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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릿대 터널이 백미인 거제 구조라진성(巨濟 舊助邏鎭城) 가기

by 실비단안개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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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내도를 나온 우리는 구조라성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구조라 초등학교의 춘당매를 만나러 가긴 했지만 샛바람 소리길을 가면서 구조라성을 가지 못했는데 이제야 갑니다.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앞산(수정산) 능선에 있는 이 성은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 위하여 전방의 진지로 쌓은 것입니다.

 

구조라항에서 마을을 접어들면 바닥에 샛바람 소리길, 구조라성이라는 글이 있는데 그 안내를 따라 걷다 모퉁이를 돌면 당산목이 있습니다. 이 길이 구조라성으로 가는 샛바람 소리길입니다.

 

구조라성 이정표가 있으며 샛바람 소리길 안내도 있습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적은 안내판입니다.

“샛바람 소리길을 뎅박동에서 구조라성 망루가 있었던 언더바꿈으로 가는 오솔길 아입니까.

옛날 밭둑 구분도 하고, 샛바람을 피할라꼬 심은, 머라 캐야 하노. 우찌 보모 방풍림이라 캐야 하나...

옛날에 겁이 억수로 많은 아∼들은 여 있는 시릿대 밭에 거시기해서 들가지도 못했는데…

샛바람이 불모 입심좋은 동네 어른들이 여름밤 돗자리에 누워 이야기해주던 언더바꿈 뒤 애기장 전설맨커로 샛바람에 한매친 알라 귀신들이 울어대는 그치 맨커로 등골이 오싹해지가꼬 식겁했다 아입니까.
인자는 다 알아삐서 겁이 좀 덜 나는데 그래도 혼자가모 쪼깬 그한께 우짜든가 둘이 드가서 댕기보이소.
샛바람 소리길 초입의 울창한 신우대 숲에 귀신의 전설이 깃들어 있어 겁많은 아이들은 얼씬도 못 했던 모양이다. 안내문의 마지막 문장은 길 걷기를 권하는 청유형으로 끝난다. “인자는 다 알아삐 갖고 겁은 좀 덜 나는데, 그래도 혼자 가모 쪼깬 그시기해니 우짜든가 둘이 드가서 댕기 보이소.”

 

드디어 조릿대 터널이 시작되었습니다. 조릿대는 빽빽했으며, 우리나라의 남해안 성터 주변에 많은데 화살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조릿대는 산죽·갓대·산대·신우대라고도 합니다. 대의 일종으로 무리 지어 자라는데 대나무 중에서 가장 작은 종류입니다. 줄기는 지름 3~6mm이고 곧게 서는데 전체적으로 녹색을 띠며 질이 단단하고 마디가 불거지지 않으며, 마디 사이는 거슬러 난 털과 흰 가루로 덮이지만 4년째에 잎집 모양의 잎이 벗겨지면서 없어집니다.

조릿대는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 나면 조릿대 군락 모두가 말라 죽고 이듬해 다시 씨앗이 떨어져 싹이 나온다고 합니다.

죽세공용·관상용·식용·약용으로 이용되는데, 대나무 종류 가운데 약성이 제일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열매·죽순·어린잎을 식용한다고 합니다. 조릿대 잎은 방부 효과가 있어 떡을 조릿대 잎으로 싸 두면 며칠 지나도 상하지 않으며, 팥을 삶을 때 조릿대 잎을 넣으면 빨리 익을 뿐 아니라 잘 상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샛바람 소리길은 길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고 길은 구릉의 밭과 밭을 구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길섶에 쌓아둔 낮은 돌담이 샛바람을 막는 방풍벽 역할도 하니 다목적 길인 셈입니다.

우리는 초입에 지팡이의 아쉬움을 또 느꼈습니다.

 

조릿대의 키는 어른의 몇 배인듯했으며, 조릿대 오솔길은 마치 비밀의 숲 같았습니다.

조릿대가 바람에 몸을 비비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마치 빗질 소리와도 같았으며, 이 길에다 붙여준 샛바람 소리길이라는 이름이 와 닿았습니다.

 

조릿대의 잎과 대입니다.

 

그 어떤 침입자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조릿대 군락이며, 샛바람 소리길의 바람은 빛도 흔들어댔습니다.

 

미로는 길지 않았지만 백미였습니다. 조릿대 오솔길을 벗어나자 구조라해수욕장이 보였으며, 윤돌도가 있었고 작은 밭이 나왔습니다.

 

매화가 핀 밭에는 농군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었으며 구조라항이 보이는 언덕에서는 아낙들이 쑥을 캐고 있었습니다. 좋은 봄날을 사람들은 다르게 즐겼습니다. 오래전에는 근처가 다 논밭이었을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내도에서도 그랬지만 구조라성으로 가는 길에서도 우리 또래라면 지팡이를 준비해야겠습디다. 길에 매트를 깔았지만 더러는 미끄럽기도 했으며 낙엽이 많았습니다.

구조라성 안내도입니다.

 

거제 구조라 진성(巨濟 舊助邏鎭城)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앞산 능선에 있는 진성으로 1998년 11월 13일 경상남도의 기념물 제204호 구조라성으로 지정되었다가, 2018년 12월 20일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거제 구조라 진성은 조선시대 낙동강의 서쪽 지역인 경상우도 소속의 수군 진성으로 쓰시마섬 쪽에서 오는 왜적을 방어하려고 성종 21년(1490년)에 쌓았다.

성의 둘레는 860m, 성벽 너비는 4.1m이며, 높이 4m 정도의 성벽이 남아있다.

성문은 3곳으로 추정되며, 남문지와 북문지에는 성문을 지키기 위해서 반원형으로 쌓은 옹성이 설치되어 있다.

한편 성벽에 붙은 적을 공격하려고 성벽을 사각형으로 돌출되게 쌓은 치성 5곳과 샘 1개소가 있다.

선조 37년에 현재의 옥포 북쪽 조라포로 이동하면서 '신조라'에 대한 '옛날 조라'라는 의미에서 '구조라'라고 하였고 후에 현재의 자리로 돌아왔다.

* 수군 진성 : 조선시대에 바다에서 국방과 치안을 맡아보던 군대가 적으로부터 물자를 보호하려고 포구를 중심으로 쌓은 성.

 

정말 힘들게 성벽을 올랐습니다. 이미 내도에서 많이 걸었던 터라 다리가 천근이었거든요.

성벽 위에는 성을 찾은 나들이객이 많았는데 그들 대부분도 쉬고 있었습니다.

 

성벽으로 오르면서 담은 옹성입니다.

 

왼쪽은 구조라해수욕장이며, 마을에 이어 오른쪽은 구조라항입니다.

 

성벽에 올랐습니다. 산 정상에 전망대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수정산은 오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간다고 하면 갈 수 있는데 다리가 아파 걷지를 못하겠답니다.

 

복원 성벽과 달리 자유로 운듯한 여기는 원래의 성벽 같았습니다. 이 성벽은 아래로 뻗어 있습니다.

 

구조라항에서 본 수정산과 구조라 진성 아래로 돌무리가 뻗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 아래의 초록색이 조릿대 군락입니다.

 

옹성 가까이서 아래를 보면 옛 성벽인듯한 풍경이 보이는데, 얼라아부지와 이런 성벽에 절대 갈 수가 없습니다. 이미 한도 초과를 했다고 할 정도로 걸었기 때문이며, 산을 걷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옹성을 나와 반대편의 성벽을 담았습니다. 방문객이 많은지 풀이 자라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겨울의 끝자락이긴 하지만요.

 

성벽에 기대어 앞을 보면 섬이 하나 있는데 개인 소유의 윤돌도입니다.

 

다시 조선시대의 성곽 구조라성에 대한 안내도가 있었습니다.

사찰이나 성 등에 가면 대단한 기술에 놀라고 많은 민초의 노력에 놀랍니다.

 

성벽 위를 걷고 있는 나들이객들입니다.

 

구조라 초등학교와 춘당매가 보였습니다.

 

구조라 진성에서 내려오면 공원 같은 곳이 있는데 넓은 땅에는 유채가 자라고 있었으며, 포토존이 있었기에 가족들과 연인들이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유리는 늙었기에 기념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내려올 때는 다른 조릿대 길을 택했습니다.

조릿대 비밀 숲을 들 때부터 백미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람소리가 들렸지만 숲은 아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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