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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부산 중구 중앙동의 오지

by 실비단안개 2007.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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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의 사진입니다.

중앙동 모밀국수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중앙동을 걸었지요. 중앙동이 꽤 넓습디다. 중앙동 동사무소에서 일을 보고 한참 걸었는데, 역시 중앙동이더군요. 중앙로 지하도를 건너기까지 하였는데요.

옛 부산시청 자리엔 롯데월드 공사가 한창입니다. 오래전엔 부산 MBC건물이 제법 괜찮았었는데 그날보니 허름하기 짝이 없더군요. 그렇다고 그 근처에 아주 화려하거나 높은 건물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은데요.

 

동행인 분이 롯데월드 공사장 칸막이 곁으로 가서 아주 허름한 건물을 찍더군요. 지켜보기만 하였습니다.

간판도 없는 가짜대나무가 꽂혀있는 무당집의 이층으로 오르기에 따라 올랐습니다. 고르지 못한 시멘트 계단이었는데, 도둑놈 소굴같더군요. 그래도 더듬거리며 따라 올랐습니다. 2층의 마당이랄까, 커다란 통이나 화분에 채소류와 식물이 자랐으며, 연안여객 터미널을 배경으로 이불의 목화솜과 홑이불등이 펄럭였고요.

시멘트로 만든 넓은 세면대엔 수도꼭지가 두개 있었는데 한개는 고장 같았습니다. 가운데 마당을 두고 가구들이 빙 둘러져 있더군요. 그려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방 한칸에 주방 하나, 그 주방에선 샤워까지 해야하는 그런 가구들이었습니다.

 

서러운 풍경들은 아무래도 사진으로 설명하는게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더 서러운 시 하나부터 감상하시고요.

 

 

복사꽃 - 김수영

연탄재와 먼지로 흐린 물이 흐르는
월영동 산 1번지
쓰레기더미 위에 복숭아나무 한 그루
잎이 나기 전 꽃부터 피우고 있었다.
담배연기 쌓이는 그늘 사이로
꽃같은 열일곱에 피어나는 고향
점심으로 남은 밥 아우에게 주며
흐릿해 보이던 하늘로 채우던 눈 속에는
살구꽃이 지고 있었네
물 먹은 봄 볕이 구름 오는 철로 아래로
어머니보다 먼저 온 강물이 서러웁게 잡는
입술담배 불빛따라 그리움은 더욱 밝아
자운영 머리 이고 노을 같이 걷던 들길
이제 나이 스물이 되어
삼십촉 반쯤 감은 눈들이 기다리는 산비탈
미끄러지지 않게 돌부리만 골라 오른다.
술 취한 단단한 남자들이 돌을 던지는
소주보다 독한 눈물이 얇아져
살갗마저 내비치는 추운 거리
절대로 넘치지 않게 유행가를 부르네
사과 한 광주리 동생 연필 한 통
어머니 속옷 뿐인 꿈이
어린 시절 돌아오지 않던 종이배에 실려
지금 젖어 다시 고향으로 가는 강물에 어려
복사꽃이 진다.


 

중앙동의 3층집은 달동네가 아니고 평지이며, 어느 도시든 중구는 그 도시의 최고 중심지이며 중앙동 또한 중구 중에 최고의 위치지요. 옛날 부산 시청 뒷자리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마산동 추산동 44번지가 생각납니다. 기찻길을 건너면 추산동 44번지가 있었으며, 옅은 해가 기웃거리는 그런 집이 있었습니다. 굵은 손가락 사이로 생담배가 탔으며, 나를 귀한 손님인줄 알고 환타 한 병을 급히 사 오시던 분이 생각났으며, 지금도 납니다. 기찻길은 없지만 중구 중앙동의 3층 건물은 추산동 44번지 그 토굴같은 집이었습니다.

 

 

겨울날 방 보다 어쩌면 이곳이 더 따뜻하여 많은 가구들의 사람들이 화분을 배경으로 하루를 걱정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흔히 없는 사람은 그래도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 하지만 따라서는 겨울에 낮에 바깥이 더 따뜻한 그런 집들도 있습니다.

 

        ▲ 2층에서 본 3층

 

        ▲ 3층에서 본 2층의 말려지고 있는 세탁물들

 

 

나무문을 살짝 밀치니 할머니께서 상추를 심고 계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실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습관이 되어 누구와 인사를 할 때에 "안녕하세요?"합니다.

며칠전 라디오에서 아나운서가 소말리아 피랍인의 부인과 인터뷰 전에 인사로 역시 "안녕하세요?" 하기에, 혼자 내뱉았지요.

미친놈, 그 여자 마음이 제 마음이냐 안녕하게 - 그런데 저도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아차 하였지만 이미 늦었지요.

할머니께서 어디에서 왔냐고 묻데요. 하여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어릴 때 여기서 살았습니다. 그때 동행인 분이 고백을 하더군요. 어릴 때 저 집(2층의 한집을 가르키며)에서 살았습니다. 

"농사 짓는다. 상추를 사왔거덩."

"씨앗이 아니구요, 상추를 심어요?"

"씨앗을 뿌리기엔 늦어서 심는다 아이가."

"네~ 할머니 건강하세요!"^^

 

 

  

 

        ▲ 여객터미널

 

        ▲ 높은 기계 이름은 모르지만 롯데월드 공사장이 보입니다.

 

                           ▲ 지붕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아래 위로 무거운 것을 달아 끈으로 묶었습니다. 바닷가라 바람때문일까요.

 

 

주인이 계시지 않는 집의 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방문을 여니 냄새가 나기에 그냥 열어 두려는데 동행인 분이 문을 닫으라고 하더군요. 하여 냄새 나가게 열어 두자니 그래도 닫아야 한다기에 닫다가 문이 문틀에서 빠졌습니다. 빠진 문을 바로 맞춰 닫는 동안에 돌아서 주방쪽으로 가서 담은 방안 풍경입니다. 남자분이 거주하시나 봐요. 술과 운동기구가 있더라구요.

주방은요, 흠 - 옛날에 새마을 운동 할 때에 시골의 부엌을 개량하면서 개수대를 시멘트로 높게 만들었을 때가 있는데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도시의 분들은 그려지지가 않겠지만, 시골이 고향인 분들은 기억이 날겁니다. 높은 개수대가 있고 그 아래에서 세수며 샤워 등을 하는 듯 하였습니다. 자잘한 세탁물은 안에 널구요.

 

        ▲ 화장실입니다.  이용료가 100원이라고 적혀 있지만 어디에도 계산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 공동수도

 

        ▲ 3층에서 내려오니 우리가 올라갔던 그 계단(오르내리는 계단이 두곳)에 고양이 한마리가 있더군요.

 

        ▲ 입구가 어디인지 헷갈렸습니다. 올라 갔던 계단은 아닌듯 하였지만 비슷합니다.

 

        ▲ 담배, 간판이 있는 건물이 우리가 올라 간 건물입니다. 위로 MBC건물과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가 보이며, 앞으로 롯데월드 공사장 쪽의 도로를 파고 있더군요.

 

3층 건물의 1층에는 식당, 국밥집, 구멍가게등 건물을 빙둘러 여러개의 점포가 있었으며, 하루의 수입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달픈 하루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건 단순히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며, 공사장의 인부들로 많은 수입이 있을 수도 있고, 건물주나 거주하는 분들 역시 어쩌면 재개발이 약속되었거나 아니면 그 기대로 거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는 제 눈엔 그저 슬픈 풍경이었습니다.

 

 

옛날 MBC 방송국 건물인데 작업중이더군요. 삐에로만 줄을 타는게 아닙니다.

또 작업중인 이 분들만 줄을 타는 것도 아니지요.

방금 그 계단에서 단추를 못다 채운 소년 하나가 뛰어 내려올것 같습니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마무리 작업을 끝낸 공사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밤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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