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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음식이 생일밥상이 되었네

by 실비단안개 2017.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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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정월 보름날입니다.

음력으로 새해 들어 처음 맞이하는 보름날로 보통 정월 대보름이라고 하며, 전통적으로 농사의 시작일이라 하여 매우 큰 명절로 여겼습니다. 둥글게 가득 찬 보름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정월 대보름은 새로운 해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날이니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기는데,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마을의 평안을 비는 마을 제사를 지냈고, 오곡밥과 같은 절식을 지어 먹으며, 달맞이와 달집태우기, 지신밟기와 쥐불놀이 등의 전통행사가 진행되는데, 바람이 심하여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는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겠습니다.

이곳으로 이사하여 처음 맞은 대보름날 저녁, 큰아이가 마을 친구들과 쥐불놀이를 하다 산불조심 아저씨께 훈계를 받기도 했는데 보름날의 추억이라면 추억입니다.



우리는 명절마다 고유의 음식이 있는데요, 대보름에는 찹쌀과 밤, 대추, 꿀 등을 넣어 쪄서 만드는 약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또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아침 일찍 부럼이라고 하는 껍질이 단단한 과일을 깨물어서 마당에 버리는데, 이렇게 하면 1년 내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는데, 요즘은 옛날과 달리 부스럼을 앓는 이가 없는 대신 신종 피부병이 많으니 부럼깨기를 꼭 해야 겠습니다. 또 아침에는 데우지 않은 찬 술을 마시는데 이를 귀밝이술이라 하며, 일년 내내 귀가 잘 들리고 좋은 소식만 듣게 된다는 의미가 있는데, 요즘 가짜뉴스가 판을 치니 좋은 소식만 가려 들어야 겠습니다.


정월 대보름 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게 묵은나물과 복쌈을 먹는 풍습입니다.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무말랭이·가지나물·산나물 등을 말려두었다가 보름날이나 그 전날 나물을 무쳐 오곡밥이나 약밥과 같이 먹는데, 묵은나물을 먹으면 그 해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이나 취잎사귀로 오곡밥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하여 복이 들어온다고 믿었다고 하니 우리도 믿어 보지요.

또 우리 지방에서는 보름날 생선구이와 탕국을 먹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정월 보름날이 작은아이의 생일입니다. 생일을 양력으로 하다보니 어떤 땐 설날이 생일이 되기도 했는데 올핸 보름날이 생일입니다.

엄마께서 집에서 미역국이라고 끓여라고 하셨습니다.

갖은 나물에 생선구이가 있으니 미역국만 끓이면 생일밥상이지요.


저희는 사철 잡곡밥을 먹습니다. 어제 회식이 있다기에 회식후 농협마트에 들려 차조를 좀 사오라고 했더니 얼라아부지 통 크게 오곡을 구입했습니다. 요즘은 마트나 재래시장에 보름즈음 종류별로 조금씩 담아 묶어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평소에 먹고 있는 잡곡입니다. 맵쌀, 찹쌀, 현미, 팥, 서리태 등 몇 가지가 됩니다. 이대로 지어도 충분히 보름밥이 됩니다.



얼라아부지가 구입해 온 잡곡입니다. 앙증맞게 갖췄네요.



얼라아부지가 오기전에 콩을 삶고 밤을 까고 엄마께 얻어 온 수수를 씻어 물에 불려뒀는데, 얼라아부지가 구입해 온 조와 차조를 씻어 준비했습니다. 푸짐한 보름밥이 되겠습니다.



일을 나간지 한 달입니다. 부모님은 제가 무슨 큰 일을 하는 양 이것저것을 챙겨주시는데, 어제 퇴근 후 친정에 가니 엄마께서 나물을 주었습니다. 제가 나물은 정말 맛있게 하는데 엄마께서 주시니 들고 왔습니다. 숙주나물,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청경채나물입니다.



일을 나가다보니 잠이 부족합니다. 낮에 한숨씩 자야 하는데요. 하여 눈을 반쯤 감고 말려 둔 묵은 나물을 꺼내어 물에 우려 무청시래기는 푹 삶고 토란대와 말린 시금치는 약간만 삶아도 물러집니다. 묵은 나물은 삶은 후 검은 물이 많이 나오는데 맑은물이 나올때까지 헹궈줍니다.




생미역과 묵은 시금치, 무청시래기와 토란대볶음입니다. 묵은 나물을 볶을 땐 맛국물을 살짝 부어 소금으로 간을 하여 덖듯이 살살 볶아 마지막에 참기름을 둘러 볶아 줍니다.



정월 보름날 지역에 따라 나물의 종류가 달라지지만 보통 9가지 또는 10가지의 나물을 준비하는데 저희는 아홉가지입니다. 취나물, 삿갓나물과 같은 산에서 채취하는 나물뿐만 아니라 시래기, 무청, 토란대 등 채소를 말린 것, 묵은 나물은 아니지만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포함시키기도 하며 바닷가에서는 해초를 함께 섞기도 합니다.
음식이 충분치 않은 한겨울에 먹는 '진채식'은 평소 저장음식을 마련해두는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으며, 겨우내 부족했던 식이섬유와 무기질을 섭취함으로써 새로운 기운을 얻기 위한 새해맞이 행사용 음식으로 적합하지요.



오곡밥이나 약밥 같은 찰밥을 짓는 이유는 평소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을 지어 다 같이 나눠먹어 그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는 의미입니다.
여러 곡식이 어우러진 오곡밥은 영양면에서도 뛰어난 음식으로 팥은 칼륨이 풍부해 붓기를 빼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으며, 콩은 비타민과 철분뿐만 아니라 이소플라본이라는 단백질이 풍부한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로 돼 있어 유사한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차조는 이뇨작용으로 소변 배출을 돕고 쌀로는 채우지 못하는 무기질을 제공하며, 수수는 프로안토시아니딘이 많아 방광의 면역기능을 높이고 타닌과 페놀이 항산화 작용을 일으키고, 찹쌀은 소화기관의 부담을 줄여서 노약자가 음식을 섭취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홉차리라고 하여, 맡은 일을 아홉번씩 되풀이하면 한해 동안 복을 받는다는 풍속으로 남자는 보름날 밥을 아홉 그릇 먹고, 나무를 아홉 짐 하고, 마당을 아홉 번 쓸라 했으며, 여자는 삼을 아홉 광주리 삼아야 집안 사람들이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곧 농사일이 시작되니 많이 먹고 일을 많이 하라는 뜻이겠지요.


보름밥은 조가 들어가야 보름밥같습니다. 제가 조밥을 좋아하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조를 개구리알이라고 합니다. 준비한 잡곡에 소금을 약간 넣어 전기압력밥솥에 보름밥을 했습니다.




김이나 취잎사귀로 오곡밥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하여 복이 들어온다고 우리 조상들은 믿었다고 하는데, 복을 떠나 오곡밥에 갖은 나물로 싼 복쌈은 마치 김밥처럼 맛있기까지 합니다.



우리 지방에는 명절이나 기타 행사시 빠지지 않는 국이 탕국입니다. 탕국도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지방마다 내용물이 다를 수 있는데요, 저희는 바닷가다보니 해산물을 많이 넣습니다. 소고기를 한 번 삶아 핏물과 부유물을 깨끗이 씻은 후 푹 끓인 후 깍둑 썬 무를 넣고 한 소큼 끓인 후 두부와 바지락, 굴, 새우를 넣습니다. 해산물은 따로 맛국물을 내지 않더라도 국물이 진한데, 기제사나 차례때도 탕국을 끓이는데 시누이 내외는 제가 끓인 탕국을 맛있게 드시기에 넉넉하게 끓이는 편입니다.



작은아이의 생일이니 미역국이 빠질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객지에 있기에 생일이 되면 현금이나 상품권을 보내주는데 큰아이 생일때는 작은 아이가 음식을 잘 하니 언니 생일상을 차려주지만, 큰아이는 음식을 못 하다보니 돈으로 해결을 합니다. 하여 상품권을 보내면서 케익도 사고 저녁 한끼 먹고 작은 선물이라고 해 주어라고 했는데, 상품권을 보낸 다음날 백화점에 다녀 왔다고 합니다. 집에 있을 때나 객지에 있거나 아이들 생일을 빠뜨리지 않고 미역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미역은 겨울답게 생미역이며, 소고기와 참기름으로 볶아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간을 합니다.

정월 대보름 음식으로 차린 작은아이 생일밥상입니다. 깍두기는 명절때 남은 배로 담갔으며, 도라지를 많이 깠기에 도라지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김장김치, 파김치, 명란젓, 열기구이 등으로 보통 먹는데, 나물과 탕국과 미역국을 더 했습니다. 저녁에는 잡채라도 해야겠습니다.

한때는 정월 대보름이 설만큼이나 큰 명절이었지만 농업의 자리가 좁아지면서 그 처지도 옹색해지고 있습니다. 부럼이며 오곡밥·묵나물 같은 먹을거리를 통해서나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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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달집태우기 행사는 구제역으로 전면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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