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 멀다하고 비라도 내렸더라면 기다리는 마음까지 보태어 갈대지붕뿐 아니라 그 속까지 녹았을겁니다.
그래도 마당의 이름 알 수 없는 풀들은 기린의 목으로 자랍디다.
열무꽃 진 자리가 궁금도 않더이까?
감꽃 진 자리에 앉은 청시가 보고싶지도 않더이까?
언제나 노래하던 파랗고 높은 하늘이 멍이 들어 더 파래졌으면 어쩔뻔했습니까?
미안합니다!
들길 끝에는 김달진 문학관이 있다.
성흥사 길 그 끝에도 김달진 문학관이 있다.
그 옛날 곡주만은 못할지라도 마천장 그 마지막에도 김달진 문학관이 있다.
6월 열무꽃이 활짝 핀 이후 첫방문이 되었다.
들길과 들꽃에게 미안한 마음 그 이상으로 죄송함이 맺혔다.
작은 대문으로 담쟁이가 치렁거리며, 방마다 문이 활짝 열렸다.
마당엔 이끼와 이름 모르는 풀들이 들쑥날쑥하며, 집사님의 흔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땀 닦으시나?
열무꽃은 거둬지고 다시 파종 할 준비를 하며 빈 텃밭에 청시가 계절을 말한다.
우리, 지난해 7월 마지막날 즈음에 열무 파종하였지 - 얼마나 더웠는지 - 그리 좋아하지 않는 하드도 먹었고.
비파의 노란 열매가 거두어졌다.
태산목도 꽃을 피우기를 멈추었으며, 은행알이 바람도 고요한데 뒤안에서 후두둑 거린다.
댓잎 고요한 뜰을 자꾸 걸었다.
너머 김씨 고물상을 훔쳐보았다.
청시 - 김달진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暗綠色)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누구나, 어디나 아침 시간은 바쁘지.
문이 꼭 닫혔다.
"안녕하세요!"
"누구라고~ 안녕하세요?"
장미꽃 지는 울타리를 도는데 집사님이시다.
마당 곳곳에서 흔적은 확인하였지만, 혹여 쉬는 시간인가, 아님 더 바쁜 일이 있나하며 그냥 오려고 하였데 집사님과 마주쳤다.
"왜 그렇게 까매요, 동네 어느 아줌만줄 알았네!"
"네, 여기저기 좀 댕긴다고요 - "
"커피 마실게요 - "
사무실이 시원한가 소파가 시원한가 -
집사님과 나란히 문학관의 김달진 시인님 앞에 앉았다.
월하 할아버지 눈 감아 주세요 - 나쁜짓은 않고 그저 앉기만 하니까요 -
7월 28일에 Clara 님께서 다녀 간 흔적을 확인하였다.
그 사이 문 학예사님께서 그만 두셨으며 새 사람이 왔는데 출근전이며, 가신 분과는 동창생이라는 말씀도 주셨다.
휴가 이야기, 그동안의 잡다한 소식등을 듣고 있는데, 새 학예사님께서 출근을 하시기에 인사를 드렸다.
집사님께서 나를 가르키니 벌써, 아~ 문학관 사진 찍는 분요 - 하신다.
웃는 모습이 첫모습답잖게 다정하다.
마른장마였지만 장마도 끝났으며, 사람도 새 사람이 왔다.
이제 여름볕 다워야지,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