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가 졌는데, 아이가 외출 준비를 하더군요.
다저녁에 어데가노?
이력서 준비해서 오라네요, 며칠전 만났던 곳에서….
요즘은 마을버스 막차가 6시 30분이기에 콜을 하여 면접을 보러가게 했습니다.
오는 길에… 예나 찬거리 등을 장만해 오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재학시절에 몇 군데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직장을 가지기는 처음입니다.
6시에 일어나 아이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니 깨우지 않아도 혼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더군요.
마음이 짠하더군요.
우리나라는 82%가 대학 졸업자이며, 현재의 교육과잉 시장은 60% 이상의 예비적 청년 실업인을 양산하는 시스템이기에 15% 정도가 자기의 학력이나 전공에 걸맞는 직장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대학을 나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종에 취직을 하거나 아니면 그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에서 실업자 생활을 하는 청년도 적지 않기에 '청년 실업'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처음으로 두드린 직장에의 취업은 분명 기쁨인데, 에미 마음이란게 그렇지만은 않습디다.
이제 이늠 정말 다 자랐구나, 이러다 어느날 훌쩍 날아갈지도 모르겠네, 그동안 마음앓이도 깊었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엉켰습니다.
시골에 거주하다보니 흔한 학원도 못보냈고, 가계 또한 과외를 시키거나 할 여력이 안되었기에 학교 공부만으로 진학을 하였고, 그것도 원서대 아끼려고 수시로 진학을 하였습니다.
진학하여 한 학년 마치고 다른과를 택해야 겠다면, 1년 재수,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에 복학, 4학년 때 느닷없이 취업공부를 해야겠다면 학원을 다녔습니다. 봄에 실습 4개월 후 학원 재수강, 그리고 잠시 짬이 나기에 모녀가 10월에 제주여행을 하였습니다.
불만없이 자라준 아이가 참 고맙습니다.
몇 가지 철칙이 있었습니다.
- 현금 만지는 직장은 안된다.
- 평생 직업이라야 한다.
- 자동차는 능력이 될 때 구입한다.
- 신용카드는 30세 이후 능력이 있을 때 발급받는다.
전문직이며, 2년 벌어 공부를 더 한다가 아이의 계획인데, 따라서는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혼인은 '하지않는다'인데, 어느날, "엄마, 나 이늠과 살고 싶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오늘이 여기 장날입니다.
08년의 마지막 장날, 마을버스를 타고 장에 가서 둘러보고 케익점으로 갔습니다.
"초 몇 개 드릴까요?"
초요, 보통 초 말고 이쁜 초 없나요?
"여긴 시골이라 잘 나가지 않아 다른 초는 없습니다."
네, 그럼 그냥 주셔요. 아니다, 서운하니 작은걸로 서너개만 주세요.
결혼기념일이냐고 묻기에 아이가 취직을 했기에 축하해 주려고 한다니까, 케익점 이모도 축하한다네요.
이것저것 장만하여 집에 오니 오솔오솔 한기가 들기에 잤습니다.
휴대폰이 얼마나 울리던지….
그래도 꼼짝않고 몇 시간을 자고 일어 났는데, 계속 몸이 아프더군요.
이늠 올 때 다 되어 가는데….
6시 10분에 연락을 하니 일 끝내고 옷을 갈아 입는 중이라더군요. 다시 문자로 - '추우니 택시타고 오셔요 -'
(시골이다보니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에 교통비 지출이 급료보다 더 나갈 수 있는 곳이기에 아르바이트도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지역입니다.)
아이들이 즐기는 떡볶이, 만두, 오리고기 등으로 축하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짠합니다. 험한 세상에 이늠 제대로 홀로서기를 할까 - 세상에 태어나게하여 고생을 시키는 건 아닌가 -
그래도, 취업 준비중인 많은 젊은이들이 하루 빨리 원하는 직업을 가지기를 바람하며, 다른 가정에서도 기쁜 일들이 선물처럼 주어지기를 희망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요!
2008년 마지막 포스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해에는 더 나눌 수 있는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빡세게 투쟁하여 이기는 2009년을 만듭시다.
언론노조 여러분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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