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11시 40분, 커피가 고팠다

by 실비단안개 2007. 1. 21.
728x90

 

 

 

1월 15일 오전 10시 57분에 낙동강역에 도착.

아이들이 없으니 돌아서 좋은길을 택하지 않아도 되기에 가로질러가니 딸기 농장 하우스가 즐비하기에 들렸다. 한개 먹어보라고 하였지만 포장중인 딸기를 어떻게 먹겠는가.

 

 

오래전이었다. 혼자서도 걸을 수 있지만 엄마와 손을 잡아야 흔들리지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작정 기차를 타서 내린곳이 낙동강역이었다. 아마 8월이었을것이다. 요기는 간단하게 밖에서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도시락까지 준비하여 역에서 제법 걸어 강둑을 맞았으며, 그 강둑으로 가는 길에 꽈리까지 꺾어 들었으니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지쳤을까. 강둑을 올랐을 때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모래밭을 달렸고,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강물에서 첨벙거렸다.  정오를 지나는 태양도 아이들을 막지 못하였고.

 

 

딸기 농장 하우스를 지나 녹아 질펀한 길을 걸어 마른풀이 가득한 길도 없는 길을 걸어 둑으로 올랐다. 흙냄새가 착하게 피어 오른다. 마른 풀밭을 안아본적 있는가?

 

 

오래전 그때는 모래밭이 넓었으며, 경사도 완만하였고 강물에 들어도 빠질 염려가 없었는데 사정이 달라져있었다. 그 많던 모래는 어디로 쓸려갔으며, 강물은 왜 또 깊어졌을까.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경전선 철교를 사이에 두고 건설중인 대교(철교)가 두개 있는데 그 공사의 영향도 있는듯 하였다. 아이들도 나의 손을 빠져나갔고 모래도 물과 함께 흘러 하단 하구를 지나 다대포쯤까지 갔나보다.

아이들이 함께하지 않은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더 오래 옛기억에 머물 수 있으니. 떠나기 전날밤에 둘이서 잠시 그때를 회상하였었는데. 위의 사진은 모래에 살풋 누워 위를 보면서 담았는데 낙동강역 뒤의 산이다.

 

 

고요하다. 고요속에서 내 아이들이 웃음과 송글한 땀으로 걸음을 잡았다.

 

 

 

 

 먼곳에서 - 조병화

이젠 먼 곳들이 그리워집니다
먼 곳에 있는 것들이 그리워집니다

하늘 먼 별들이 정답듯이
먼 지구 끝에 매달려 있는 섬들이 정답듯이
먼 강가에 있는 당신이
아무런 까닭없이 그리워집니다

철새들이 날아드는 그 곳
그곳 강가에서 소리 없이 살아가는
당신이 그리운것 없이 그리워집니다

먼먼 곳이 날로 그리워집니다
먼 하늘을 도는 별처럼

 

 

 

11시 40분, 커피가 고팠다.

바지의 접혀진 단을 내려 털었다. 윗도리 섶도 툭툭쳤다. 장시간 나들이라 발목의 피로를 줄이기 위하여 낮은 앵글부츠를 신었는데 모래 그림자가 가득하다. 내일 저녁에 서울역에 도착하면 부츠를 폼나게 닦아야지.(서울역에는 구두닦는 곳이 보이질 않아 결국 손으로만 닦고 다녔다.)

 

아이들의 웃음을 재우고 둑을 올라 커피를 찾아 걸었다. 낙동강역으로 가면 강물만 보지말고 강으로 오가는 길옆의 집들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적의 집일까, 닫히기도하며 열리기도 한 집들이 어릴때 신작로를 걸어 골목을 돌면 있는 만화방 동네 같았다.

할머니는 땔감을 준비중이시고.

 

 

 

콰이강의 다리?

반가운 커피 자판기가 있다. 300원짜리 커피를 뽑아 평상에 두고 콰이강의 다리로 가는 삼거리를 담았다.

삼랑진에는 낙동강을 건너는 8개의 다리가 있으며, 사진 왼편 앞쪽으로 나가면 삼랑진교이고, 사진 오른편이 58번 국도이며, 사진에서 왼편 뒷쪽으로 가면 콰이강의 다리가 나온다.

 

 

 

'콰이강의 다리'는 차와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강변의 레스토랑이었다. 조심스레 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쁜 이모가 '어서오세요!'한다. 콰이강의 다리 안과 밖에서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요 하니 기다리라면서 다른곳으로 연락을 하였는데, 잠시후에 쥔장이 왔다. 용도를 묻기에 다음 닉을 알려주며, 컴퓨터 접속이 가능하냐고 여쭈니 노트북을 주었는데 마우스가 없는 노트북이 처음이라 이동한번 못하였으며, 영국 왕실의 커피잔을 닮은 잔속의 커피만 후후 불다가 식혀서 마셨다.  

 

 콰이강의 다리에서 보이는 삼랑진교.

 

비에 젖은 강물과

다리 그림자

강을 물들이는 저녁노을

고깃배의 얼음깨는 소리

추억이 강물처럼 흘러와

가슴을 적실때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콰이강의 다리 명함에서 (연락처 : 055 353 9488)

 

 

 오후 1시 21분발 삼랑진행 열차는 이미 떠났다.

 

 

 

콰이강의 다리를 나와 58번 국도를 걸었다. 내 집앞의 풍경과 비슷하지만 소홀했던 그것들이 새롭게 다가왔으며,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치기 시작하여 삼랑진역앞의 밥집에서 추어탕을 주문하고, 온몸이 녹는 지침을 밥을 먹으면서 그리운 사람들에게 전하였다. 해가 지려나보다.

 

728x90

'마음 나누기 > 가본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동좌불이 있는 각원사  (0) 2007.01.23
천안 - 우정 박물관  (0) 2007.01.22
고갈비 골목과 영도다리  (0) 2007.01.19
낙동강역과 삼랑진역  (0) 2007.01.19
뒤로 가는 기차에서  (0) 2007.0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