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이야기인데 바빴기에 이제야 올립니다.
금요일 오후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입니다.
그때가 막 밖에서 돌아 왔기에 친구를 만나러 가지 못하고 다음날 만나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오전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우리는 처음 만났습니다.
"친구가 알겠나?" 하며 물었지만 까까머리 그 소년과 중년의 친구가 매치가 되지않았습니다만 친구에게는 "어!"했습니다.(고백컨데 친구야 미안타.^^)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묵은 친구는 오전 10시가 가까웠는데 아침을 먹지못했답니다.
이 부분도 친구에게 미안합니다. 내가 남자친구라면 우리집에서 하루를 묵게 했을 텐데요.
카페와 블로그에서 가끔 만나며 통화를 하기에 우리는 어제 헤어져 오늘 만난 사이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하며 밥집 시인과 농부로 갔습니다.
친구를 밖에 두고 밥집이모에게 아침식사가 되느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갈때마다 고마운 밥집 시인과 농부입니다.
우리는 골방이 아닌 뜰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빠가사리매운탕을 주문했습니다.
식사가 나오는 동안 친구를 두고 시인과 농부에서 그림을 찾았습니다.
비는 고맙게 많이 내리지 않았으며, 붉은단풍잎은 더 붉게, 초록 댓잎은 더 초록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꽃지고 맺힌 열매에 비가 방울방울 맺혔습니다.
자두와 매실이 흡사하여 이모에게 물으니 친구가 "내게 물어라~"합니다.
이곳은 내 친구의 고향 마을로 어릴때 함께 놀던 나무와 열매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자두, 매실, 포도, 으름
친구는 밥상에 만족해 했습니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이 먼길을 달려온 자식에게 차려주는 밥상입니다.
이모가 캤다는 쑥으로 만든 쑥떡이 나왔으며 후식으로 커피와 옥수수를 주었습니다.
밥집이모는 엄마처럼 밥상에서 매운탕을 다시 손 봐 줍니다.
빠가사리매운탕 자세히 보기 : 더덕동동주와 빠가사리매운탕은 궁합이 맞을까?
친구와 나는 밥을 추가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사람이 나와 밥을 먹는 사람이며 밥을 잘 먹는 사람입니다.
그날 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사람이었습니다.
친구의 옛집은 현재 김달진 시인의 생가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김달진 시인이 고향을 떠난 후 친구네가 살았으며, 내 친구는 그 집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은 후 김달진 문학관으로 갔습니다.
친구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적이 있기에 학예사님에게 소개를 하고 함께 생가를 거닐었습니다.
열무꽃 시를 읊으며 훼나무가 궁금하여 조재영 시인과 훼나무를 찾았지만, 둘 다 훼나무의 생김을 모르니 찾지 못했는데, 아카시아잎처럼 생긴나무가 훼나무랍니다.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친구가 어릴 때의 큰훼나무는 아니지만 숙제 하나를 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립니다.
친구는 소년처럼 상기되어 어린날 뛰어놀던 그때를 들려주었습니다.
감나무 굵은 가지마다 다른 감이 열렸답니다.
친구의 부친께서 다른 종류로 접을 붙인거지요.
안타깝게 두 가지는 말랐지만, 남은 가지에서 어떤 종류의 감이 익는지 가을날에 확인해 봐야 겠습니다.
다른 감나무의 흉터를 이야기 합니다.
어린날 감나무에 오르며 낸 상처가 세월과 함께 큰흉터가 되었습니다.
오르다 미끄러지고 그러기를 많은 날 한 개구졌던 내 친구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계절탓인가?
나이탓인가?
늦은 가을 이맘때면
지금은 "김달진 생가"로 변해버린, 그러나 나에게는 태어나서 자라고 아름다운 추억과 아스라한 기억들이 살아있는 옛 고향집의 대나무밭옆 도우감(대봉감) 생각이 자주난다.
촌집치고는 600여평이 넘는 꽤나 큰 돌담장으로 들려 쌓인 안쪽으로는 40여 그루의 많은 감나무들….
단감, 일본단감, 떨감, 도우감 등, 감종류도 대여섯 종류가 되었고, 집안의 수호신인냥 오래된 회나무가 대문을 지키며, 밤에는 온갖 들새들의 잠자리가 되었던 대나무 군락들….
가끔씩 불어오는 늦가을 바람소리에 부딪히면 들려오는 스산한 대나무 소리
마당이 넓어 동네애들 불러서 축구도 하고 배구도 하고 족구도 하고….
늦가을 타작한 나락을 말리려고 넓은 마당 덕석에 펼쳐놓은 나락을 먹으려고 나타난 참새들을 새총과 함께 바지개에 나이론끈 묶어서 잡아 당기던 시절이 생각난다.
봄이면 살구꽃, 자두꽃, 복숭아꽃, 앵두꽃 등, 수없이 피었던 과일꽃들과 천리향 등 화단에 가득한 봄 꽃 내음으로 여름이면 앵두와 볼똥, 자두, 살구, 복숭아며, 가을이면 온갖 감과 무화과, 뒤뜰의 호두….
담장을 휘감아 매달렸던 으름열매….
대나무옆 담장 너머로 민가에서는 아마도 보기힘들었던 으름 덩굴들….
참으로 풍성했던 과일들로 가을이면 내가 가장 살맛났던 기억들이 생각난다.
그런데 지금은 아버지께 집을 팔고 대구로 이사 가셨던 김달진 어른의 생가로 변하여 [김달진 생가 및 문학관]으로 변해있는 나의 집
훌륭하신 분의 생가이기에 영원히 보존할 수 있고 고향의 훌륭하신 문화인으로 예술과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고마움이 앞서지만은 그래도 내가 뛰어 놀던 마당과 집의 형태는 사라져버린, 나의 마음속 영원히 간직할 고향집의 향수는 퇴색되어버린 채….
늦은 가을 이맘때면 생각난다,
끝까지 꼭대기에 대롱대롱 메달려있는 붉디 붉은 홍시감이….
몇 십년이 흘렀으며 그 사이 주인이 바뀌었었고 이제는 시인의 생가로 다시 태어난 집이기에 친구가 그리워하던 풍경은 아니지만, 그나마 추억할 수 있는 감나무가 남아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깻잎, 상추, 근대를 솎았습니다.
시장에서 몇 천원이면 살 수 있지만, 고향, 내 옛집에서 자란 채소의 맛은 다르겠지요.
친구는 상추쌈을 먹으며, 근대국을 먹으며 나와 학예사님에게 들려주었던 옛일을 아이들과 옆지기에게 들려주었을 겁니다.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계속 왔습니다.
시계는 정오를 이미 넘었습니다.
열무꽃이 나비의 날개처럼 한잎씩 열립니다.
지율스님 낙동강 사진 경남 순회전시 안내
7월 2일 금요일 18시부터 창원 삼동동 '늘푸른 전당'
창원민예총예술제가 19시부터 열립니다.
하여 18시부터 예술제가 끝날때까지 전시를 하겠습니다.
사진전도 보고 민예총 예술공연도 보고, 꿩먹고 알먹고, 마당쓸고 동전줍고~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 진해 탐방
일시 : 2010년 7월 3일(토) 오후2시 ~ 탐방 후 저녁식사
모임장소 : 진해 안골포초등학교
참가비: 참가비는 없고, 저녁식사비는 나누어 냄
탐방지역: 안골왜성, 성흥사, 도요지가마터, 망산도, 유주암, 안골포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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