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넉넉한 고향 풍경(녹산 순아)

by 실비단안개 2008. 8. 27.
728x90

 

어디야?

순아3구인데요, 들판요 - 들판을 걷습니다. 하늘이 정말 이뿌네 -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이 여름 바람이 아니네 -

앗 - 그런데 돌아 가야겠다. 길이 없네, 콩이 심어져서 길이 없네 - 다시 처음으로- ㅎㅎ

 

아니다, 길이 있다. 수문 위로 - 물 위로 -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르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창작과 비평 가을호, 1968) 

 

강둑이거든요, 바람이 참 좋네. 잠깐만, 아욱꽃이다 -

 

 

심각한 꺼리를 만나러 가는 날에는 음악을 들으며, 설겅설겅 걷는 시간이 많을 때는 친구에게 콜을 한다. 55 ------ 

친구는 대부분 바로 전화를 준다.

내 전화만 기다렸나 보네요~ ㅎㅎ

소식이 없기에 문자 보낼라고 했쓰~ ㅎㅎ

둘이 걸엉께 안 심심하제? 그나저나 실비단안개는 언제 말 놓을랑가?

말 놓으면 떨어져서 흙 묻제~ ㅎㅎ

 

조용! 2, 3, 4 , 5 --

자요?

자요? 자는기요?

어엉ㅇ~ 안자~

이 길을 얼마나 걷고 싶었는지 몰라, 바람 냄새 -

 

.

.

.

 

20여분 -

먼 옛날 어느 별에서 / 내가 세상에 나올 때 / 사랑을 주고 오라는 /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 백만 송이 피워오라는 /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MP3 가 아니고 폰으로 듣다보니 언제나 3곡만 흐른다. '얼마나 더', '사랑가', '백만송이 장미'.

 

친구는 통화중에 그렇게 잠이 들고 나는 낙동강 둑을 걸었다.

친구는 월 10만의 정액요금제를 이용한다.

 

 

아저씨~ 숭어에요?

네~~

ㅎㅎ, 보자~ 억수로 마이 잡았네. 되게 많은 모양이네~

한 마리 500원에 사 가소? 500원이모 싸다아이가~

됐어예~ (마음으로 - 우린 어부의 집인데 - )

또 한참 낚시 구경을 하였다.

낚싯대 하나 주까요? 낚시 해 보소 -

괜찮아예~ 이제 가야지예~

요서 낚시 한다꼬 소문 내지 마이소? 사진 보고 몰리모 큰일 아이가~ ㅎㅎ

 

 

 

 

 

 

복지관에 다시 들려 여쭈었다.

"'순아상회' 가 아직 있나요?"

순아식당에 밥을 주문하며, "순아상회에 좀 다녀올게요"하니, "순아상회 지금 문 닫았어예" 하였다.

"왜요?"

"잠시 어디 갔어예."

"네, 그래도 다녀올게요."

 

나는 순아상회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길을 지날 때면 반가운 간판이다. 우리 작은 늠이 스무살이니, 아마 이십년이 넘었지 싶다.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밤길을 달려 명지를 지나 성산에 들면 밤공기가 달랐다. 도시의 먼지냄새 대신 진한 거름냄새가 났는데, 나는 언제나 '고향의 향기'라고 하였으며, 당시는 순아상회 앞으로 차가 다녔기에, 두어번인가 음료수를 산 적이 있다.

순아가 점방집 딸래미 이름인줄 알았다.

 

요즘 차는 이 길로 잘 다니지 않는다. 굽은 길 옆으로 따로 길을 폈다. 며칠전 성산이나 가락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자고 이 길을 지났는데, 순아상회가 그대로 있었으며, 복지관 입구에는 김말봉문학비가 있었다.

언제 세웠지?

 

내가 시내에 나갈 때 여러 일을 한꺼번에 보듯이 다른 동네에 가서도 한가지 일을 보고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날 성산에서 국밥을 먹고 차를 돌리기에는 시간이 어중간하여 그대로 집으로 향했었다.

 

성산을 말 할 때 시메거리라고 하였다.

시메거리장날이라고. 당시 성산은 먼 길이었지만, 작은댁(할아버지께서 외동이셨기에 할아버지의 사촌 동생이 가장 가까운 친척이었다.)으로 가려면 시메거리에서 작은 배를 타고 낙동강을 질러 갔었다. 어렸을 때 한번인가 갔으며, 또 한번은 무슨 일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아버지를 따라 시메거리장에 갔었다. 물론 그 장터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데, 당시 아버지는 중국집인가 국밥집에서 빼갈을 드셨다. 내게도 무언가를 먹여주셨을텐데 역시 기억에 없다.

 

湖水(호수) /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湖水만 하니
눈 감을 밖에

 

 

동아여객은 성산이나 순아3구가 부산이라고 정차를 않는다. 버스정류소에서 부산의 마을버스 9-1을 기다렸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