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시인·한학자) (1907~1989)
호 월하(月下). 1907년 경남 창원군 웅동면에서 출생,
1929년 <문예공론>에 데뷔했으며 <시원> <시인부락> <죽순>동인으로 활약했다. 1939년
불교전문을 졸업하고 일시 사찰에 귀의했다가 8·15광복 후 《동아일보》 기자, 선린상업학교 교사, 1954년 해군사관학교 교관을 거쳐 1973년
동국대학교 역경원 역경위원을 지냈다.
《시원(詩苑)》 《시인부락(詩人部落)》 동인으로 1929년 《문예공론(文藝公論)》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유점사(楡岾寺)를 찾는 길에》(1934), 《연모(戀慕)》(1935.5), 《낙월(落月)》(1936) 등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첫시집 <청시>, 김달진 시 전집 <올배미의 노래>, 장편서사시집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가 있으며, 그외 <장자>, <법구경>, <한산시>, <부다차이타>, <보조국사전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등 다수의 책들을 한글로 번역했다. 직접 역해한 <한국 한시> 전3권의 완간을 앞두고 1989년 6월 세상을 떠났다.
열무는 얼마나 자랐을까, 비가 내려 곡주 한잔이 간절하실텐데 부어 마실 사발은 있을까?
月下 김달진님 생가를 찾았다. 비가 내려 더 호젓한 시인의 생가, 정지며 시인님의 방도 살짝 열어 보았다.
이십여일 동안 열무는 많이 자랐으며 누군가 솎아 간 흔적도 있었고, 시인의 감나무에는 어린감꽃이 자리를 잡기도 하였다.
굴뚝을 덮어 둔 기와가 일그러져 바로 놓고 낙숫물을 오래오래 바라보며 문학관에서 커피 대접도 받고 왔다.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그치려는 빗방울, 오늘도 그 개울에는 아낙들이 빨래를 한다.
생가 모퉁이 돌아 나오는 동네 텃밭에 무꽃까지 피어 있으니 열무김치 안주 삼아 천상 한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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