를 하면서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은 하루에 몇 건씩 치우지만 개울에 죽은 고라니는 처음이라고 하기에 그간의 일을 이야기하며 부탁한다, 감사하다고 연신 굽신거리다시피 인사를 했습니다.

 

연세 드신분이 삽과 갈고리 비슷한 기구로 개울가에 고라니 사체를 묻어 주었습니다.

개울엔 고마리가 가득피었는데 이 식물이 보기엔 약하게 보이는게 가시같은게 있으며 키가 크다보니, 고라니가 도망을 가다가 고마리풀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 한듯 하다고 했습니다. 약한 식물 고마리가 야생동물인 고라니를 잡은 겁니다.

고라니 사체를 묻고 고라니가 있던 자리의 구더기를 비롯 풀을 삽으로 쳐 흘러보내고서야 비로소 고라니 사체 처리를 마쳤습니다.

얼마전엔 우리밭 윗쪽에도 고라니 사체가 있었는데 근처의 밭주인이 냄새가 심하여 먼곳에 가져가 버렸다고 하더군요.

 

용역업체의 말은, 개울에 이렇게 사체가 있으면 보는 이들이 치워야 한다고 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데 그걸 어떻게 치우겠습니까.

창원시청 민원콜센터에서는 창원시청 직원이 아닌 청소용역업체에 연락을 한다고 했기에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그때는 어떡해야 하나요 하니, 그때도 창원시청 민원콜센터로 연락을 하면 어떻게든 치워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처리과정이 너무 번거러웠습니다.

아무튼 고라니의 명복을 빌며 신일환경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기온이 내려가면 먹이가 귀해지기에 산과 들의 야생동물이 텃밭이나 도로변까지 더 내려올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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