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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김달진 문학관

하동 이병주 문학관과 직전마을의 가을 풍경

by 실비단안개 2009.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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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달진 문학관 주최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 ·18 시야, 놀자!'가 10월 24일(토요일)에 이병주 문학관(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232)에서 있었습니다.

 

참석자는 24일 오전 11시에 마산역앞에 모여 출발하기로 했는데, 거리가 멀다보니 시간 계산이 제대로 나오지않았기에 9시 2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버스 시간이 잘 맞아 마산역행 버스를 탔으며, 오전 11시에 마산역에 도착했지만, 이동 버스와 동행을 할 분들이 보이지 않기에 무료급식소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니 폴래선생님께서 뒷쪽에서 전화로 불렀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의 모습이 반가웠으며, 이어 장유의 이영자 선생님도 만났습니다.

이영자 선생님게서는 내 이름을 모르니 '아가씨'하며 불렀다는데 마산역 앞에 아가씨가 한 둘이며, 아가씨라는 부름에 제가 감히 돌아볼 수 있었겠습니까.^^

 

시간이 흘러 관장님과 학예사님의 모습이 보이며, 거제의 선생님과 김륭 시인의 모습이 보이고 ….

우리는  정오 무렵에 하동으로 출발했습니다.

  

아름다운 가을길을 달려 사천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가을빛이 고운 산길을 달려 하동 북천으로 갔습니다.

하동 북천은 추석날 코스모스와 메밀꽃을 만나러 간 곳이며, 이병주 문학관은 북천 코스모스역에서 3km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수도공사중이었으며, 아직 지지않은 코스모스와 허수아비가 사열병처럼 줄지어 맞아주었습니다.

 

코스모스 축제장과 북천 코스모스역, 문학관 주변의 농지가 꽃밭으로 이어지는데, 늦은감이 있긴 했지만 꽃길과 꽃밭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김달진 문학관 카테고리를 눈여겨 본 이라면 알텐데,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은 거의 매월 시인과 독자가 만나는 시간으로 매 회 1~2명의 초청 시인과 독자(대부분 시인)가 초청 시인의 시를 시인과 함께 낭송하며 시작을 듣고 질답을 하는 시간입니다.

나는 시나 문학을 공부하거나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며, 김달진 문학관의 방문객 자격으로 참가를 했는데, 함께 한 문인들에게 이방인일 수 있지만,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 하고 싶은 일을 찾습니다.^^

 

2.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 18' 초청 시인은 '지리산' 연작시인 '송수권' 시인과 '시야 밥 먹고 놀자'의 '오인태' 시인이었습니다.

송수권 시인은 유명 시인이니 모두 아실테고요, 오인태 시인은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sibab)에서 대화명 '촛불 시인'으로 활동중입니다. 블로그 주소가 재미있고 아슴프레한 sibab(시밥)입니다. 시인이 흔한 요즘 세상에 시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에 대해 모르니 두 시인의 시를 잠깐 소개하고 이병주 문학관과 주변 경치를 소개할게요.

제가 시 공부는 하지않고 그 시간에 혼자 길에서 놀았거든요.^^

 

        ▲ 사회 안화수 시인, 초청 시인 송수관

 

 이병주 문학관 전시실에 빨치산의 활동 모형이 있는데, 이병주 선생님과 송수권 선생님 모두 역사를 비켜가지 못하고 남북 양쪽에게 버림받은 빨치산과 지리산에 얽매였데, 송수권 시인의 연작 시집 『지리산 』에서「서시 」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서시 / 송수권

 

   내 시는 눈 내리는 지리산에 바쳐진다

   아흔 아홉 골짜기 눈 내리는

   해방특구 그 민주마을

   통비마을

   그 불타버린 마을들에

   바쳐진다

 

   네가 버리고 떠난 마을

   그 산자락 따라 돌며

   줄초상에 줄제사

 

한날한시에 통곡이 일어났던 밤

그 밤 열두시에 바쳐진다

 

너의 창끝에 너의 총구에

혹은, 혹은,

불을 뿜던 빨치산의 마을들

그 외공리를 지나 구례 산동 모스크바 지나

너희들 그 흔적 없는 범죄 위에

내 시는 쓰여진다

 

일찍이 삼한 적 하늘 밑

울바자 튼 집자리

 

노고단 너머 첫동네

못다 핀 사랑이야기

그 달궁 마을에 눈 내린다

 

* 지리산의 비밀 더 알기 : 김달진 문학관 http://www.daljin.or.kr/

 

3.

몇 달 되었을 겁니다.

대화명 '촛불 시인'이 통하기 신청을 했더군요.

아직 거절과 수락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쉬이 거절 못하고 수락을 않는 건 제가 관리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야, 놀자! 안내 메일을 문학관으로부터 받았지만, 열기만 했지 그동안 바빠 읽지를 못했으며, 김달진 문학관 홈페이지 방문도 못했기에 초청 시인을 당일에서야 알았습니다.

 

이육사 문학관에서 김석기 시인을 생각해냈듯이 오인태 시인을 행사 시간에 기억해 냈습니다.

시밥 - 어디서 봤을까, 그 시인, 촛불 시인 - 그런 것 같다 -

그날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하여 검색을 하니 '촛불 시인'이 맞더군요.

 

우리의 만남은 어느 순간에 이루어질지 모르니 정말 죄를 짓고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다시 느꼈습니다.

물론 촛불시인 오인태 시인은 실비단안개를 잊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인태 시인의 시는 뜬금없이가 아니라 꼭 다시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여운이 있더군요. 물론 개인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요.^^ 

오인태 시인의 시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입니다.

 

낮달 / 오인태

 

그 큰 하늘을 등에 지고 날렵하게 산을 내려오시던 아버지,

푸른 나뭇짐 정수리에 꽂혀 씨익~ 웃고 있던

 

아직도 알듯 말듯 한, 그

 

4. 

김달진 문학관과 생가의 풍경은 많은 이들이 기억을 할겁니다.

문학관은 수수한 건물이며 생가는 보통의 시골집입니다.^^

 

지난달 이육사 문학관에 갔을 때 문학관 풍경이 탐이났습니다. 현대식으로 꾸며졌다보니 전시실이 신식이기 때문인데, 둔덕의 청마 기념관도 마찬가집니다.

 

이병주 문학관은 지난해에 개관한 신식건물로 마치 전원카페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로 세로 모두 삼각형 건물로 지어졌으며, 지붕이 동판으로, 동판은 색이 바래야 그 멋을 더하는데, 마치 이병주 선생의 어록,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을 현실의 공간에 표현한 것 같았으며, 내부는 전시실과 강당 모두 지붕과 마찬가지로 삼각형인데, 지붕의 유리에 비치는 나무 등 풍경이 재미있는데, 그 삼각형 내부는 웅장한 성당이나 축소를 하면 다락방 같기도 해서 정겨움마져 묻어납니다.

 

        ▲ 전시실과 강당이 이어지는 가운데가 입구며, 건물은 2층입니다.

 

        ▲ 문학관 측면과 문학비로 문학비에는,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 문학관 내부 풍경으로 강당과 전시실 2층의 창작실로 하얀색이 어떠한 생각의 침범도 허용을 않을 듯 했습니다. 

       
문학관 외부 풍경은 얼마전에 세워진 시비와 뜰에 몇 개의 자연석에 이병주 소설 어록이 기록되어 있으며, 정자  한 동과 여러개의 긴의자가 있는데, 마을 주민이나 외부인 누구라도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인 풍경입니다.

 

아래의 풍경은 추모 시비, ''나림(那林)혼불 앞에서'입니다.

 

 문학의 혼불
 횃불 되어 타오르는 곳
 알알이 배어 있는 님의 향기
 경건한 마음으로 가슴에 담습니다

 거목은
 푸른 이파리 진 후
 멋과 향 더 높고 짙다는 말
 뒷선 후배들 조아려 깨우칩니다.

 님이시여!
 가는 붓끝 쥔 문학인들
 숭고한 님의 필맥을 사모하고
 고귀(高貴)한 숨결을 따르렵니다.
 ▲ 이병주 추모 詩. 안윤주 '나림(那林)혼불 앞에서'

 

        ▲ 전시실의 펜과 원고지

 

        ▲ 뜰 오른쪽의 자연석과 화장실 등에 이병주 소설 어록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병주 소설 어록 -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나폴레옹 앞에는 알프스가 있고 내 앞에는 발자크가 있다."

 

이병주문학관은 2,992㎡의 대지에 504.24㎡의 연면적 규모로 세워진 2층 건물로, 전시실과 강당 및 창작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시실에는 연대기 순서로 따라가며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관련 유품과 작품 등이 소개글과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시실의 내용을 따라가 보면, 부산『국제신보』주필 겸 편집국장을 역임하던 때의 언론인 이병주의 모습과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후 타계할 때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천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활동을 보여준 작가 이병주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그가 ‘기록자로서의 소설가’, ‘증언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작인 『지리산』의 한 장면을 모형으로 만든 디오라마와 작가가 원고를 집필하고 있는 모습의 디오라마, 그리고 영상 자료들이 함께 있어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 이병주 문학관 홈페이지 : http://www.narim.or.kr/main.html

 

        ▲ 이병주 문학비 앞에서 책을 읽는 엄마와  놀고 있는 아이들

 

        ▲ 문학관 뒤로 가을이 고요합니다.

 

5. 

문인들이 시 공부를 하는 시간에 제가 길 위에서 놀았다고 했지요?

직전리에는 버스 승강장이 없습니다. 마을 주민에게 물으니 운행되는 버스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럼 가게는 어디쯤에 있느냐고 물으니 북천 코스모스역이 있는 곳이며, 3km정도니 어른 걸음으로 4~50분은 걸리는데, 시골 어르신들이 시장을 보거나 작은 물건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너무 먼 거리를 걷는 것 같습니다.

 

북천역으로 가는 길에는 대봉이 묵직하게 달렸으며, 코스모스가 볏단처럼 쓰러져있기도 하고, 길섶에는 가을 들꽃이 제법 생생하게 있었습니다.

 

        ▲ 잘 익은 벼같지만 꽃이 진 코스모스밭입니다. 문학관에서 북천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 단풍만큼 고운 색의 대봉나무가 가로수같으며 저수지 윗쪽은 수변공원이 조성중입니다.

 

 

두 풍경 모두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꽃이 피었기에 좋았고 편안한 풍경이 좋아 담았습니다.^^

 

 

노랗게 단풍이 든 은행잎이 지는 해를 받아 더 노랗게 빛났습니다.

북천뿐 아니라 모든 시골의 해지기 직전의 풍경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지난번 코스모스 축제때 아이들 때문에 북천역을 스쳤는데 드디어 '북천 코스모스역'에 도착했습니다.

진해역만큼 이쁜 작은 역이며 역사 앞에는 나이가 많은 벚나무가 붉게 물이 들었으며, 아래의 풍경은 역사의 뒷모습입니다.

허락하에 들어 갔으며, 1시간의 여유를 주더군요.^^

 

원래는 '북천역'이었는데, 코스모스를 재배하면서 축제에 맞추어 '북천 코스모스역'이 되었는데, 역사 앞쪽 벽에는 꽃이 그려져 있고 물탱크에도 코스모스가 피어 있습니다. 오래 머물고 싶은 그런 역입니다.

 

 

걸어 온 길이 너무 멉니다.

일행은 지금도 詩 공부중일까….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합승을 했습니다.^^

 

문학관에 도착하여 커피를 마시는데 폴래선생님께서 두리번 거리시더군요. 하하

 

잠시 공부를 하는척 하다가 다시 나와 문학관 마을을 탐문했습니다.

시골마을길은 그냥 걷기만 해도 좋으며 실제 걷는 일이 참 좋습니다. 걷다가 누구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지요.

 

 

노부부가 토란대를 거둡니다.

우리는 서로 인사만 주고 받았습니다.

아마 혼자 나섰더라면 일을 거든 후 커피 내지 밥을  얻어 먹었을 겁니다.

 

 

 

도리깨질이 마땅찮은지 빨래방망이로 콩을 텁니다. 맨발의 힘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우리의 부모님 모습입니다.

 

외할머니께서 도시에서 오셨나 봅니다.

외손녀에게 대봉 홍시를 먹입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어두워 관장님과 학예사님에게 죄송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시골길을 걸었으며, 가을 공기를 담뿍 마신 편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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