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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김달진 문학관

月下 김달진

by 실비단안개 200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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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시인·한학자) (1907~1989)
 
 호 월하(月下). 1907년 경남 창원군 웅동면에서 출생, 1929년 <문예공론>에 데뷔했으며 <시원> <시인부락> <죽순>동인으로 활약했다. 1939년 불교전문을 졸업하고 일시 사찰에 귀의했다가 8·15광복 후 《동아일보》 기자, 선린상업학교 교사, 1954년 해군사관학교 교관을 거쳐 1973년 동국대학교 역경원 역경위원을 지냈다.

《시원(詩苑)》 《시인부락(詩人部落)》 동인으로 1929년 《문예공론(文藝公論)》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유점사(楡岾寺)를 찾는 길에》(1934), 《연모(戀慕)》(1935.5), 《낙월(落月)》(1936) 등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첫시집 <청시>, 김달진 시 전집 <올배미의 노래>, 장편서사시집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가 있으며, 그외 <장자>, <법구경>, <한산시>, <부다차이타>, <보조국사전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등 다수의 책들을 한글로 번역했다. 직접 역해한 <한국 한시> 전3권의 완간을 앞두고 1989년 6월 세상을 떠났다.

 

 

寺村 - 김달진

 

뒷절에서 울려오는 경쇠 소리에
七月 한낮은 더욱 길었다.

 

툇마루에 그늘은 깊었다. 새로 내온 하얀 골자리.

風化된 난간에 기대 앉아 우거진 藤넌출을 우러르고 있었다.

파리 벌 한 마리가 圓을 돌고 있었다.
햇볕 쨍한 좁은 뜰 안에, 아름아름 감길 듯 두 눈이 부시었다.

병아리 두 세 마리 박잎 그늘에 졸고 있었다.

한 떨기 金蓮花― 타는 듯 가련한 한떨기 金蓮花에 환히 비추일 듯 마음이 부시었다.

 

참한 床一나찬 童貞 女僧이 정성껏 보아온 까만 술상이다.

고사리 나물 호박전, 오이 김치, 두부지짐…….

가지가지 빛나는 하얀 접시들이여, 나는 혼자서 술잔을 기울였다.

山포도 물든 볼그레한 맑은 술을 혼자서 기울였다.

술기운 함께
먼 하늘가로 돌아오는 흰 구름에,
뜰 안에 타는 빨간 金蓮花에,
童貞 女僧의 알뜰한 情에,
있는 듯 없는 듯 가느란 시름에,
나는 혼자
취해 가고 있었다.

취해 가고 있었다.

 

 

뒷절이란 성흥사를 말씀하시는 것일까?

나는 月下님에게 취하여 오늘도 생가와 문학관을 다녀왔는데..... .

 

 

 

 

 

 

 

 

 

馬頭琴 켜는 밤 - 박정대


밤이 깊었다
대초원의 촛불인 모닥불이 켜졌다

몽골의 악사는 악기를 껴안고 말을 타듯 연주를 시작한다
장대한 기골의 악사가 연주하는 섬세한 음률, 장대함과 섬세함 사이에서 울려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 모닥불 저 너머로 전생의 기억들이 바람처럼 달려가고, 연애는 말발굽처럼 아프게 온


내 生의 첫 휴가를 나는 몽골로 왔다 폭죽처럼 화안하게 별빛을 매달고 있는 하늘
전생에서부터 나를 따라오던 시간이 지금 여기에 와서 멈추어 있다

풀잎의 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결이 인다 풀잎들의 숨결이 음악처럼 번진다
고요가 고요를 불러 또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내 그토록 오래 꿈꾸었던 사
랑에 복무할 수 있다

대청산 자락 너머 시라무런 초원에 밤이 찾아왔다 한 무리의 隊商들처럼
어둠은 검푸른 초원의 말뚝 위에 고요의 별빛을 매어두고는 끝없이 이어지던 대낮의 백양나무
가로수와 구절초와 민들레의 시간을 밤의 마구간에 감춘다 은밀히 감추어지는 生들

나도 한 때는 武川을 꿈꾸지 않았던가 오랜 해방구인 우추안
고단한 꿈의 게릴라들을 이끌고 이 地上을 넘어가서는 은밀히 쉬어가던 내 영혼의 비트 우추안

몽골 초원에 밤이 찾아와 내 걸어가는 길들이란 길들 모조리 몽골리안 루트가 되는 시간
꿈은 바람에 젖어 펄럭이고 펄럭이는 꿈의 갈피마다에 지상의 음유시인들은 그들의 고독한 노래
를 악보로 적어 넣는다

밤이 깊었다
대초원의 촛불인 모닥불이 켜졌다

밤은 깊을 대로 깊어 몽골의 밤하늘엔 별이 한없이 빛나는데 그리운것들은 모두 어둠에 묻혀버
렸는데 모닥불 너머 음악 소리가 가져다주던 그 아득한 옛날
아, 그 아득한 옛날에도 난 누군가를 사랑했던 걸까 그 어떤 음악을 연주했던 걸까

그러나 지금은 두꺼운 밤의 가죽부대에 흠집 같은 별들이 돋는 시간
地上의 서러운 풀밭 위를 오래도록 헤매던 상처들도 이제는 돌아와 눕는 밤
파오의 천정 너머론 맑고 푸른 밤이 시냇물처럼 흘러와 걸리는데 아 갈증처럼 여전히 멀리서 빛
나는 사랑이여, 이곳에 와서도 너를 향해 목마른 내 숨결은 밤새 고요히 마두금을 켠다

몇 개의 전구 같은 추억을 별빛처럼 밝혀놓고 홀로 마두금을 켜는 밤
밤새 내 마음이 말발굽처럼 달려가 아침이면 연애처럼 사라질 아득한 몽골리안 루트

* 마두금-악기의 끝을 말머리 모양으로 만든, 두 개의 현을 가진 몽골의 전통 현악기
* 제 14회 김달진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김달진문학상 []

이 상은 그의 문학정신을 기려, 비정상적이고 과도하게 물질적 가치에만 집중함으로써 위축된 정신 가치를 회복하려는 취지에서 제정되었으며, 시 창작 및 평론을 통하여 인간에게 고유한 정신과 얼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둔 정신주의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시인 및 평론가에게 주어진다. 처음에는 시 부문만 시상하다가 1998년 제9회부터 평론 부문이 추가되었다.

매년 3월에 4명의 추천위원이 시와 평론 부문에서 문단 경력 10년이 넘은 문인들을 대상으로 2명씩 추천하고, 심사위원들이 합동 심사회를 열어 8명의 해당 작품에 대한 토론을 거쳐 수상자를 결정한다. 상금은 없으며 반년간지 《서정시학》에 수상작을 게재하는 문학적 평가로 대체한다.

박태일이 《명리 물 끝》 연작 등으로 첫 수상한 이후 이준관·김명인·이하석·송재학·이문재·송수권·고진하·남진우·최정례·문인수 등이 시 부문에서 수상하였고, 평론 부문에서는 신덕룡·이숭원·전정구 등이 수상하였다. 2001년 제12회에는 시 부문에 나희덕의 《엘리베이터》 외 4편, 평론 부문에 고형진의 《회화적 상상력의 확산과 동양시학의 계승―김종길의 시세계》가 수상하였다.

 

'열무꽃' 개울에는  오늘도 여인네가 빨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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