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전 겨울이었습니다.
경부선을 달리는데 곳곳에 붉은 감이 나무에 그대로 달려있더군요. 물어보나마나 부족한 인력으로 따지 못한 감이었을 겁니다.
그곳이 청도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연꽃 만나러 간 곳이 청도의 유호연지였기도 합니다.
와인터널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우리가 네비게이션에 처음 지정한 장소는 청도의 와인터널이었습니다.
우리집에서 100km더군요. 지방도로와 국도, 고속도로를 달려 2시간이 넘는 거리였으며, 청도는 입구부터 온통 감나무였는데, 들과 산에 펼쳐진 감나무가 가로수 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성현역에 잠시 들려 송금리 교회를 지나 좁은 마을길을 조심조심 달려 와인터널로 갔습니다.
주차장에서 터널입구까지 철로가 놓여져 있으며, 터널은 출입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등대 역사가 일본에 의해 시작되었듯이 철도도 그렇습니다. 나라밖으로 눈길을 주지 못한 것, 일본의 침략 등 어쨌던 선조의 무능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사욕에 눈이 멀어 당파싸움을 일삼았으니 어떻게 침략과 지배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역사는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기에 나라의 운이 심히 염려스러운데,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와인터널과 남성현역(클릭 - 확대 가능)
남성현역(南省峴驛)은 1919년 8월 1일 영업을 시작하여 1943년 6월 1일 경부선 복선화로 역사를 이전했으며,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다로리에 위치한 경부선의 무궁화호 열차가 1일 4회 정차하며, 2003년 역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여 신식건물인데, 옛역사가 남아 있다면 와인터널과 함께 이야기가 있는 역이 될텐데 아쉬웠습니다.
▲ 와인터널 입구
거리에 감나무가 즐비하듯이 터널 입구에도 감나무가 있으며, 입구에서 반시 등 청도의 특산물 구입이 가능하고, 주차시설과 화장실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터널 윗쪽에 代天成功이라는 글씨가 있습니다.
일본이 칭하는 하늘은 천황일테니, 일본 천황을 대신하여 터널 공사를 성공했다는 뜻일까요?
글쓴 연도와 글쓴이는 명치 37년으로 '사내정의'는 한일합병을 주도하여 1910년 초대대 조선총독으로서 우리 민족을 억압하고 착취한 자입니다.
청도 와인터널의 원래 명칭은 ‘남성현 터널’입니다.
원래지명은 성현이었으나 일제가 남쪽에 있는 일본을 숭배하라는 뜻에서 남(南)자를 덧붙여서 남성현으로 변했습니다.
경부선 부설당시에 성현터널을 뚫기 위해 8단 스위치백이라는 철도사에서 유래가 없는 시설물이 건설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들이 노역에 동원되어 고통을 겪은 터널이었는데, 1937년 직선터널(現 남성현 상행선 터널)이 개통되면서 남성현터널은 폐터널이 되어 방치되었다가 2006년 농업회사법인인 '청도와인㈜'이 유럽에서 와인을 터널이나 지하시설에 저장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폐터널을 와인 저장고로 활용하고자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임대를 받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터널 카페 및 저장고 등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와인터널은 1896년 일제가 착공해서 1904년에 완공한 철도 터널로, 길이 1,015m, 폭 4.5m, 높이 5.3m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조적하여 건설되어 100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상태가 완벽하게 잘 보존되어 있으며, 연중 온도가 15˚C 내외, 습도 70~80% 로 유지되는 터널입니다.
터널에 들어서면 빈 와인병이 누워 쌓여있고 일정한 간격의 조명이 있지만 음산했습니다. 그러나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외로 많은 방문객이 있었는데, 가족 단위가 많더군요. 주변에 온천과 대적사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천장의 붉은 벽돌이 보이나요?
잘 보존 된 내부의 벽에는 청도 관광 안내와 청도에 관한 시 등이 있더군요. 아~ 감그린(감 와인)이 이명박 씨가 대통령 취임시에 건배주로 했기에 그 사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풍경은 그저 스칠 뿐이지요.
또, 터널 입구에 와인병 모형이 있는데, 그 곳에도 그의 흔적이 있습니다. 밉다밉다하니 별 곳에서 다 흔적을 보게 되더군요.^^
청도에 오면/ 황인동
산이 산을 업고
동해의 한 자락처럼 출렁이는
청도에 오면
바람마저도 미나리 향 같은
청도 바람만 분다
복사꽃 따스한 마을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팽이 버섯처럼 모여 사는
청도에 오면
햇살은 하얀 맨발로 들녘을 누비고
새벽별은 주먹만하게 다가온다
미나리 새순같이
추억 몇 개 돋아나는 날
청도에 오면
감꽃이 줄 지어 선
맑은 길 하나 트일 것이다
나는 지금 소뿔처럼 서서
청도 하늘을 안고 있다
이곳은 감 와인 터널로 청도의 반시(생긴 모양이 납작하다고 하여 반시(盤枾)라고 하며, 청도반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가 없는 감입니다.)를 가공하여 숙성 저장하는 터널로 주류는 감 와인만 취급하며, 반시와 곶감, 감초코렛을 판매하며, 와인의 안주용으로 치즈가 있습니다.
아래는 진열 된 와인인데, 은은한 조명으로 집에서와는 달리 가치가 더 높게 측정되는 듯 했습니다.^^
와인터널에는 안내와 판매를 하는데, 와인 시음이 가능합니다. 그냥 스칠 제가 아니기에 낮술을 했습니다.^^
사진은 제가 구입한 레귤러와 감초코렛, 반시입니다.
청도 감와인은 화이트와인으로 세 종류가 있는데, 레귤러 / 스페셜 / 아이스와인입니다.
레귤러는 달콤하고 상큼한 느낌이 특징이며, 감 특유의 떫은맛이 부드럽게 조화되는데, 밝고 산뜻한 아로마 향기가 나서 시원한 느낌이 들기에 여자들이 마시기에 좋습니다.
함께 즐기기에 좋은 안주는 흰살 생선이나 가벼운 치즈가 잘 어울리며, 식전이나 식후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추천하더군요.
스페셜은 미디엄 바디한 특유의 묵직함과 풍부하고 섬세한 향기가 난다는데, 우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감와인입니다.
강한 타닌과 쌉쌀한 끝맛은 중독이 될 수 있으며, 샐러드나 육류, 매운 요리와 잘 어울리는데, 레귤러도 중독성이 있더군요.
아이스와인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예술인데, 초겨울에 서리맞은 감을 엄선하여 언 상태 그대로 농축해서 즙을 내어 저온발효시켜서 1년 이상 와인터널에서 숙성시킵니다.
희귀하고 가공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데, 안주는 과일이나 구운 과자가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 시음코너
▲ 와인을 숙성시키는 오크통인데, 숙성고는 터널 안쪽에 있으며, 사진의 오크통은 전시용입니다.^^
▲ 카페
터널의 와인 바는 네모와 둥근 탁자가 있으며, 예약을 하면 식사도 가능합니다.
카페의 길이는 150m 정도로 다소 짧아 기대와는 달리 카페로서의 역할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머지 850m는 아직 꾸며지지 않은 맨땅이었는데, 터널답게 물이 똑똑 떨어지며, 가장 안쪽에는 와인 저장 창고가 있습니다.
와인터널에는 음악회와 공연 등 행사가 계절에 따라 있으며, 연예인의 싸인이 있는 와인이 전시되어 있는 아주 특별한 와인 바로,
특별한 날을 위한 이름과 기념문구를 조각해 넣은 주문 와인이 가능하며, 그날만의 맛을 추천해 주기도 하는데,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니 와인터널을 방문하여 우리나라에만 있는 감 와인을 시음후 구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 일요일(11일)에 다녀왔는데, 당시 반시 수확이 시작되었으며, 체험이 가능했지만, 청도군에서 개최하는 반시따기 행사는 신종플루 예방차원에서 중지 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글이 늦어졌는데, 다음 포스트에서 소개가 되겠지만 온통 감밭인 고을이 청도였는데, 앞으로 2~3주일 정도는 감따기와 반시 구입 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감초코렛은 7천원, 반시 홍시 작은 상자 5천원, 반시 1 상자(80개 이상) 1만 2천원이었는데, 반시 구입 후 이틀이 지나니 떫은 맛이 가셨습니다. 또 감식초가 많았는데, 1.5병이 5천원이었습니다.
* 와인터널 홈페이지 : http://www.gamwine.com/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