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밤낚시와 어머님 회양전 부쳐
소녀 생일상 차려 주시니, 이 은혜
내년 어버이날에 한정식으로 모시오리다. - 경은이의 보은가 -
큰늠이 스무다섯살이 되었습니다.
첫돌 무렵 시멘트 마당의 메주콩 위를 엉기적 거리며 걷다가 미끄러지던 늠이 벌써 이렇게 되었습니다.
작은늠 생일이면 늘 큰늠에게 미안하여 큰아이에게 늘 미안한 날 이란 글을 포스팅 하기도 하였는데, 오늘은 큰늠 생일상을 담았습니다. 오늘 하루 담는다고 미안한 마음이 가벼워 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풍경들은 먹다말고 담았습니다. 늘 우리가 그러듯이.
생일상이라고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먹는 밥상에 다른 국 대신 미역국과 케익이 추가될 뿐이며, 생일날 만큼은 식구 누구도 밖의 음식을 먹이지 않고 몇 가지 찬이라도 정성껏 차려줍니다.
지 아빠가 어제 생일 케익을 준비 해 두고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아이 생일이라고 특별낚시를 간 건 아니고 평상시 모습입니다.
작은늠이 불을 밝힙니다.
그런데 실언을 하였습니다.
"초 어딨어요?" 한다는 게, "횃불 어딨어요?"하여 한바탕 웃었습니다.
지 아빠는 한술 더 떴습니다.
폭죽을 폭탄 어딨냐고 하데요.
코미디 가족이 아닌데 이렇게 웃는 일이 예상 외로 많습니다.
작은늠이 밝히는 촛불을 보면 또 재미있습니다.
열살짜리 초 두개에 작은 초 다섯개를 뭉쳐 한꺼번에 불을 밝힙니다.
제 언니 나이를 스무한살로 만든 겁니다. 꼬마초 다섯개의 화력은 대단합니다.
며칠 후면 지 에미 생일인데, 그날은 몇 살로 만들어줄지 은근히 기대를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큰 초 다섯개 모두 반으로 꺾는다면 - 읔 -
명절 등 특별한 날의 별식 '회양전'입니다.
아마 가끔 회양전 이야기를 하였을 겁니다.
회양전은 별식이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잘 삭은 김치와 쪽파, 돼지고기만 있으면 되거든요.
돼지고기 뒷다리나 사태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연육기에 내려 부드럽게 해 주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합니다.
쪽파는 살짝 데쳐서 조선간장과 참기름으로 양념을 하구요.
김치와 돼지고기 모두 쪽파 굵기 정도로 잘라 사이사이 넣으면서 꼬치에 끼워, 밀가루(부침가루는 양념이 되어 짭니다.)를 골고루 묻힌 후 계란을 풀어 입혀 속이 익을 정도로 중불에서 구워 냅니다.
색을 내기 위하여 맛살을 넣어도 되지만, 우리 식구들은 맛살을 좋아하지 않으며, 실용적이고 건강하게 먹기를 원하기에 보통 돼지고기, 쪽파, 김치로 만듭니다.
완성 된 회양전은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되는데, 잘게 자를 경우에 부스러기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으니, 그때그때 상차림에 따라 크기는 조절하면 됩니다.
뜨거울 때의 맛이 환상이지만, 식었을 때의 맛도 특별하기에 술 안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핑계 삼아 은근히 캔맥주 한개를 비웠습니다.^^
부시리는 여름이 철이지만, 요즘도 낚이는 어종입니다.
어부의 집이다보니 사철 제 철 횟감을 즐기기에 밖에 나가서도 회가 그립지 않습니다.
부시리 : 전갱잇과의 바닷물고기. 방어와 비슷하나 몸이 가늘고 가슴지느러미가 배지느러미보다 짧으며 옆구리에 진한 황색 세로띠가 있다. 회색을 띤 푸른색이고 배 쪽은 은빛을 띤 흰색이다. 온해성 어종으로 맛이 좋아 여름철에 횟감으로 많이 쓴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부시리는 상당히 큰 물고기입니다. 대략 60cm 이상이구요, 초밥용으로도 좋으며, 큼직한 대가리(표준어입니다.)와 뼈로 매운탕을 끓이면 이 맛 또한 일품입니다.
회양전은 작은늠이 도와주어 쉽게 마쳤으며, 큰늠은 생일값 한다고 늦잠을 잤습니다.
오늘의 회는 제가 떴습니다. - 서방님은 크기가 덕석만하여 사양 - ㅎㅎ
보시다시피 생일상은 간단합니다.
그러나 한우 양지와 새우로 미역국을 2시간 이상 끓입니다.
무슨 미역국을 2시간 이상 - 끓여 드셔보면 맛을 압니다.
흐뭇하게 케익까지 챙겨 먹고 아이들은 목욕을 갔지만, 설거지는 그대로 둘겁니다.
에미가 몸이 성하더라도 오늘 만큼은 지늠이 설거지를 해야 하니까요. 더군다나 지금 에미 꼴이 말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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