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동백꽃 여행 4. 폐교에 핀 봄, 춘당매와 동백꽃
구조라 유람선 터미널 맞은편에서 멍게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구조라 초등학교로 갔습니다. 우리는 차를 그대로 두고 마을의 골목을 걸었는데 한무리의 여행객들이 구조초등학교에서 춘당매를 보고 오는 길이었으며, 그 골목은 샛바람소리길이었으며 민박과 게스트하우스가 몇 있기도 했습니다. 근처에 구조라해수욕장과 구조라성이 있는, 등산도 가능한 곳이 구조라입니다.
샛바람 소리길
샛바람 소리길은 뎅박동에서 구조라성 망루가 있었던 언더바꿈으로 가는 오솔길을 말하네요. 옛날 밭둑 구분도 하고, 샛바람을 피하기 위해 심은, 머라캐야 하노... 일종의 방풍림이었네요.
옛날에 겁이 억수로 많은 아~들은 여 있는 시릿대 밭에 거시기해서들 가지도 못 했는데 여름날 땡볕에도 서늘 한데다가 그만치 어두컴컴해서, 입담좋은 동네 어른들이 여름밤 돗자리에 누워 야아기해주던 언더바꿈 뒤 애기장 전설거치 샛바람에 한 매친, 아이귀신들이 울어대는거 멘커로 등골이 오싹해지가꼬 엄청시리 겁났네요. 인자는 다 알아삐갖고 겁은 좀 덜나는데 그래도 혼자가모 쪼깨 그시기하네요. 우짜든가 둘이 드가서 댕기보이소.
폐교인 구조라초등학교앞에는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과 폐교 안내표지가 있었습니다. 구조라초등학교는 1941.03.31 일운제2공립국민학교 부설 구조라 간이학교 설립인가, 1999.02.29 제 50회 졸업생 배출, 1999년 3월 1일 일운초등학교 구조라분교장으로 격하, 1999.09.01 분교장 폐교로 일운초등학교로 통합되었습니다.
일운초등학교는 일운면 지세포에 있는데, 마을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구조라의 어린이들은 학교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어느 초등학교는 주민의 증가로 분교가 초등학교로 격상되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농어촌의 학교는 분교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젊은층이 도시로 나가고 여성의 고학력으로 여성의 경제력이 강화되었고, 남녀평등이 해소되지 않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며 동시에 가임여성이 줄다보니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지 싶습니다. 당장 저희 두 딸도 30대지만 미혼인데 농어촌의 폐교소식이 안타깝지만 저희 부부는 웬만하면 결혼은 하지 마라는 주의입니다.
학교교문입니다. 교문 기둥에는 '구조라초등학교'로 되어 있었으며 마주 보이는 학교 담장위에 춘당매가 있습니다.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춘당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인 춘당매는 겹매화로 풍성한 맛이 있으며,1월 10일경 꽃망울을 맺고 입춘전후 만개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제가 한참 늦었지요.
춘당매의 수령은 120~150년을 추정된다고 하는데, 매화나무의 수명은 100년 안팎으로 추정하니 춘당매 관리가 시급한 듯 했습니다.
춘당매 아래에 서면 구조라 앞바다가 보입니다. 학생들이 한창일 때 이 운동장도 아이들 꿈만큼 푸르렀겠지요.
폐교가 된지 약 20여년이 되어 가는 구조라 초등학교는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건물과 여러 동상이 있었으며 화단의 수목도 그대로 꽃을 피웠고 수목 아래에는 풀꽃인 민들레가 피기도 했으며 수선화도 피려고 했습니다.
마을 주민이 화단 부분을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관리가 소홀하지만 동백나무가 여럿 있었는데 동백도 붉은 꽃을 피웠습니다. 동백은 상록교목으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꽃이 피고지고를 반복하는데, 겨울에 꽃을 피워 동백(冬柏)이라 불리지만 겨울을 이기고 3월에 핀 동백이 가장 예쁘며 춘백(春栢)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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