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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동백꽃 여행 3. 공곶이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곳

by 실비단안개 2018.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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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동백꽃 여행 3. 공곶이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곳


이제 본격적인 동백꽃 여행입니다. 공곶이(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와현로 257)는 쪽동백보다 터널을 이루고 있는 애기동백이 더 근사한 곳이지만, 지금은 애기동백이 지는 계절이니 애기동백 대신 쪽동백을 기대하며 겨우겨우 주차를 하고 예구마을에 내렸습니다.

어느 지역이나 유명인 한 사람만 있으면 그 지역민은 먹고 사는데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지마다 여행객이 넘치며, 그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지역민은 오염이 덜 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 등을 보통 입구에서 판매를 하는데 공곶이로 가는 길목에도 그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방풍, 쪽파, 쑥 등을 맨땅에나 좌판에 놓고 판매를 하는 포구의 할머니들과 어울려 향긋한 커피를 판매하는 젊은 트럭까지 있었는데, 모르는 이들에게 알리듯이 수선화 꽃다발이 놓여 있었습니다. 수선화는 이른 봄 매화가 지고 벚꽃이 필즘에 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공곶이는 예구마을 끄트머리에서 언덕을 올라야 합니다. 공곶이는 지형이 궁둥이처럼 튀어나왔다고 해서 '공곶이'라고 불리는 계단식 다랭이 농원으로 세 번째 방문인데 흙길이던 언덕이 시멘트길이 되었으며 좀 넓어진 듯 했습니다. 그 사이 입소문으로 거제 명소가 되다보니 지자체에서 신경을 쓴 모양입니다.

언덕을 오르니 벌써 동백꽃이 맞아 주었습니다. 이 계절 시린 가슴을 따듯하게 품어주는 꽃이 동백이며 지금 거제는 동백꽃 천지입니다.



동백꽃은 질 때 통째 툭 떨어지지만 떨어지지 못 하고 그대로 마른 동백도 있었습니다. 붉은 꽃잎과 노란 꽃술의 조화가 환상입니다.




예구마을에서 공곶이까지는 꽤 멉니다. 그만큼 많이 걸어야 하는데 가는 길에 동백이 피어 있기에 심심치 않는데, 동백은 산에도 피었고 밭둑에도 피었고 도로변에도 피어 있습니다. 큰 동백나무가 잘라졌기에 아까워하기도 했습니다.



언덕을 오르면 공곶이 안내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없었지요.

황무지였던 땅에 생명을 불어넣고 긴 세월에 걸쳐 아름답게 만들어 수많은 생명이 잇대어 살아가는 숲을 만든 이는 강명식, 지상악 부부입니다. 거제에는 1인 내지 가족이 만든 정원이 여럿 있는데 외도가 그러하며 산방산 비원 그리고 조금 전에 다녀온 매미성이 그러한데, 공곶이는 아주 오랜 세월 노부부의 손길에서 태어난 화원이자 낙원입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이 고향인 할아버지가 공곶이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1956년으로 6·25전쟁 직후 입대해 7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가 모친의 성화에 못 이겨 찾은 곳이 거제 예구마을이었다고 합니다. 꼬박 하루 걸려 닿은 마을에서 등잔불 밝힌 어둑한 방안에서 아내 지상악 씨를 만났는데, 두 사람은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한 달 뒤 백년가약을 맺었으며, 이른 아침 식을 치르곤 여행 삼아 산보를 나간 곳이 바로 공곶이였다고 합니다.

바다와 섬, 산자락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는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감과 충만함을 느껴 할아버지는 공곶이에서 살기로 했다고 합니다.
10년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공곶이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이 서울로 간다는 소식을 듣곤 할아버지는 지금껏 키운 꽃을 전부 팔아 집터와 농토 일부를 샀으며, 이후 돈이 생길 때마다 땅을 넓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땅이 지금의 4만 5천여 평이며, 감귤나무 한 그루면 자식 대학공부 시킬 수 있었던 시절이었던 당시 2천 그루의 감귤묘목을 심고, 첫 수확의 꿈이 부풀었는데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 애지중지해온 감귤나무는 모두 얼어 죽었다고 합니다. 한참을 방황하다 마음을 추스르곤 동백과 수선화를 심고 욕심을 내지 않고 매년 조금씩 수를 늘려갔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다 종묘상에 잠깐 들렀는데 노란 꽃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게 수선화인지도 모르고 주머니를 털어 딱 두 뿌리를 샀는데, 그 때 산 두 뿌리가 지금 수선화 천국을 만들었으며 거제의 명소(거제 8경)가 되어 봄이면 전국의 여행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드디어 공곶이입구에 닿았습니다. 예쁜 탐방로 안내가 있으며 이정표도 세워져 있었습니다.



애기동백터널입니다. 아직 지지않은 애기동백꽃이 있기도 했습니다. 터널은 미끄러지듯 있으며 양쪽으로 다랭이밭이 있는데 그곳 모두 각종 식물이 자라며 계절마다 꽃을 피웁니다. 오늘은 어떤 꽃이 피어 있을까, 공곶이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곳입니다.




수선화꽃밭이 떨어진 애기동백 꽃잎으로 붉게 물들었으며, 꽃밭 멀리에도 동백꽃이 붉게 피어 있었습니다.



앞쪽의 너울거리는 식물은 조팝나무입니다. 조팝나무꽃은 벚꽃이 필즘에 피거나 좀 더 일찍 피는 하얀꽃인데 공곶이의 울에는 조팝나무꽃이 많았는데,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잘라졌으며 꽃밭입구에는 울이 있었습니다.




동백꽃나무 앞으로 무인판매대가 있습니다. 공곶이는 부부가 먹고 살기 위해 조성한 삶의 터전이지 관광지가 아닌 탓에 입장료가 없는데, 수선화 구근과 수선화, 천리향이 있었습니다. 구근은 뿌리당 500원이었으며 천리향은 2,000원, 큰화분의 애기동백은 1만원이니 누구라도 주저않고 들고 갈만한 값이었습니다.

우리는 새품종인 듯 한 이스라엘수선화 화분과 서향(천리향) 화분 두 개, 노랑수선화와 하얀수선화 구근 두 뿌리씩을 구입했습니다. 텃밭에 노랗고 하얀 수선화가 여럿 있으며 천리향도 연보라와 흰색 두 그루가 있는데, 예초기로 자꾸 날려 구입할 때 보다 더 작아졌기에 이번엔 마음담아 키워보자며 두 그루를 구입했는데, 한 화분에는 작은 천리향이 두 그루였습니다.




수선화가 드문드문 피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워낙 따뜻했기에 여행객들은 꼭 수선화만을 보러 오지 않는 듯 바닷가에도 많았습니다. 수선화밭의 앞쪽에 키가 크고 윗쪽에 잎이 벌어진 식물은 종려나무인데 영화 '종려나무의 숲' 촬영지이기도 한 곳이 공곶이입니다.

맞은편의 섬은 내도입니다. 우리가 언덕을 오를 때 풍물소리가 들렸기에 공곶이에서 행사가 있나 하며 공곶이로 갔었는데 그 풍물소리는 내도에서 들려 왔던 겁니다. 정월달이라 마을에서 행사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건 동백나무 수피입니다. 배롱나무처럼 아주 매끈하지는 않지만 다른 나무에 비하면 매끈한 편입니다. 노부부의 일이 늘어날 듯 하지요. 이 동백나무 모두 제 자리를 찾아 심어야 할 듯 하니까요.



해안과 경계가 되는 돌담장입니다. 바닷가다보니 아무래도 바람이 세차니까요. 그동안 많은 비가 내렸으며 바람도 많이 불었을 텐데 돌담장은 그대로였습니다.



화원을 빠져나와 바닷가로 가는 길목에 큰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 뿌리 사이사이마다 여행객들이 돌탑을 쌓았으며 바닷가에는 몽돌돌탑도 있었습니다. 몇 년전 큰아이와 공곶이를 찾았을 때 햇빛이 따사로와 몽돌밭에서 한참동안 앉아 있기도 했는데 공곶이는 그야말로 낙원같은 곳입니다.







몽돌밭 끝에 나무 계단이 있었습니다. 처음보는 길인데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나무계단을 오르다 뒤돌아 찍은 공곶이 풍경입니다. 노부부의 건강을 기원하면서요. 수선화와 동백나무 등 50여 종의 나무와 꽃의 안녕도 기원했지요.



산길은 가파르기도 했고 완만한 곳이 있기도 했으며, 이 길도 천주교 순례길이었습니다. 숲의 동백나무는 키가 컸으며 꽃은 드문드문 피어 있었고 나무 아래에는 어린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국제신문의 근교산 취재팀이 다녀갔는데 이 리본만 보면 반갑습니다. 그러기에 어디 산에 가면 안내리본을 자세히 보는 편입니다. 나도 그 취재팀이 걸었던 길을 걷구나하면서요.



마을이 가까웠습니다. 밭에는 매화향이 났으며 여행객들은 쑥을 캐고 있었습니다. 분홍색 모자를 쓴 어린이는 우리뒤를 따라 산길을 걸었는데 말씨가 예뻤으며 기특한 생각들을 쏟아 냈기에 걸으면서 혼자 빙긋이 웃기도 했습니다. 이 꼬마는 엄마 아빠와 함께 공곶이를 방문하고 가는 길인데 쑥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며 쑥을 캐는 이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몇 십분을 족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곶이 방문, 수선화와 동백과의 만남까지 이루어졌는데 이 어린아이와 만남까지 모두 충만한 시간이 되었기에 아주 흡족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구조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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