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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진해 식물원

불러주지 못한 이름, 화월(花月)

by 실비단안개 2009.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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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좀 빠진데가 있습니다. 큰위안은 되지않지만, 잠깐잠깐의 즐거움을 느끼는 도피처랄까….

어제, 그렇게 즐기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더군요.

"뭐 하노, 들깨칼국수 묵으로 가자~ 12시 조금 지나 도착할거니까 준비해라~"

 

한 두방울 내리던 비는 들깨칼국수를 먹고 일어나니 땅을 흠씬 적셨더니, 지금도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 들깨칼국수는 들깨와 콩을 갈아 만들었는데, 점포를 내놓았기에 풍경을 담지않았습니다.)

 

캐리안드라와 호주매화를 담은 날 담은 '화월'입니다.

"어머나~ 이것도 꽃을 피우네요?"

꺾어 툭 던져두어도 살아나는 화월이지만, 꽃이 핀 모습은 처음이었으며, '화월'이란 이름을 가졌다는 것도 그날 처음알았습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꽃을 피우는 식물에 더 관심을 가지며, 작은 꽃 보다는 크고 야한색의 꽃에 더 눈길을 주는데, 화월은 둥글 밋밋하기에 관심을 받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식물인데, 꽃을 피운 모습을 보니 새삼 다가가지더군요.(그전에 오후 햇살에 빛나는 잎이 좋아 담은적은 있지만)

그동안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화월'에게 미안했습니다.

 

꽃의 생김이 기린초와 비슷하며, 들꽃처럼 수수합니다.

 

화월(花月. Crassula portulacea)은 다육식물이며, 돌나무과로 분포지역은 남아프리카로 가지꽂이로 간단히 번식이 됩니다.
저목형으로 줄기는 굵고 가지가 많이 나오며, 잎은 둥그스름하며 엽색은 어두운 녹색이고 잎 주위는 적색을 띠며, 실내에서는 1m 정도로 자랍니다.

 

* 다육식물(多肉植物)이란 : http://dozl.com/index.html?rnd=1233272434&url=%2Fbbs%2Fzboard.php%3Fid%3Dp_cultivation%26no%3D510

 

  ▲ 화월

 

  비에 관한 명상 수첩  / 이외수

 

  1,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 기린초 : 산지의 바위 곁에서 자라며, 높이는 5∼30cm, 잎은 어긋나고 거꾸로 선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 모양으로 톱니가 있고 줄기가 기린의 목처럼 곧게 위로 뻗어서 기린초라 합니다.
 

  2,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3,
  비는 뼈 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까.

 

 

  4,
  비 속에서는 시간이 정체된다.

  나는 도시를 방황한다.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범람하는 통곡 속에서 해체된다.
  폐점시간이 임박한 목로주점.

  홀로 마시는 술은 독약처럼 내 영혼을 질식시킨다.
  집으로 돌아와 바하의 우울한 첼로를 듣는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날이 새지 않는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목이 메인다.

 

 

  5,
  우리가 못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결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서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그대로부터 더욱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의 시간은 언제나 사랑의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날에는,

짧은 글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고,

진한커피도 마셔야 하며,

해질녘엔 김치부침개라도 부쳐야 '비가 내 준 숙제를 다 했다' 라고 할 것 같습니다. 나는.

 

네티즌 여러분 도와주세요.

경남 DPI(경남장애인연맹)의 작은도서관과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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