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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사람이 있는 풍경

할아버지의 나홀로 (소쿠리)섬살이 20년

by 실비단안개 2010.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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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 모두 잿빛이지만 할아버지(이관대 77세)는 살림살이중 그나마 나은 돗자리를 바깥에 내다 널고 뭍으로 나갔습니다.

지난번처럼 쌀을 팔러 가신 모양입니다. 피서객과 낚시꾼이 있지만 섬은 조용합니다. 

 

 

 

도선이 들어 오는 소리가 들리면 할아버지의 식구가 방파제로 마중을 옵니다.

할아버지의 식구는 몇 마리의 개와 닭, 고양이며, 가끔 토끼와 꽃사슴이 숲을 빠져나와 할아버지께 놀러오기도 하는데, 할아버지는 모두 식구라고 합니다.

 

개는 낚시꾼이 무료한 할아버지께 친구를 하라고 데리고 왔으며, 고양이는 섬을 찾은 이가 버리고 갔는데, 이제 모두가 한식구가 되었습니다.

 

 

 

 백사장과는 달리 무성한 잡풀사이에 무인도답지않게 오솔길이 있으며, 그 길 끝에 할아버지와 섬식구들의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보금자리는 쓰레기에 갇힌 작고 습한 창고같은 건물이며 할아버지는 1991년부터 홀로 20년째 섬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 오셨습니다. 

 

잠시 숨고르기라도 하면 보는 이가 마음이 편할텐데 할아버지는 리어카를 끌고 섬을 돕니다.

 

 

 

할아버지는 섬을 돌며 쓰레기를 치웁니다.

할아버지께서 섬의 쓰레기에 관심을 가진 건 2003년 태풍 매미가 경남지방에 큰피해를 주었을 때, 소쿠리섬에 산처럼 (5m 정도)쌓인 쓰레기를 보고 그냥 넘길 수 없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는데,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섬을 찾는 이가 버리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반면 파도에 밀려오는 해상쓰레기는 계속 늘어난다고 합니다.

 

예전엔 빈병 등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은 뭍에서 (재활용 배가)실어 갔지만, 이제 그 배마져 끊겼기에 파도에 밀려 온 나무는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쓰레기이기에 소각을 해야 하며, 빈병은 도선을 이용하여 STX가 있는 죽곡마을 농협 하나로 마트로 가져 갑니다.

매일 도선으로 나갈 수 없다보니 병이 쌓이는데, 짐이 많다보니 할아버지의 승차를 버스가 좋아하지 않기에 선착장에서 두어번 나누어 죽곡의 마트로 날라 개 당 40원에 팔며 여기에 쌈지를 끌러 쌀이나 소주 등을 구입합니다.

할아버지는 술을 드시지 않지만, 소쿠리섬이 무인도다보니 낚시꾼이나 섬을 찾은 이들이 가끔 술을 찾기에 편의를 위해 소주를 마련해 둡니다.

  

좁고 침침한 현관위에 전등이 있기에 전기가 들어 오느냐고 여쭈니, 멸치어장을 할 때 발전기를 돌렸지만, 20년 세월을 할아버지는 촛불을 켜고 생활을 했답니다.

어느날 촛불을 켜둔채 잠이 들어 불이 났기에 그후부터는 촛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신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보금자리지만, 그 집은 사진으로 담기에 민망한 풍경이었기에 실내를 담을 수 없었습니다.

진해가 소쿠리섬 (해수욕장)개장을 염두에 두고 수도와 전기 시설을 했는데 해수욕장 개장이 불가되었지만, 시설이 된 전기와 수도는 할아버지와 섬을 찾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섬에 전기가 들어온지 3개월이 되었으며, 이제 텔레비젼 시청이 가능하여 좋다고 하십니다.

 

할아버지는 해군 출신이기에 물은 생명이라고 했습니다.

식수는 우물을 사용했으며, 빨래와 허드레물은 빗물을 받아 사용했는데, 지금은 수돗물이 있어 물걱정이 없습니다.

(우물을 가르키며)우물은 소나무뿌리를 타고 암반에 고인 담수이기에 솔향으로 시원하지만 수돗물을 사용하니 두껑을 덮어 두었습니다.

 

 

 

▲ 녹슨전등과 우물

 

 

 

▲ 할아버지의 집 부분

 

할아버지의 여윈 목에 여러개의 열쇠가  목걸이가 되어 걸려 있습니다.

소쿠리섬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할 사람이 할아버지뿐이기에 화장실과 관리실 등의 열쇠를 지녔습니다.

  

 

 

▲ 멸치덕장이었던 방파제에서. 섬 끝에 할아버지의 보금자리가 보입니다.

 

섬은 원래 해군 부대의 유격장이었다가 뭍사람들이 건너와 섬에 양식장을 꾸렸으며, 지금의 집은 당시 양식장 사장이 쓰던 별채로 할아버지는 일꾼으로 섬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양식장 사업이 찬바람을 맞으면서 하나둘 문을 닫았고, 2003년 태풍 '매미'가 덮치면서 마지막 남은 양식장도 사라졌으며, 모두 섬을 빠져 나갔지만 섬 생활에 젖은 할아버지는 혼자 섬에 남았습니다.

 

한때 멸치덕장이었던 방파제에서 할아버지는 섬살이를 계속 들려주었습니다.

고동과 미역을 따며 낚시를 하는데, 지난 5월엔 31cm급 감생이를 낚기도 했으며, 자녀들은 창원과 서울에서 생활을 하기에 잠시 아파트에서 살아봤는데 겨우 보름을 넘기고 섬으로 돌아 오셨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느끼는 아파트 생활의 답답함 때문이었는데, 섬살이가 정신건강에 좋기에 계속 섬에서 생활을 하시겠답니다.

  

할아버지는 수입이 빈병을 처리하여 생기는 푼돈이 전부다시피 했는데, 섬을 치우고 관리하는 일이 희망근로로 인정되어 지난해 진해시에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희망근로자의 임금 정도를 주었지만, 올 1월 부터 중단되었다가 6월 5일부터 다시 받는데 언제 중단될지 모르지만 할아버지는 계속 섬을 지키며 쓰레기를 치우고 관리를 하겠답니다.

 

고요한 풀밭을 가르키며 여름밤엔 반딧불이가 좋으니 여름이 가기전에 섬으로 오라고 합니다.

 

 

 

소쿠리섬은 진해 해양공원 뒤에 있으며, 도선 시간과 연락처입니다.

 

명동유람선

경남 창원시 진해구 명동 319(명동초등학교앞) 

대표 : 이상덕

연락처 : 055)545-9778 / 011-577-6446

나루터낚시 : 055)546-3939 

 

도선 출항시간

오전 : 6시 15분/ 7시 15분/ 7시 55분/ 8시 55분/ 9시 45분/ 11시 25분

오후 : 12시 15분/ 1시 05분/ 1시 55분/ 3시 35분/ 4시 25분 (하절기)5시 15분/ 6시 05분

 

※ 우도에서 출발 시간은 위 시간보다 10분후에 출발합니다.

※ 소쿠리섬에 내리면 도선 운행 시간과 김밥주문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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