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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사람이 있는 풍경

명절을 앞둔 시골시장 풍경

by 실비단안개 2008.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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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마천장

진해 웅동1동 사무소 앞길에서부터 장은 시작된다. 순수하게 5일마다 섰다 파장하는 오일장이다. 그러다보니 옛 장옥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으며, 소사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큰 장옥이 양쪽으로 두 개가 들어서 있다. 몇년 전 철제기둥과 지붕을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100년도 넘게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존재해오고 있다. 지금은 문전성시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30여명의 장꾼들이 난전을 펼친다. 대신 오전부터 일찌감치 선다. 원래는 오전 11시면 파하던 장이 지난 봄부터는 종일장으로 변모했다.하지만 객지에서 물건을 팔러온 장꾼 말고는 기존의 장꾼들은 점심이 되기 전 보통 짐을 챙겨버린다. 기존의 장꾼이라야 주변 동네의 할머니들이며, 바닷가 동네에서 싱싱한 횟거리가 올 때도 있지만, 물이 간 물고기 몇 무덤씩을 놓고 팔기도 하는 분들이다. 도시의 마트장이나 대형 시장을 보는 이들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물건들을 놓고 팔지만, 이 지역민들에겐 그래도 오일마다 서는 장이 소식통이며 정 나눔터다. 어디 물건을 사고 팔아야만 장인가.

 

1월 25일, 기상청에 의하면 참 많이 추운 날이라고 한 날이다. 추워서 그런지 부분 탈모증처럼 중간중간 빈 공간도 있었지만, 할머니들은 여전히 작은 보따리에 푸성귀와 곡식 몇홉씩을 싸오셔서 풀어 놓으셨다.

 

버스안 -

기사님 : 내리시소오~ 먼저 내리시소오~

짐을 내려 드리려고 보니 미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친구의 어머니다.

나 : 이거 먼데? 고매(고구마)?

친구 어머니 : 오야~ 난 누라꼬 - 어데가노?

나 : 장에 가지요. 이거 머할라꼬 가꼬 가는데, 팔라꼬?

친구 어머니 : 흐~ 파라서 개기(생선) 좀 사서 물라꼬-

나 : 이 추운데 미쳤다 - 딸래미한테 저나하지 - 사 달라꼬 - 이 추운날 머 하는 짓인교 - 장갑은?

친구 어머니 : 으야 - 요 있다, 가방안에 -

나 : 그라모 끼야지 와 장갑을 모시노 - 짜증나게시리 - ;;

친구 어머니 : 알앗다 - 끼께 -

 

몇알의 고구마를 낡은 보자기에 싸서 시장에 내다 팔러 가시는 길이었다. 빈자리 한곳에 보자기를 내려두고 다른 꾼들을 만났다.

 

 

할머니는 나의 카메라 단골이시다. 언제나 담배와 소주가 벗이고.

나 :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 : 어, 사진 박을라꼬?

나 : 네 - ^^;;

 

춥기도 하지만 불경기가 한 몫을 하기에 명절을 앞뒀지만 시장은 썰렁하였다. 시내버스를 타거나 부산버스로 나가면 대형마트와 큰 시장이 있기에 어느 정도는 썰렁한 편이긴한데 그날은 더 심하였다.

그래도 올 사람은 오고 만날 사람은 만나는 곳 -

 

 

모닥불에 안주가 익는다. 뭐여 - 노가리여?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넣는 아저씨 - 크 - 달다!

세상이 쓴맛이라도 술은 달아야지. 그래야 살아가지.

 

 

설명절을 앞뒀다고 자반을 장만하시는 분들은 더러 계셨다. 조상님이 편히 드셔야 할텐데 -

 

 

 

장날 풍경 / 趙春熙

 

냇물 소리 잠든 복개천가

단위 농협 주차장 공터엔

5일마다 맘 놓고 장이 선다

시가지 보도블럭 위에

땟국 절은 보따리 펼쳐놓으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불안한 생의 안쪽으로 쫓겨가던 날들

장날 만큼은 언 손 녹여주는

농협 인심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빈대떡 냄새 시장 가득 풀어놓으면

닫혔던 가슴 화안히 봉다리 늘어놓고 장이 선다

며느리 몰래 퍼 온 고추장

매운 맛 끝내준다며 연신 손 잡아끄는 할머니

대충 잘라온 촌두부 양념장 꾹 찍어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생각 없이 나와 있던 백수 아저씨

거나해진 얼굴에 언 땅 후끈 달아오르네

귤 한무데기 이천원, 귀를 째는 스피커

냉이, 무말랭이, 양파

손대중으로 담아 낸 삶의 무게들

햇살 끝에 놓인 꼬맹이 운동화,

봄이면 달려 갈 푸른 운동장을 기억하고.

장터에서 얼었다 녹았다

구릿빛 얼굴에 피어난 꽃

파장 무렵이면 불룩 아이 하나씩 배 간다. (출처 : http://cafe.daum.net/jochqeen)

 

 

 

곳곳에 불이 지펴지고 생선을 파시는 할머니께서 이제야 식사를 하신다. 묵는거는 머할라꼬 찍노 - 꼬라지가 엉망인데 -

할매, 그게 우리가 사는 모습이라예-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시는 분들에겐 참 하잘것 없는 채소며 곡식들이다.

어머머~ 이게 뭐야 -

분 내 풍기며 인지로 슬쩍슬쩍 건드려 볼 것들이다.

등신들 - 이게 순수한국산이야 - 우리 엄마와 할매표 -

 

 

 

어묵을 파는 곳에는 김밥과 호떡도 팔며, 장날이 아닌 날에도 장사를 한다.

 

 

우리는 찍지말고 오뎅만 찍으소 - ^^

넹ㅇ~^^;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고 아침식사 시간이다. 많이 늦은 아침 - 그 상차림 -

숟가락의 수를 보아 많은 분들이 함께 식사를 하실 모양이다. 김치도 듬성듬성 썰어졌으며, 밥이 두그릇이다.

 

 

 

아귀탕 같다. 소주잔이 채워지고 -

젓갈 파는 뒷자리였기에 젓갈 아줌마께서 장아찌류를 내 오셨다. 읔 - 배 고파 -

 

 

 

드디어 식사를 하신다. 정 가득 담은 술잔도 오가고 -

상권회복을 위하여 - 건배!!

 

식사를 하고 오신 분들인지 삼삼오오 모닥불을 쬐며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신다.

아~ 글쎄 - 천안에 가니까 뭐라카더라 - 먹통인지 망둥언지 카는 사람이 이불을 파는데 모두 면이불이라카는데 그기 말짱 뻥인기라 - (더 이야기 늘어 놓으면 먹통아님에게 혼남!)

 

 

 

설빔을 장만하시려나 -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자가용이다. 얼라가 있어서 존재하는 유모차가 아닌 더듬더듬한 걸음이다보니 손이되고 발이 되고 머리가 되는 자가용 -

장에 오실 때는 이것저것 팔 것을 싣고, 또 그날 장에서 산 물건들을 주섬주섬 담아 밀고 가신다. 동네 아이들의 수 보다 훨씬 많은 유모차 -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엄마를 따라 시장에 왔다. 그러나 어묵 꼬치 한개에 배도 부르며 추위도 잊는다.

 

 

이 할매는 왔나안왔나 - 시장에 가면 욕쟁이 할머니부터 찾는다. 오호~ 불도 붙이지않은 담배를 왼손가락에 끼고 오른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다른 할머님과 함께 두런두런 말씀중이셨다.

 

나 : 언제 왔는데?

욕쟁이 할머니 : 으야 - 왓네, 잘 있었나?

나 : 네 - 얼굴빛이 좋네 - ㅎㅎ

욕쟁이 할머니 : 요새는 술을 안묵는다아이가 - 하하ㅎ ㅏ --

나 : 아픈데는 없는기요? 추버 우예 사노 - 뭐 잡술랑기요? 오뎅 사주까 - 드실라요? 국물이 그거뿌이네 -

욕쟁이 할머니 : 됐다 - 밥도 안묵었는데 -

나 : 식사를 하지않앗응께 그거라도 드셔야지 - 소주도 사 올까?

다른할머니 : 됐다 - 술은 안묵는다 -

 

 

 

초등학교 입구의 이불전 - 먹통아님은 모 하실까 -

 

 

 

마을버스 안 - 평일의 낮 시간에는 전세버스처럼 나 혼자 타고 다닐 때가 많은데 장날에는 어른들도 몇 분 계신다.

모두 어렵다, 힘들다 한다. 그러나 만나면 함박이다.

 

모두의 마음과 어깨가 가벼질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  하여 더 큰 함박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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