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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우야든둥 잘 묵자

엄마에게 받는 추석 선물

by 실비단안개 2008.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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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배추 저리(절여) 낫는 데(놓았는 데) 우짜꼬?"

"이따 건져만 두세요, 가서 양념 할게요."

 

김치 한가지만 버무리면 되는 줄 알고 점심을 먹고 느즈막히 가니, 배추와 콩잎, 매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딸이 더 걱정이 되는 엄마시기에 소홀하기 쉬운 부분까지 챙겨주십니다.

"이것도 양념해야 한다~ 매실도 하고. 게장 담았다. 유이 왔나?"

"오후에 온다네요."

 

배추에 양념을 하는 데, 평소답지 않게 자꾸 묻습니다.

양념 준비는 엄마와 아버지께서 하시며, 저는 그저 버무려 각자의 그릇에 담기만 하거든요.

"매실 양념은 뭘로 하꼬?

게장 간 좀 봐 줄래?

콩잎이 맛이 상갑다.

김치가 저번에는 짜제?

올 해는 (참)깨를 볶아서 주께"

 

시골의 어느 집이나 추석 밑은 바쁩니다. 햇고추, 햇깨 등을 빻아 봉지봉지 담아야 하며, 들기름 참기름도 짜야 하거든요. 없으면 나누지 못하지만, 작으나마 농사를 지으면, 작은댁, 조카, 새끼들 - 등 - 봉지봉지 담아 주어야 하니까요.

 

"뭘 볶아요, 그때그때 볶아야 고솝지.

매실 양념은 너무 벌겋게 하지 마시고요, 윤기 좀 나게 해요.

콩잎 양념하게 다시 좀 내어 주세요.

게장은 우리집에 양념장이 많이 있으니 짜게하지 마세요."

 

"지금 한번 더 끓일낑께 너그집에 가서 3일 후에 한번 더 끓이라 -

�나?(매실장아찌 양념의 색 정도)" 

 

일이 많아도 느긋이 혼자 잘 처리하기에 엄마의 도움이 없어도 되는 데, 엄마는 딸이 미덥지 않으신지, 일을 딸에게 시켜 쨘하신지 주변을 오가시더니 참깨를 더 넣어 주시다 살짝 미끄러졌습니다.

"아이고 우짜꼬, 괜찮나?"

양념을 버무리는 딸에게 물이 튕기지는 않았는지 걱정을 하십니다.

 

엄마의 연세는 계산을 하여야 나옵니다.  그냥 엄마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할머니의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김치 양념을 마치고 콩잎 양념을 할 때, 엄마는 당부를 한 후 들로 가셨습니다.

"뭐 좀 묵고 가라, 캔맥주 갖고 가고."

 

하루쯤 쉬어도 되는 들일이지만, "흙은 매일 돌을 고르고 뒤집어 얼라처럼 부드럽게 대해 주어야 한다" 하시며, 거의 매일 들로 나가십니다.

엄마의 하루는 언제나 새벽에 시작되며, 아버지와 함께 평생을 어망일과 농사일을 하십니다. 어망일이나 농사일 중 한가지를 버리거나 둘 다 버려도 되는 생활이지만, 일이 몸에 밴 분들이시기에 아주 많이 불편하실 때 외에는 어느 일도 놓지를 않습니다.

 

"내년부터는 일 안할란다."

그 말씀은 언제나 당시뿐입니다.

당연히 압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기들처럼 조금만 무관심하면 섭섭해 하시기에 언제나 맞장구를 쳐 드립니다.

언젠가 큰동생이, 엄마 연세에 모두 그 정도는 아프세요 - 하였는 데, 엄마는 많이 섭섭해 하시며,

"너그 동생이 내가 나이가 많아 아푸단다."

"문디자즉에이가~ 우리들 키운다꼬 평생 고생을 하셔서 그렇지."

엄마는 발그레 웃음을 띠었습니다. 그리곤 여기저기 아프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올 여름, 레이스가 있는 윗도리 두장을 사 주시더군요.

(엄마는 자주 옷을 사 주시는 데)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않고 내가 입고 싶은 걸 입는 방법은, 옷이 크다 등등으로 말씀을 드린 후, 옷 장사에게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꾸어 입습니다.

그 자리에서, "엄마~ 나 이런 거 안 입어요." 이러면 우리 엄마는 소녀처럼 샐쭉하시거든요. 그리곤 바꾼 옷을 입고 아지랑을 떨어야 합니다. "엄마~ 이건데 괜찮제?"

 

엄마는 들에 가시고, 양념을 마져하여 냉장고 정리를 대충 해 드렸습니다.

 

 

 

작은늠이 즐기는 게장입니다. 용원 어시장에서 장만하셨다는 데, 혼자 버스를 갈아타며 다녀오신 겁니다.

 

 

작은늠이 노란콩잎장아찌를 좋아 하기에 아버지께서 콩잎을 따면 엄마는 절여 둡니다.

기른정을 무시를 못하는지, 살짝살짝 작은늠을 맡겼었는 데, 그 정으로 언제나 작은늠 반찬을 걱정하시며 챙겨줍니다.

 

 

이모가 매실 10kg을 구입하여 씨앗을 빼니 4kg이었다고 하였는 데, 어제 걸러 양념을 하였습니다.

"우짜꼬, 이래 많을 줄 몰랐는 데"

엄마는 딸에게 일을 맡겨 자꾸 미안한 마음입니다.

여자형제는 꼭 있어야 하며, 딸도 있어야 하는구나 - 하는 걸 엄마를 보면서 많이 느낍니다.

가끔, "나도 여동생이나 언니 '딱' 하나만 있음 좋겠다"며 엄마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가 동생을 낳아 줄 일이 없지만, 엄마와 이모, 우리 아이들을 보면 부럽거든요.

 

텃밭의 호박잎을 따 주시고 들로 가셨습니다.

"갈치젓갈이 억수로 맛이 좋더라, 무거바라~"

그런데 어제는 피곤하여 갓담군 김치만 꺼내어 매운탕과 먹느라 호박잎쌈을 준비를 못하였습니다.

물론 저녁상에서 자랑질과 엄살을 피웠습니다. 자랑질과 엄살을 피우지 않는다면 나 답지가 않으니까요.

"나~일 너무 많이 햇거덩~ 이거 맛 좀 볼래?"

 

 

오늘 저녁에 호박잎과 깻잎을 쪘습니다. 깻잎은 그저께 백일마을의 천사님에게서 얻어 온 건데, 어제 낮에 참돔회를 먹으면서 쌈으로 먹고 남아 있었거든요. 역시 향이 다르더군요.^^

 

 

우리 밥상 아시죠? 오늘 저녁 밥상이었습니다.

 

가끔 아버지께서 그러세요.

"너그 엄마 주그모 우째 살래?"

그러면 엄마는, "우째 살기는, 읍서모 읍는대로 살지, 얼라한데 벨 소릴 다 하네~"합니다.

 

엄마 계시지 않는다면 -

모르겠습니다.

다만, 엄마는 신 이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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