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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산수유꽃과 천리향(서향)

by 실비단안개 2007.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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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은 간다 -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업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소읍(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宿醉)는 몇 장 지전(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 산수유

생강나무꽃 - http://blog.daum.net/mylovemay/11250020

 

 

 

 

 ▲ 천리향(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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