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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김장, 마치 김치 공장 같다네요

by 실비단안개 202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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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13일

- 김장 배추 100포기 양념 만들기에 이어

 

11일

굴깍두기용 무를 썰었습니다. 자색 무도 함께 썰었지요. 오래전 남해 어머니는 겨울이면 굴깍두기를 꼭 담갔기에 얼라아부지와 시누이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적갓을 캐러 텃밭으로 갔습니다.

얼었던 적갓이 녹았습니다. 너무 자랐기에 캐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새봄에 한두 번 치댈 거리만 두고 다 캤습니다.

 

쪽파 작황이 좋지 않아 김장 양념에 대파를 넣기로 했습니다.

큰 대파 옆의 작은 대파는 10월에 아주심기를 했으며 그 옆의 시금치는 10월 23일에 파종했습니다. 월동을 위해 볏짚을 뿌려두었지만 너무 어려 안쓰럽습니다.

 

사정없이 캔 적갓을 텃밭에 앉아 다듬었습니다. 대파도 당연히 다듬었지요. 너무 많은 듯 느껴졌습니다.

 

밭이 비어집니다.

 

12일 

오전 9시 텃밭에서 만납시다.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도착했노라고.

텃밭에서 배추를 캐고 있으니 동생네 식구들이 왔습니다. 동생 부부와 조카 남매와 예비 조카사위도 왔습니다. 든든했습니다.

 

가을배추는 김장배추라고도 불리는데 김장 수요에 맞춰 한반도 전체 밭에서 배추가 재배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배추는 보통 배추김치 형태로 가공되어 식탁에 오르고, 배추김치가 적당히 익으면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과 같은 음식으로 거듭나며 또한 여러 음식에 곁들여져 먹게 됩니다. 

김장은 우리, 친정, 동생네, 시누이네가 나눌 텐데 지난해 50포기를 하니 동생네를 제외하고 꼭 맞는 양이었습니다. 지난해 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다 보니 동생네는 따로 했거든요.

양념 100포기에 백김치 50포기 할까 하니 올케가 너무 많다고 하여 세 집이 서른 포기를 하기로 하고 쌈으로 먹을 배추와 합하여 140포기 정도 캤습니다. 캐고 남은 배추는 좋은 배추로 계산하여 90포기입니다.

 

인원이 많아 텃밭이 무너질까 염려가 될 정도로 든든한 풍경입니다.

 

김장용 배추를 수확한 후 흩어져 있는 배추 겉잎은 잡초 나는 걸 예방하기 위해 고랑에 널었습니다.

요즘은 잡초 매는 것도 큰일이거든요.

 

밭에서 겉잎을 많이 뗐다 보니 버릴 겉잎이 없었습니다. 이제 뒷전으로 물러나신 아버지와 올케와 조카가 배추를 자르고 있으며 엄마는 소금을 녹일 물을 끓이고 동생은 소금 간을 합니다.

 

보통 배추 한 포기는 겉잎을 떼고 3kg으로 계산하는데, 배추가 좋아 큰 건 4kg이상이었습니다. 양념을 넉넉히 준비했는데 모자라겠습니다.

 

소금을 물에 풀어 배추를 잠시 담갔다 건져 소금을 다시 칩니다. 올해는 소금이 60kg 들었는데 짜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점심은 횟집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조카가 가리비 10kg을 들고 왔기에 얼라아부지가 낚시한 삼치 두 마리와 농협마트에서 구입한 고기로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배추를 절이는데  날씨가 따듯했기에 화분을 정리한 후 밥상을 마당에 차렸습니다.

 

점심 식사 후 안골에 굴을 사러 갔습니다. 김해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굴 3kg을 구입했습니다. 김장철이라 1kg에 15,000원이었습니다.

 

배추는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었으며 5시간 30분 절여 물을 바꾸어 가며 세 번 헹궜습니다.

예비 조카사위가 마치 김치 공장 같다네요. 농사도 함께 짓고 김장도 함께한 옛날처럼 우리 집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배추가 많다 보니 어두워졌어야 세척이 끝났습니다.

 

13일

오전 9시에 김장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친정으로 가니 밤새 물이 빠진 배추가 이불을 벗고 예쁘게 엎어져 있었습니다.

 

적갓은 배추를 절인 후 그 소금물에 살짝 절여 건져 두었는데 밤새 얼었습니다.

 

올해도 아버지께서는 배추의 꼬랑지를 손봤습니다. 이 일은 해마다 아버지 몫입니다.

 

김치용 적갓은 따로 두고 양념용 적갓을 썰어 대파와 함께 김장 양념에 버무렸습니다.

굴은 깍두기용을 제하고 우리와 시누이네가 우선 먹을 김장에 넣을 양입니다.

 

조카가 처음으로 김장 양념을 했습니다. 다 컸습니다.

 

너무 큰 배추는 또 자르면서 양념을 하고 김치통을 채우고 스티로폼 박스를 채우고 있습니다.

양념이 간당간당했기에 우리는 입으로는 양념 조금씩 하자고 하면서 손은 아낌없이 양념을 했습니다.

 

엄마는 집안일을 할 때나 제가 텃밭일을 할 때 항상 애를 태우십니다. 그러시지 말라고 해도 항상 그렇습니다.

 

양념을 하는데 작은 이모가 오셔서 도와주었으며, 점심시간 전에 김장을 마쳤습니다.

배추 100포기양의 양념은 8~90포기 정도 양념을 했나 봅니다. 남은 배추는 백김치용으로 나누었으며, 이모께도 조금 드렸습니다. 깔끔했습니다.

 

우리가 양념을 하는 사이 얼라아부지는 수육을 삶았으며 엄마는 쌀을 씻어 밥을 짓고 예나 물메기탕을 끓였습니다.

냉장고 반찬은 꺼내지 말고 김장과 수육으로만 점심을 먹자고 했습니다.

모두 최고로 만족스러운 김장이었다고 하며 맛도 최고라고 했습니다. 비록 텃밭농사지만 뿌듯했습니다.

 

우리 몫의 김장을 집에 싣고 온 후 텃밭으로 갔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녹즙용 케일을 장만하기 위해서입니다. 월요일부터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니 녹즙용으로 일주일치 정도는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요.

집에 와서 둘이서 일어나더라도 서로 깨우지 말기 하며 푹 잤습니다.

잠시 친정에 들려 그릇을 정리해 드리고 집에 오니 얼라아부지가 일어나 있습니다.

우리집의 저녁 밥상에 오른 적갓 김치, 김장 김치, 굴깍두기입니다. 우리집도 더 꺼내지 말라고 합니다. 국은 역시 물메기탕입니다. 요즘 물메기철이다보니 매일 먹다시피 합니다. 물메기는 한 마리에 1만 원인데 우리 둘이 한 끼 양입니다.

 

이제 김장을 마쳤으니 텃밭에 가는 일이 뜸할 겁니다.

그동안 못 잔 잠을 잘 것이며, 한국기행을 시청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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