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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우야든둥 잘 묵자

친구 만나면 꼭 가는 밥집 '숟가락 젓가락'

by 실비단안개 201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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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약 3개월전에  예약해둔 병원 가는 날이었습니다.

차편이 복잡하기에 요즘은 갈 때마다 잔머리를 굴리는데, 몇 푼 더 내더라도 정석같은 차편으로 하자였기에, 용원에서 부산행 직행을 탔습니다.

그리곤 하단에 내려 지하철 1호선으로 서대신동역에 갔습니다.

그동안 서대신동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는데, 어제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에 호기심에 줄을 섰습니다.

지하 4층이며, 8년여만에 처음으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였는데, 장애인 전용인줄 알았는데, 일반고객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쓰여있었습니다.

 

그리곤 서대신동에 내리면 좋은 날은 병원까지 걷지만, 날씨와 기분이 꿀꿀할 때는 동아대 버스를 탑니다. 버스요금은 마을버스 요금 정도며, 지하철과 환승이 가능합니다.

 

대신동 골짜기 바람은 여전히 찼지만, 병원 안은 적정온도입니다.

예약증을 보이고, 진료 시간까지 여러 일들을 즐깁니다.

신관으로 가는 통로엔 대부분의 날을 사진이나 그림 등을 전시하기에 감상하며, 그래도 시간이 남을 땐, 동대 구덕캠퍼스의 식물을 만나고, 어떤 날은 학교 뒤의 저수지를 산책하기도 합니다.

어제도 기아돕기가 가능한 전시회를 했습니다.

 

병원에 가면 좋은 일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국민은행 출장소가 있습니다.

우리집에서 국민은행을 찾으려면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버스로 진해시내로 나가야 하기에 통장정리가 언제나 밀리기에 병원에 가는 날은 통장 정리를 하며, 부산은행 현금출금기가 있기에 계좌이체를 할 필요없이 기계에서 찾아 국민은행에 입금을 시킵니다.

새통장을 만들 땐 대부분 동아대 출장소이기에 도장이 없기 일쑤지만, 다시 새통장을 만들 때까지 도장이 찍히지 않은 통장을 이용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본 후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을 사거나 자동판매기에서 뽑아 순서를 기다립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병원에서 제공하는 야쿠르트도 한 개 마셔줍니다.^^ 

 

먼 거리에 비해 진료 시간은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그리 길지않습니다.

이렇게 진료를 마치면 수납처에서 계산을 하고, 역시 수납처에서 주는 처방전(나는 처방전을 주는 곳이 아님)을 들고 약국으로 갑니다.

그날의 진료에 따라 지쳐서 집으로 바로 올 때도 있지만, 덜 지칠 때는 부산의 친구를 만납니다.

 

보통 때는 부산극장앞이나 커피점 '지젤'에서 만나는데, 어제는 카메라 서비스 문의를 해야 했기에 광복동 캐논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캐논이 예전과는 달리 대리점과 서비스센터가 분리되었기에 두 곳을 방문해야 했습니다. 

사진이 거친듯 하다고 하니 점장님께서 설정을 해 주었으며, 시간이 넉넉하기에 악세사리 등을 구경하고, 서비스센터로 갔습니다.

 

들은 소문으로는 고장난 카메라 수리비가 약 16만원 정도 될 것 같다고 했지만, 비싸다고 그냥 둘 수 없기에 견적을 요한다고 하니 2~3일 걸린다고 하더군요.

하여, 고장 원인과 에러 번호를 알려주고, 반질거리는 커버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니, 커버를 따로 장만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모든 게 예상보다 비싸면 서비스를 받지않고 카메라를 (택배)착불로 받고  싶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하기에 주소를 적어주고 왔습니다.

 

징징거린다고 불편한 몸이 깨끗해진다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징징거리겠지만, 병은 징징거린다고 낫는 게 아니니까, 기왕에 병원 가는 날, 이렇게 알뜰히 즐깁니다. 나의 즐김은 친구와 계속 됩니다.^^

 

친구의 친정은 강원도 속초며 우리는 30년지기입니다.

어디쯤이냐고 묻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 꼼빠니아 있고, 퓨마도 보이고~

알겠따~ 갈게~ 

 

부산극장 앞이라던 친구는 발에 모터를 달았는지 금방 왔습니다. 휴대폰 시계가 오전 11시를 넘었습니다. 

밥 묵자?

벌써?

어, 병원 오는 날은 아침에 바빠 밥을 못먹고 오거덩!

그렇구나, 어디 갈래?

항상 가는 집.

어, 가자.

 

(모든 사진은 허락하에 담았으며, 인터넷 게재도 허락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가는 밥집은 뚝배기 전문집인 '숟가락 젓가락'입니다.

광복동엔 여러 종류의 밥집이 있지만, 숟가락 젓가락은 상호가 우리말이라 좋으며, 아주 정갈한 집입니다.

 

문을 연지 15년쯤 되었으며, 국민은행 뒷쪽의 지하지만, 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않는 데 주인의 섬세함 때문같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입구에 마른꽃잎이 바구니에 담겨있습니다.

남자들은 무심코 스치겠지만, 여자들은 작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데, 저는 이런 소품을 좋아합니다. 

 

 

밥집은 홀과 방이 있는 데, 우리는 언제나 방에 자리를 잡습니다.

밥은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먹어야 소화가 잘되거든요. 

이른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밀려들었습니다.

 

 

숟가락 젓가락의 밥상에는 굽지않은 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조선간장을 양념하여 싸먹으면 되는데, 별거 아닌듯한 넉넉한 김이 주인의 인심같아서 좋으며, 예전엔 숟가락과 젓가락이 주머니에 넣어져 나왔는데, 어제는 일반 밥집처럼 꽂혀있었기에 좀 아쉬웠습니다.

 

옆자리와는 병풍이 가려줍니다. 

장금이도 다녀갔다는 숟가락 젓가락의 차림표입니다.

우리는 순두부나 생비지 뚝배기를 즐기는데, 어제는 날씨 탓인지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기에 '오미해산물 뚝배기'를 달라고 했습니다.

 

 

아주 평범한 찬입니다.

양배추와 다시마는 갈치내장젓갈로 싸먹으며, 나물· 잡채가 나오고, 버섯과 고사리는 들깨가루로 무쳤습니다.

또 냉이는 일미와 무쳤더군요. 김은 먹을 양을 덜어 접시에 담습니다.

 

며칠전에 식구들과 해물찜을 먹고 왔습니다.

해물찜의 꽂게와는 달리 숟가락 젓가락에서는 끝의 뾰족한 부분을 잘랐더군요.

 

 

밥은 대접에 줍니다. 푸짐하지만, 찬 또한 많기에 밥이 모자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뷔페에 가서도 좋은 많은 음식보다 새우를 많이 챙기는 편인데, 뚝배기에 흐뭇하게 새우가 두 마리 있더군요.^^

 

 

벽에 '맛있는 수제 동동주 1종바리 1,500원'이라고 쓰여 있기에 친구를 두고 혼자 한 종바리를 마셨습니다. 밥공기 크기입니다.

꼭 술 생각이 난 건 아니었지만, 맛을 보고 싶었지요.^^

 

 

밥을 거의 다 먹어 갈 즘이면 유기그릇에 숭늉을 주는데, 이게 웬만한 식사의 양이 됩니다.

 

 

밥 한대접(?)과 뚝배기, 동동주, 숭늉까지 모두 비웠습니다.

위가 크다고요?

아줌마가 되면 압니다.^^

 

자리가 없어서 돌아 설 정도의 밥집이 숟가락 젓가락인데, 몇 가지 찬과 김치를 판매하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구입한 건 아닙니다. 저는 제 손으로 만들어 먹는 걸 좋아 하거든요.                    

                               ▲ 식사 후 차를 마시는 공간. 물론 밥상에서 마셔도 됩니다.

 

우리말 상호가 좋다고 했는데, 역시 우리말 이름 가게에 선정이 되었더군요.

'숟가락 젓가락'

 

 

그리고 식사를 한 손님에 한해 유모차를 (무료)대여해 주는데, 주변이 쇼핑가이기에 아기와 동행한 주부나 부부에게 좋을 듯 합니다.

 

친구와 나의 수다는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는 커피점 '지젤'로 이동을 했습니다.

지젤이 발레곡지요?

 

지젤은 대영극장(시네마란 말이 익지않아)옆의 옛 고려당 옆 건물 2층에 있으며, 다양한 커피와 과일쥬스가 있는 집입니다.

이 집의 좋은 점은 탁자마다 커튼칸막이가 있으며, 꽃 소품이 많아 이쁜 문과 함께 아기자기 합니다. 

어제는 카라멜모카라떼를 마시며, 우리 아이들과 친구의 일본으로 공부하러 간 딸과 복학한 아들 이야기 등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에게 다음 예약일을 일러주었습니다. 

친구는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남포문고 앞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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