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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진해 풍경

밤 사이 큰비 지나간 들판에서

by 실비단안개 2008.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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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비는 내리지 않으면서 천둥과 번개가 쳤다.

한국동란 때, 멀리 진동서 포를 쏘면 우리 동네에 둥둥 하며 들렸다고 하였는데 딱 그 소리같은 느낌이었다.

"거젠갑다, 제법 머네~"

 

큰늠이 도착할 즘에 비가 내리기에 대충 비설거지를 해 두고 일찍 자리에 들었는데, 바람이 짙은 가을바람마냥 차기에 이불을 끌어 올려 잠이 들었다.

 

"엄마~ 이불 더 덮고 자요, 기침이 심하네~"

밤 1시쯤 되었을까 - 작은늠이 두꺼운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그늠 나름대로 또 비설거지를 한다.

창문가의 화분을 옮기며 창문을 닫고, 베란다는 내거 설거지를 해 두었는데, 이늠이 또 나가본다.

 

새벽 서너시가 되었을까 - 하늘이 구멍이 났다.

이 밤이 세상의 마지막 밤일지도 몰라 - 그러나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떨어졌다가 햇살이 비치기에 일어났다.

 

미숫가루로 아침을 대신하고 나갔다. 우리 동네는 바닷가니 큰 걱정이 되지않지만, 배둔지 마을은 저수지가 있기에 뒷 일이 궁금하였다. 또 물봉선화도 만나고 싶고.

 

하천으로 흐르는 물의 소리가 폭포수였다.

볏잎은 물방울이 맺혀 보석을 쏟아 놓은 듯 하였고.

 

 

      ▲ 한늠은 나락을 다른 한늠은 잎을 부여잡고- 에휴~

 

      ▲ 논두렁의 잡풀이다. 잎에 달린 물방울이 햇살을 받아 영락없는 보석이었는데, 사진은 아니네- ;;

 

      ▲ 물이 넘치는 농수로에 으아리가 위태로운 풍경이다. 그래도 이늠 꿋꿋하여 흔들리기만 하였다.

 

     ▲ 등에, 비 억수로 내렸는데 어디서 비를 피했을까 - 서러운 꽃 며느리밑씻개도 용감하게 꽃잎을 열었다.

 

      ▲ 사위질빵은 서로서로 의지하며 피어나기에 그리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지만, 밤 사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피어난 모습이 대견하다.

 

      ▲ 풀섶에서 짚신나물도 꽃을 피웠다. 지난해 그 자리다.

 

      ▲ 억수로 내린 그 비는 그림속의 비였는지, 계요등에 걸린 거미줄 한 올 걷어내지 못하였다.

 

     ▲ 보풀

 

      ▲ 이늠 이름이 물잠자리라고 하였다. 어제 배웠기에 오늘은 따라 다니며 자신있게 이름을 불러주었다. 가는 다리에 갈퀴가 많다.

 

      ▲ 요늠은 새로 만난 나방이다. 호랑나비와 노랑나비도 만났으며, 나방, 잠자리 모두 만났으니 기특한 늠들이다.

 

     ▲ 농수로다. 물수세미와 논고동이다. 많은 빗물에 떠밀리지않고 제 자리에서 옴지락 거렸다.

 

      ▲ 이늠 길 위로 튀어 올랐다. 처음 서너마리는 농수로나 논으로 던져주었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늠을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할 것 같았다. 이래 아저씨께서 고등어를 살 때 미꾸라지 몇 늠을 얻어 두었더니 장구벌레가 없어졌다고 하였다.

4마리를 비닐 봉지에 담아왔다.^^

 

      ▲ 집에 와서 담은 사진 - 수초 몇 가지가 있는데, 논고동도 있고 오늘은 미꾸라지를 풀었다. 논고동은 기어서 밖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내가 일찍 발견하면 물 속으로 넣어주지만 종일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이늠이 걱정이다. 베란다가 온실보다 더 뜨거우니 물 밖으로 나오면 마를텐데 -

논고동 열 마리 정도 - 미꾸라지 네 마리 - 부레옥잠과 보풀은 계속 꽃을 피우는 중이다.

 

     ▲ 배둔지다. 부유물이 많았지만, 물이 저수지를 넘지는 않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준비 해 간 커피를 한 잔 마셨다.

 

☆.. 어느날 아침의 배둔지 주변에 핀 꽃 풍경 : 배둔지의 들꽃 편지 

 

      ▲ 정구지밭인데 물이 아직 빠지지 못하였지만, 두어 시간 돌고 보니 처음보다 나았다.

 

      ▲ 누군가가 먹다 버렸나, 토마토 작은 씨앗이 풀섶에 자리를 잡아 꽃을 피웠다. 우리가 떠나도 흔적은 이렇게 남아 있다.

 

 

그릇도 말리고 고추도 말리고 콩도 말려야 한다. 얄미운 구름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유유히 흐른다.

뭉게구름 왈 : 나도 어젯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오 - 먹구름이 얼마나 쿵꽝거리는지 -

그래 너도 이뿌다 - ^^

밤 사이 엄청난 비가 내렸습니다.

부산 경남 이웃님들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

여린 식물과 곤충들이 용감하고 기특하였으니, 우리도  힘이 넘쳐야 겠지요?

펄럭이는 태극기만큼  좋은 하루 만드세요.

 

이제 신발과 옷을 씻어야 겠습니다. 당연히 물에 빠졌거든요. ㅎㅎ

그리고 아래의 풍경은 어제 만난 무지개입니다.

시내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 STX 조선쪽 산 위에 걸려있더군요. 멀어서 색은 별로지만 분명히 무지개입니다.

 



무지개 / 윌리엄 워즈워드(1770-1850)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출전 : <두 권의 시집>(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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