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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우야든둥 잘 묵자

생일상에서 추석냄새 난다

by 실비단안개 201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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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전후하여 식구들 생일이 있는데 오늘은 얼라아부지 생일입니다.

"엄마, 아빠 일찍 오실까? 오늘은 쉬모 안되나?"

"그러게, 부처님 탄신일, 아기예수 탄생 날은 쉬는데 정작 본인 생일에는 쉬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네…."

"어디 건의할데 없을까?"

 

아침은 미역국으로 간단하게 먹고 오후에 아이들이 케익을 사 오는 동안 특별할 건 없지만 나물과 전을 붙였습니다. 

 

  

 도시 생활이라면 다듬어진 재료로 나물을 하면 되지만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야 합니다.

동생이 고춧잎을 훑어 왔으며, 여름 내내 나물로 먹은 가지와 오이 등을 따 왔는데, 혼자 고춧잎을 다듬으니 이것도 일이었습니다.^^

 

전거리는 바지락살(작은늠 고추조갯살부침개에 무너지다)과 동태살, 가자미 두마리입니다.

바지락은 땡초와 부치며, 동태살과 가자미는 허브소금을 간이 배도록 뿌려두었습니다.

 

 

올 여름 유난히 많이 먹은 나물이 가지나물인데, 가지는 감자칼로 껍질을 벗겨 전자렌지에 8분 데치면 딱 먹기 좋을 정도로 무르며, 오이, 호박, 박도 채를 쳐 준비했습니다.

채칼을 사용하지 않고 칼로 채를 쳤는데 제가 고집스레 이런 식으로 하니 엄마는 늘 답답해 하십니다.

참 콩나물도 했는데, 다른 나물의 양념은 맛국물과 콩나물 국물에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했으며, 고춧잎나물은 나를 위한 나물로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었습니다.

 

 

전부치는 일은 설명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하는 일이지만, 전을 한번 부치면 팬을 깨끗이 닦아야 전이 깨끗하게 붙여집니다.

 

 

전 소쿠리를 채우는데 아이들이 왔습니다.

"엄마~ 추석냄새 난다~"합니다.

지짐 냄새가 풍만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명절은 자매가 집을 지키는 날입니다.

물론 우리가 나갈 때 음식은 준비해 두지만 몇 해를 둘이서 (짧은 시간일 때도 있었지만)보냈습니다….

땡초를 넣은 바지락살전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장어구이와 잡채도 했습니다.

우리가 늘 즐기는 것들로 준비한 생일상입니다.

잡채재료는 당면과 삼겹살, 땡초, 파프리카, 정구지, 표고버섯, 양파며, 후식으로 호박전과 단술을 했습니다.

요즘도 늙은 호박이 나오긴 하지만, 1년 내내 호박전을 먹으려면 호박이 나오는 철에 늙은 호박을 긁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됩니다. 

 

 

얼라아부지가 퇴근 했습니다.

"오늘은 운동 가지말고 같이 밥 묵자?"

"와 무슨 날이요?"

 

이 사람은 큰딸 생일만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생일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지구인 중에 나 혼자입니다.

하여 27년동안 내내 기억하여 아침에는 미역국을 먹게 해 주지만, 생일이란 말은 않습니다.(미역국을 수시로 먹으니 이 사람은 짐작도 못함)

 

생일이 봄이라면 도다리를 넣어 맛있게 끓여 줄 텐데 가을이라 겨우 쇠고기 미역국이지만, 고맙게 한그릇을 비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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