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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김달진 문학관

12회 김달진문학제 - 시극, 시詩 뭐꼬?

by 실비단안개 2007.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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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김달진문학제

□ 일시 : 2007년 9월 14일(금)-2007년 9월 16일(일)
□ 장소 : 진해시김달진문학관 및 생가,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 및 일원
□ 주최 :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 진해시김달진문학관
□ 주관 :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 경남지회
□ 후원: 진해시

김달진 문학관 : http://www.daljin.or.kr/

 

 

시詩 뭐꼬?

월하 탄생 100주년 축제이기에 예년보다 하루가 더 보태어져 문학제는 3일간 행사가 진행되며, 첫날인 14일 어제 누구도 선뜻 답을 못하게 하는 제목 '시詩 뭐꼬?' 뮤지컬 시극이 공연되었다.

'뮤지컬 시극'은 생소하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박덕규(단국대) 교수가 극본을, '극단 객석과 무대' 문종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마산 성지여중에서 무용을 가르치는 현대무용가 문주원 씨와, 마산 의신여중에 재직하고 있는 설진환 씨가 각각 안무와 작곡을 담당했다. 어느새 시인(극작가)·연출가·안무가·작곡가가 모여서 '김달진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 하나를 탄생시킨 것이다.

시詩, 뭐꼬?의 작가 박덕규 교수는 "기존 시극은 시 자체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경향이 있었고 이야기 성은 부족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다가갈 때 구체성을 띠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단순히 김달진의 생애를 다루는 것은 아니고, 김달진의 시 세계를 포용하면서도 시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서사 형식에 담기 위해 씌어졌다"고 덧붙였다.

 

시극 시詩 뭐꼬?에는 탈속을 통해 성에 이르는 길을 찾는 사람, 그리고 탈속의 세계에서 속을 향해 가면서 다시 성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월하 김달진 시와 문학상 수상시인의 시, 백일장 입상작을 함께 낭송과 노래와 대화로 엮어, 일생을 시와 선의 세계를 추구하며 살아온 김달진 선생의 정신적 탐색을 극화한 뮤지컬 詩劇. 

< 줄거리 >
바쁘고 고되지만 일상이 주는 행복에 빠져 살던 30대 사내는, 세속의 연을 끊고 혼자 살아가는 40대 사내의 모습에 반해 삶의 자유로운 경지를 찾아 떠난다. 
이와 반대로, 혼자 낯선 세계를 떠돌며 살아가던 40대 사내는 30대 사내 가족의 행복에 끌려 다시 세속의 세계로 찾아 떠나온다. 30대 사내는 일상에서 탈속(脫俗)을 통해 성(聖)에 이르는 길을 택한 것이고, 40대 사내는 탈속의 세계에서 속(俗)을 향해 가면서 다시 성(聖)을 이루려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엇갈리는 행보를 걸으며 거듭 고행 길을 가게 되고, 마침내 그 고행을 통해 진정한 삶이란 개인의 본성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속에 있되 성을 향하고, 성에 이르되 속을 잊지 않음이 곧 선의 경지이고, 이것이 시의 정신이다. 바로 그 경지를 추구한 김달진 시인의 시와 삶의 정신적 편력을 극화했다.

    기획 : 우무석
    극본, 작사 : 박덕규
    연출, 감독 : 문종근
    텍스트 : (시) 김달진, 조정권, 엄원태, 이준관, 최정례, 최동호, 조용미, 장옥관, 이문재 (초등학교 운문) 김주연,
                김민지, (평론) 김윤식, 이숭원
    작곡 : 설진환

 

 

▲ 이미지 클릭 - 확대 가능


 

진해시민회관 뜰에는 월하 김달진 시인의 '열무꽃' 시비가 있다. 비가 많이 내리다보니 뜰에는 어쩌다 몇사람씩 바쁘게 지나며, 지난해의 다정한 풍경들은 만날 수 없었지만, 문학제는 변함없는 설레임이다.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 행사장 입구

 

         

         ▲ 이성모 관장

 

시詩 뭐꼬? 공연 장면들

        

 

 

        

 


 

                                      씬냉이꽃 - 김달진

                                               사람들 모두
                                               산으로 바다로
                                               新綠철 놀이 간다 야단들인데
                                               나는 혼자 뜰 앞을 거닐다가
                                               그늘 밑의 조그만 씬냉이꽃 보았다. 

                                               이 우주 
                                               여기에
                                               지금
                                               씬냉이꽃이 피고
                                               나비 날은다.
 

        

 

고인 물 밑/해금 속에/고물거리는 빨간/실낱같은 벌레를 들여다보며
머리 위/등 뒤의/나를 바라보는 큰 눈을 생각하다가/나는 그만/그 실낱같은 빨간 벌레가 된다.

 

월하 김달진 거사가 인생의 원숙기에 접어들 무렵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읊었던 「벌레」라는 작품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실지렁이와 인간이 함께 중생이기에 둘이 아니며 따라서 그 둘은 동일한 우주적 법칙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다는 화엄의 세계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월하 김달진 거사. 그는 이처럼 평생을 시인으로서 때로는 한역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는 역경가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홍포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김달진 거사는 1907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비교적 개화가 빨랐던 지역에서 태어났던지라 그는 기독교 계통의 계광보통학교를 다니는 등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신학문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신중학을 다녔던 그는 일본인 영어교사를 추방하려는 운동을 벌이다 퇴학 당해 진학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후 『일본문화전집』과 『세계대사상전집』등을 섭렵하며 독학하던 그는 어느 날 신문에서 ‘불교’와 관련된 기사를 접하고 개종을 결심했다. ‘배달민족에 대한 구원을 하나님의 가호에만 의지하고 빌기보다는 전통종교인 불교를 통해 민족을 단결시키고 앞날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본격적으로 불교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발원을 세운 김 거사 1933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운악 스님을 은사로 삭발 염의하고 불문에 들어섰다.

 

그 해 설호 스님에게 『능엄경』을 배운 그는 1935년 함양 백운산의 ‘화과원(華果院)’에서 반선(半禪) 반농(半農)의 수도생활을 하며 후학들을 지도하던 용성 스님의 밑으로 들어가 함께 수학하게 된다. 특히 그는 이 시절부터 용성 스님을 도와 『화엄경』번역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후 유점사 공비생으로 동국대 전신인 ‘불교전문학교’에 입학한 그는 서정주·김동리·오장환 등과 함께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샘물」, 「청시」등이 이 무렵 발간된 그의 시집이다. 해방이 되자 그는 또 한번의 결심을 단행한다.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산중에 머무르는 것보다 해방조국을 위해 뜻 있는 일에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에서 그는 환속을 단행한다.

이후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경북여중, 진해중학교 등지에서 교편을 잡는 등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남다른 애정을 쏟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달진 거사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역경사업이었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며 서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60년대 동국역경원에 들어가 운허 스님을 도와 이후 20여 년간 『한글대장경』완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평생을 시인이자 역경가로서 불법 홍포에 앞장섰던 김달진 거사는 1989년 6월 7일 향년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가을 떡갈나무숲 - 이준관

                  떡갈나무숲을 걷는다. 떡갈나무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뜻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집이거나, 지난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벌레들의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婚禮,
                  그 눈부신 날개짓소리 들릴 듯한데, 
                  텃새만 남아
                  山 아래 콩밭에 뿌려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무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밤엔 
                  이 떡갈나무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별이 될 것 같다.

                  떡갈나무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어느 山짐승이 혀로 핥아보다가, 뒤에 오는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놓았을까? 그 순한 山짐승의
                  젖꼭지처럼 까맣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뺨에 대 봐,
                  조금 따뜻해질거야, 잎을 떨군다.


 

 
 

        

 

                     샘물 - 김달진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 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地球의 섬 우에 앉았다.

 

시극, 詩, 뭐꼬?의 마지막 장면이다. 숙이를 사이에 두고 김달진 시인의 시, 맑은 동시, '샘물'이 낭송된다.

성과 세속은 하나이며, 진리의 세계 또한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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