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어제 골목을 걷다 인동초 담장이 좋아 기웃거렸으며, 대문앞의 나무우체통이 언제나 반가운 소식만
전해줄것 같은 집이었기에 예정에도 없이 오늘 다시 갔다.
이 집의 대문은 특별한 잠금장치가 없으며, 이상하게 생긴 노끈도 아닌 끈을 벗기면 마당으로 들어 선다. 흙이 없으니 마당이 아니고 뜰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겠다.
계세요?
아무런 기척이 없었기에, 어차피 대문의 고리 끈을 벗길 때 예상은 하였지만 - 잔디 뜰이라 소리가 나지 않지만 살금살금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https://img1.daumcdn.net/thumb/R46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logfile%2Ffs4%2F17_1_29_13_07ArT_IMAGE_28_2818.jpg%3Fthumb&filename=2818.jpg)
마루는 칠을 몇번씩 한 모양인지 윤기가 자르르 흘렀으며, 우리 엄마 세대쯤인지 좀은 맛이 간듯한 '사랑'이라고 적힌 액자가 안방 앞 벽면에 걸려있었다. 보통 오래 된 시계나 농협 달력이나 자녀들의 혼사 사진이 걸려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오래 된 시계는 그 집의 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린 오래전부터 이렇게 큰 시계가 있었지 -
농협 달력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우린 농협에 돈 얼마쯤은 꽂아 두고 살지 -
그 중에 제일은 자식들의 혼사 사진이다.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귀한 늠 -
그런데 이 집은 액자가 걸린 것으로 보아 어쩌면 타지의 사람이 작고 허름한 시골집을 구입하여 휴양처로 이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때. 나는 지금의 풍경이 충분히 따뜻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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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채의 봉창문이다. 봉창문이라기에는 제법 크지만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니니 봉창문이지. 내가 좋아하는 담쟁이가 오랫동안 이 문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아주 형식적이라도 좋다. 어릴적에 더운 날이면 열어 두었던 그런 문 위로 담쟁이가 흘러내리니 얼마나 맛있는 풍경인가.
흑백으로 만들어 볼까, 맛이 더 할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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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으네.^^
![](https://img1.daumcdn.net/thumb/R46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logfile%2Ffs5%2F17_1_29_13_07ArT_IMAGE_27_2749.jpg%3Fthumb&filename=2749.jpg)
전기 계량기는 보통 부엌 입구에 높이 있다. 어릴적에 동생이 티비를 많이 보았는데, 이늠은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아버지는 두꺼비집을 내렸었다. 내 동생은 긴 장대로 다시 올리고 -
지금 우리는 키가 너무 자랐다. 아버지보다 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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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의 성격만큼인가, 빨래집게 모양도 여러가지다. 꼭 같은게 일렬로 있는것보다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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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채 방 입구에는 '행복' 액자가 걸려있다. 멈춘 시계도. 밤이면 친구들 불러 놀면 딱 좋을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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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채 안방 봉창이다. 뒤안으로 작은 텃밭이 있으며, 몇가지의 채소가 계절을 일러주었다. 이 봉창을 열어두면 지네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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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뜰인데 녹슨 솥두껑은 난로를 덮고 있었으며, 앉는 자리에는 주발과 공기들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 설마 이 집의 식구 수는 아니겠지.
누굴까, 누가 살까 -
언젠가는 주인을 만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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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머위쌈이 떨어졌지만 남의 뒤안이라 그냥왔다. 파는 꽃을 피워 제 구실을 하기 글렀으니 씨앗을 받아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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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대문을 들어서면 만나는 첫번째 풍경이다. 이 풍경에 내가 반하지 않는다면 내가 아니지.
다음주에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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