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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우야든둥 잘 묵자

호박전은 1년 간식

by 실비단안개 201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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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찬바람 불때였습니다.

"호박 하나 가꼬 가라?"

"머 할라꼬, 안할라요."

"와, 이뿌다 아이가? 안 이뿌나? 이기 젤 이뿌네…"

 

늙은 호박을 가지고 오면 호박죽이나 전을 부쳐야 하기에 사실 귀찮습니다. 하여 계속 망설이니 엄마는 고르게 둥근 늠으로 두어덩이 골라 줍니다.

목련 필라칸다, 동백꽃 진다, 억새 소금물에 절여 꽂아야지…. 아직 이렇게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내가 무얼 만들어 먹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그저 두고 보라는 마음이 더 많지만, 그렇다고 그냥 1년을 두고 있었으니 나도 엥간하지요.

  

 

입이 심심하면 호박전을 부쳐 먹습니다.

시장에 파는 길쭉한 호박 둥글둥글 썰어 밀가루 묻히고 계란 입혀 굽는 그런 전이 아닌 누런호박전입니다.

이제 냉동실의 호박이 바닥났기에 1년을 망부석처럼 꼼짝않던 호박을 닦고 씻어 속을 긁었습니다.

 

경남낙사모의 도 경계를 넘은 부산 하구둑 사진전이 있는데, 마땅한 간식이 없었기에 호박전을 부쳐가기 위해서 였습니다.

물론 가는 길에 김밥 몇 줄 사 갈 수도 있지만, 여기는 시골이니 김밥 그런 것 보다는 호박전이 좋을 것 같아서 였습니다.

 

호박전을 포스팅 하려니 블로그 이미지에 마땅한 호박꽃이 없었습니다.

앞치마 걸치고 카메라를 들고 10여 미터만 가면 호박꽃과 호박이 널려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직 이슬이 가시지 않은 시간이라 호박꽃이 이쁘게 있습니다.

입맛대로 고를 수 있도록 봉오리, 활짝핀 늠, 지는 늠, 덩굴손 등 모두 만났습니다.

 

호박은 박과 호박속(Cucurbitaceae)으로 한해살이며, 잎은 염통 모양으로 얕게 5갈래로 나뉘었고 전체에 가시 털이 나 있으며, 노랑 통꽃이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한 덩굴에 핍니다.
우리 나라에서 재배하는 것은 원통 모양으로 어릴 때 빛이 푸르고, 늙으면 누렇게 되는데, 어린잎은 쌈으로 먹으며, 열매는 식용, 약용합니다.

 

▲ 꽃, 열매, 잎, 덩굴손 모두를 갖춘 100점짜리 호박꽃. 결도 참 곱습니다.

 

▲  호박꽃 봉오리와 속, 덩굴손

 

 ▲ 호박

 

호박을 가르니 잘 여문 씨앗외는 속이 텅 비었습니다.

엄마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채칼로 속을 긁기도 하지만, 나는 어릴때 할머니와 엄마가 그랬듯이 숟가락으로 속을 긁습니다.

팔이 아파 아기에게 부탁을 했더니 이쁜늠이 그 사이 손가락에 물집이 생겼다며 밴드를 붙여 보여줍니다.^^

 

반통을 긁으니 한양푼이 되었습니다.

배가 불러진 듯 흐뭇했습니다.^^

 

호박전 만들기 

호박은 익을수록 껍질이 연초록색에서 누런색으로 변합니다.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일수록 맛도 좋지만 몸에 좋은 성분도 많이 들어 있는데, 늙은 호박의 진한 노란빛은 카로티노이드 색소 때문인데, 체내에 흡수되면 베타카로틴이 됩니다. 베타카로틴이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화되는 것을 막으면서 암세포의 증식을 늦추는 등 항암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출산 후 달리 영양 보충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과거에는 구하기 쉽고 장기 보관이 가능한 호박을 통해 비타민 A를 섭취하고, 아울러 이뇨 작용을 통해 부기를 빼는 효과를 얻는데, 요즘도 산후조리시 호박중탕을 선호합니다.

먹을 양만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하여 밀가루 반죽을 합니다.

호박에 바로 간을 하기에 됨직하면 물을 넣어 묽기를 맞추어 팬에 지집니다.

지금이야 버려지지만, 호박꼭지는 제 몸을 굽기 위해 팬(예전엔 솓뚜껑)에 기름을 칠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친환경적이며 지혜로운 우리의 어머니 세대였습니다.

 

 

▲ 긁은 호박은 팩에 적당량 담아 냉동실 보관 

 

정구지지짐도 그렇지만 호박전도 얇팍해야 보기와 먹기에 좋습니다.

간이 된 호박반죽을 팬에 적당량 덜어 숟갈로 살짝살짝 펴 누릅니다.

가장자리가 익은듯 하면 뒤집어 뒤집개로 뭉긋이 누르면 모양이 잡히면서 구워지는데, 다시 한번씩 앞뒤를 구워줍니다. 끝!^^

 

 

 

어제 오후 2시를 넘겨 우리집앞에서 출발했기에 부산 하단 도착 시간은 3시가 가까워서였습니다.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출출한 시간이었기에 모두 드셨지만 호박전이 식어 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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