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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김달진 문학관

7월말에 열무씨를 파종한 까닭

by 실비단안개 2006.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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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긴 장마가 끝난듯하다.

29일 오전 11시가 지나 문학관에서 연락이 왔다.

오후에 파종을 하기로 하였는데, 밭을 다듬을 준비를 하니 오라는 연락 - 총알처럼 머리를 감고 콜을하여 가니 12시가 조금 지났다.

생가의 관리인 아저씨와 이웃 할머니께서 텃밭의 흙이 말라서 아주 힘들게 작업을 하고 계셨다.

아저씨께서는 긴 호스로 물을 두번씩이나 밭에 뿌려 흙을 부드럽게 하시고 ----

 

월하님의 詩 '열무꽃'에는 열무꽃이 한여름에 핀다. 아낙네들이 밤에 앞개울로 몰려 갈 일은 개울에서 멱을 감는 일이기에 ---

 

그런데 생가에선 7월 말이 가까워서 파종을 한다.

지난 유월에 열무꽃이 한차례 피었고, 다시 파종을 하는 까닭은 50일만에 꽃을 피운다는 열무를 9월 23~24일 양일간의 '김달진 문학제' 행사를 위해서이다.

문학제에는 많은 문인들이 참석을 하시며, 일정 중에는 '생가 방문의 날'이 있기도하다.

생가를 방문하는 귀한 걸음을 어이 섭섭하게 보내겠는가, 꽃잎같은 나비 날지 않더라도, 열무꽃잎이 나비의 그 고운잎 같으니 열무꽃인가 나비인가 꿈같은 걸음 되시라고, 문학관에서 7월 말경에 파종을 다시하는 것이다.

 

내가 참여한 시간은 낮 12시 30분경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였는데, 장마가 끝난 자리라서 그런지 더웠다. 올 들어 가장 더운날이었으리라.

학예사님께서는 뜨거운 커피 대신 찬식수를 계속 주셨으며, 잠시 쉴 때 아이들이 꾹꾹 밀어 올려 먹는 얼음도 먹었다.

관리인아저씨, 이웃 할머니, 학예사님, 나 ---- 우리는 아주 큰 임무를 수행하는 그런 사람처럼 열심히 일을 한것 같은데, 열무가 우리들의 마음을 안다면 9월 그날에 하얗게 웃음을 날려주겠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경운기 일꾼을 구할 수가 없어서 할머니와 관리인 아저씨께서 일일이 손 작업을 하셨다. 생가에는 텃밭이 세개 있는데 가장 큰텃밭에는 열무씨, 나머지 두곳은 무와 배추를 파종할것인데, 무와 배추는 다음에 하기로 하였다.

 

 

 

 

너무 힘든 할머니, 늦게 식사를 하시고 관리인 아저씨께서는 문학관에서 호스를 끌어 텃밭에 물을 뿌렸다.

 

 

 

 

 

땀으로 장갑이 제대로 벗겨지질 않는다.

 

 

잠시 휴식, 관리인 아저씨는 담배를, 학예사님께서는 식수 공수중 --

 

 

다시 작업은 시작되고 뒷고랑부터 다듬어졌다.

 

 

 

 

 

더워서 또 쉬어야했다.

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땀이 구슬처럼 떨어진 시간들 ---

 

 

 

어느 정도 마무리가 보이는 시간이다. 할머니께서는 거름을 뿌렸으며, 학예사님께서도 마지막 힘을 모아 골을 만드셨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얼음과 캔맥주 하나를 구입하였다.

 

 

 

 

새우깡은 관리인 아저씨의 안주 --

 

 

 

아~ 시원~~~~~~~

 

▲ 거름

 

▼ 파종 50일만에 꽃을 피운다는 '잔치열무' 씨앗

 

 

 

다시 한번 더 물이 뿌려지고, 고랑의 흙을 부드럽게 깨어 줄을 그어 고랑을 만들고, 드디어 열무씨앗이 뿌려졌다.

 

 

 

 

 

 

뿌려진 열무 씨앗 위에 다시 거름이 한번 더 뿌려지고, 관리인 아저씨께서는 "완전 삼국 시대네~" 하시며, 고랑의 흙을 손삽을 하여 열무 씨앗을 덮었다.

그 사이사이 방문객들이 몇분 계셨는데, 학예사님께서는 텃밭의 일을 잠시 멈추고 안내와 설명을 하셨고.

 

 

흙이 제대로 일구어지지 않아서 파종을 못할줄 알았는데 고마우신 어르신들 덕분에 파종까지 마쳤다.

물은 관리인 아저씨께서 며칠에 한번씩 뿌려주실테고, 나는 열흘 정도를 단위로 열무가 잘 자라나 확인을 해야겠다.

 

▼ 다음에 뿌려질 김장용 무와 배추

 

관리인 아저씨, 이웃 할머니, 학예사님 더운 날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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